빠른 것이 미덕인 사회

속도 vs 완성도

by 요니크

집 근처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체인점이어서 같은 원두를 사용할 텐데 매장마다 맛이 다르기도 하고, 심지어 같은 매장인데도 사장님이 있을 때랑 아르바이트생이 있을 때랑 커피의 맛이 다른 걸 느낀다. 요즘에는 어플로 미리 주문하고 바로 픽업할 수 있어서 미리 주문을 해놓는 편인데, 앞에 주문한 손님들이 많아서 매장 앞에서 커피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픽업하는 공간에서 음료를 만드는 공간이 잘 보여서 의도치 않게 음료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직원 두 명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한 명은 커피를 내리는 속도가 엄청 빠른데 탬퍼 사용 후 남아있는 가루도 대충 털어냈고, 음료를 따르다 바닥에 흘리기도 했다. 다른 한 명은 속도는 조금 느렸지만, 원두를 사용 후 솔로 꼼꼼히 털어냈다. 작은 차이들이 커피의 맛을 변하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조차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미리 어플로 주문을 하고 있고, 식당에서도 음식이 느리게 나오면 주문이 누락된 건 아닐까 초조하고 직원들을 쳐다보며 무언의 압박을 보내기도 했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빨리빨리. 빠르게 나오는 것이 미덕인 사회. 마감기한이 있고 기다리는 손님이 있다면 시간을 지키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속도를 우선시했을 때에는 완성도 면에서는 놓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15분 만에 음식을 만들어 내는 대결 프로그램에서, 유명 셰프들도 시간에 쫓겨 원래 계획했던 음식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도 하고, 소스를 뿌리지 못한 채 음식을 내어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일을 하면서 개인적인 우선순위는 속도보다는 완성도인 편이라 자발적인 야근을 해서라도 완성도를 높이는 편이다. 꼼꼼하다는 것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로 들려오기도 한다. 꼼꼼히 보고 했던 일도 놓치는 부분이 생기고 실수했던 경험들이 있다 보니, 대충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내겐 가장 어려운 일이 되었다. 빠른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 살아가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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