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니크 Jun 30. 2021

사용설명서

육아에 정답이 필요해

 우리 집 수납장 한 칸에는 가전제품 사용설명서들이 가득 차 있다. 신혼살림을 장만하며 언젠간 필요할 것 같아 넣어두기 시작한 것이 서랍 한 칸을 다 채웠다. 전자레인지, 세탁기처럼 그동안 일상 속에서 많이 사용해 보았고 시간 설정과 시작 버튼만 누르면 쉽게 작동할 수 있는 제품들의 사용설명서는 펼쳐보지도 않고 바로 서랍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잘 작동하던 세탁기에 오류 메시지가 떴다. 왜인지 영문을 몰라 당황하다가 문득 사용설명서가 떠올랐다. 사용설명서의 한 면에는 에러코드에 따른 원인과 해결책이 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온도가 영하로 급격히 떨어진 추운 겨울날 세탁기가 얼어버린 것이었다. 사용설명서가 친절히 알려준 방법대로 따라 하자 세탁기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나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종종 사용설명서를 펼쳐 본다. 이런 기능이 있었나 싶은 유용한 기능들을 몇 년 만에 새롭게 알게 된다. 예를 들면 밥솥 자동세척,  통살균과 같이 사용해본 적 없는 기능들이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부모님이 해주던 밥을 먹고 서랍에 개어져 있는 옷을 꺼내 입기만 했기에 몰랐던 것들이다. 아무래도 그 제품을 직접 만든 회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설명을 해 놨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 사용설명서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두꺼운 양에 압도되어 모든 내용을 읽을 엄두는 안 나지만 목차를 보고 찬찬히 넘겨보면 곧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육아를 하면 사용설명서와 같이 단 한 권의 명확한 지침서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육아엔 정답이 없다는 말이 마음의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정답이 있었으면 좋을 때도 있다. 육아서적, 유튜브, 블로그, 맘 카페에 육아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다양한 채널이 있는 만큼 어디서부터 찾아봐야 할지, 또 그것이 믿을만한 정보인지 판단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공부하고 고민하며 하루를 보낸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어 있기를 바라며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