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회복
나는 건강염려증이 있다. 중학생일 때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좋아하던 학교 앞 떡볶이를 사 먹지 않았었다. 초등학생 때 발견한 척추측만증 때문에 필라테스와 요가를 틈틈이 했다. (현재는 게으름이 건강염려증을 이겨서 운동은 거의 못하고 있지만) 외출 전에는 미세먼지 어플을 확인하는 습관도 있다. 그렇지만 병원을 가는 것은 무서워해서 가벼운 감기에도 병원은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예방하는 것에 더 초점을 두는 건가 싶기도 하다.
건강염려증은 출산 이후 더욱 심해졌는데, 전에는 염려의 대상이 ‘나’였다면 지금은 ‘아이‘로 바뀌었다.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까지 터져 더 예민해지게 되었다. 조리원에 혼자 들어갔고 남편과도 면회가 안되었고, 아이를 잠깐 만날 수 있는 수유시간에도 마스크를 끼고 손과 옷을 소독하고 수유실로 들어갔다. 육아서적에서 수유와 기저귀를 갈기 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한 줄의 글귀를 읽고 집에서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닦았다.
건강염려증에 더욱 박차를 가한 사건이 있다면, 아이가 태어나고 일 년 반도 안 되는 시기에 사용하고 있던 아기용품 두 개에서 유해성분 검출로 리콜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제품안전정보센터> 사이트에서 리콜 대상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전기용품, 생활용품, 어린이용품들이 있다. 그중에서 어린이용품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였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제조업체들도 많았다. 공식 구매처가 아닌 곳이나 유명 제품이 아니라면 리콜 대상인지 알지도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리콜을 경험한 이후 장난감, 옷 등 아이용품을 구입하기 전에 안전한 성분인지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를 꼭 확인하게 되었다. 물건 하나를 사는 데에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피곤해졌다.
때로는 과도한 건강염려증이 오히려 나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서 마스크를 끼지 않는 사람은 피해 다니고, 물건이나 식재료를 사기 전에 꼼꼼히 따져보는 그런 일들이 피로함을 쌓이게 하고 있다. 내 마음을 위해서라도 조금씩만 더 무던해지려고 노력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내 안의 불신이 사라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더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닐 것이고, 내가 하는 일에서는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