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니크 Aug 15. 2021

물고기 잡는 법 가르치기

오늘도 참는다.

 결혼한 지는 4년이 넘었지만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집안일을 하지 않았었다. 직장을 다니기도 했고 모르는 것과 실수투성이인 사회초년생이라서 회사일을 집까지 질질 끌고 오기 일쑤였기에 집안일은 뒷전이었다. 인테리어, 요리에도 관심이 없던지라 신혼살림 준비에도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지금은 육아휴직 2년 차,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이와 함께 있다 보니 집안일을 하게 되고 관심도 많이 생기게 되었다. 하다 보니 궁금한 점도 생기고, 또 성격상 제대로 잘하고 싶기도 했다. 알면 알수록 그동안 나의 무심함에 놀라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스텐 주방용품은 사용하기 전에 연마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스텐냄비에서 나오는 까만색 물질을 닦으면서 그동안에 이것들이 나와 남편의 몸속으로 들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 속도 까맣게 변해갔다. 신혼살림을 준비할 때에도 엄마가 그릇, 냄비 등 식기류를 직접 세척해서 보내주셨다. 그러다 보니 처음 사용할 때 세척법은 몰랐던 것이다.


 육아의 신(?) 오박사 님이 말했다. 육아는 아이를 독립시키는 과정이라고. 그것을 돕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인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나의 부모님은 나에게 물고기를 많이 잡아주신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부모님과 시부모님 모두 본인도 몸이 피곤하실 텐데 자식과 손주를 위해 직접 해주시는 일이 많다. 사실 우리 부모님도 물고기 잡는 법을 많이 알려주셨을 것이다. 내가 마음에 와닿지 않고 다급하지 않아 한 귀로 흘렸을 것이다. 왜 이렇게 나는 항상 지나고 나서 수습하는지, 실패를 통해야 배워야 하는 인간인 것일까.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란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아이가 밥을 먹을 때 숟가락질이 미숙하다 보니 많이 흘리는데 그것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서 숟가락을 뺏어 드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스스로 해봐야 숟가락질이 느는데 말이다. 또 한 번 참아봐야지. 그리고 조금 더 크면 요리, 정리정돈 등 집안일도 함께 하며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건강염려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