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행동과 감정에 대해 알고난 후에는 미용을 거부하는 반려견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습니다.
미용할 때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 치고 무는 개는 사나운 개, 고집 센 개, 사람을 만만하게 보는 개가 아니라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개였습니다.
동물의 스트레스 반응 : 3F (Fight 투쟁 , Flight 도피, Freeze얼어붙기)
소파에 누워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칼을 든 강도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의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강도와 눈이 마주친 상태로 얼어붙은 우리의 심장은 미친듯이 빨리 뛰기 시작할 것입니다.
등줄기를 따라 땀이 흐르고, 입 안은 바짝 마릅니다.
재미있게 보고 있던 드라마 속 배우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겠지요.
강도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면 어떻게 될까요?
도망을 치거나, 주변에 무기가 있다면 무기를 집어들고 싸우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도망가거나, 싸우려고 하는 시도가 실패하여 붙잡혀 버렸다면 어떨까요?
팔, 다리를 휘두르며 발버둥을 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구속된 상태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면, 도피하려는 시도는 포기하고 마음을 졸이며 강도가 볼 일을 마치고 떠나기를 기다리거나, 기절을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동물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일 수 있는 행동과 생리적 반응입니다.
다미주이론 (Polyvagal Theory)을 제창한 스티븐 포지스 박사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투쟁이나 도피를 사용할지,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되는 방어전략을 사용할지는유기체가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미용 상황에 대입해보면, 동물들이 미용 상황에서 보이는 발버둥 치기, 물기, 소리 지르기, 얼어붙은 상태로 꼼짝도 못하고 미용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기와 같은 행동은 의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위협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신경계의 방어전략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애견 미용이 그렇게까지 공포스러운 과정인가요?
아마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서 몇몇분은 미용이 그렇게까지 반려견에게 공포스러운 상황일까? 라는 생각을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강아지의 발달 단계에 대해 이해한다면 미용이 얼만큼 개들에게 힘든 과정인지 더 잘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새끼 강아지가 태어나서 다 자라기 전까지 견생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있습니다.
생후 약 3주에서 12주까지, 딱 한 번만 찾아오는 최적의 사회화기입니다.
생후 12주령까지 다양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해본 개들은 낯선 사람이나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적습니다. 그래서 생후 12주가 끝나기 전에 많은 사람, 사물, 동물, 환경, 경험을 소개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시기 우리나라의 어린 강아지 대부분은 집에서만 생활하거나, 아주 잠깐씩 반려인 품에 안겨 세상을 구경해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사회화기에 적절한 사회화를 하지 못한 반려견은 겁이 많은 개로 성장합니다.
미국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수의사인 소피아 잉 (Sophia Yin)은 자신의 저서 ‘개와 고양이의 스트레스 최소화 핸들링, 보정, 행동 수정’ (Low stress Handling, restraint, behavior modification Dogs & Cats) 에서 두려운 개에게 사람이 어떻게 보이는지 사진과 같이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