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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욘킴 Jan 08. 2025

취향탐구-겨울

겨울은 언제부터?

겨울은 옷걸이를 무겁게 한다. 공들여 고른 옷 위에 얇고 세련된 코트를 걸치려다가도, '작년의 그 패딩'이 속삭인다. -따뜻함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 결국 예쁜 추위 대신 덜 예쁜 따뜻함을 선택하게 되는 출근길.

창가에 비친 둔한 모습의 스스로를 다독이며 패딩 주머니에 양손을 푹 찔러 넣으면 느껴지는 낯익은 촉감. 천 원짜리 한 장. 작년 언젠가의 거스름돈이다. 문득 작년 이맘때쯤 붕어빵을 사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고,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지난번 골목에서 봐 두었던 그 붕어빵 집, 따끈하고 달콤한 팥앙금을 슬며시 되새기며 집을 나선다.

길 위엔 온통 겨울의 흔적들. 밤새 건물 외벽을 타고 졸졸 흐른 듯 한 물방울이 제법 야무지게 얼어있고, 가로수 가지 끝엔 소금 같은 눈이 내려앉아 반짝거린다. 정류장엔 옹기종기 모여선 사람들. 발을 동동 구르고 손을 비벼가는 틈에 서서 함께 버스를 기다린다. 김이 잔뜩 낀 버스 창문에 기대앉으면 누군가 손바닥으로 닦아낸 자리에 창밖 풍경이 지나간다.

첫서리가 내린다거나, 기온이 0도 아래로 내려간다거나,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내려가 낮이 짧아지는 날이 되거나, 기상캐스터가 "내일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됩니다"라고 외칠 때 시작된다는 겨울. 하지만 내겐 조금 다른 게 10월은 여전히 늦가을, 11월은 늦늦가을 같고, 12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겨울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이 아무리 '지금부터 겨울'이라 말하더라도, 겨울이 와야만 느껴지는 겨울 공기 특유의 냄새가 있다. 차고 바삭바삭한 바람. 찬바람에 얼어붙었던 흙과 나무가 아침 햇살에 살짝 녹으며 풍기는 은은한 향기. 집집마다 보일러 배기구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수증기 냄새.  좀 더 어릴 땐 입에서 하얀 입김이 묵직하게 피어오르면, 가게 앞에 호빵 기계가 나와있거나 길에서 군고구마 냄새가 나면 겨울이라 생각했다. 해마다 겨울을 느끼는 방식은 변하더라도, 몸에 각인된 계절의 감각은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코를 킁킁거리며 찾는 겨울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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