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삶이 허망하단 생각이 든다면
2021년 2월 26일에 종이책, 4월 26일에 전자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파일 형식은 ePub이며 50MB 정도의 용량입니다. Crema, Onyx 등의 전자책 및 PC, IOS, Android 기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전자잉크로 된 단말기를 사용한다면, 프런트라이트를 모두 끄고 종이책 질감과 흡사한 느낌으로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인공 조반니 드로고는 사관학교를 마친 뒤 영광을 꿈꾸며 첫 부임지인 외딴 국경 요새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사막 너머로부터 언젠가 침입해 올지 모르는 적과 맞서 싸우는 영광의 순간을 위해 요새를 지키는 기다림의 삶을 시작합니다.
바스티아니 요새는 아름답지도, 크지도 않으며 태곳적부터 그곳에 존재했을 것 같은 낡은 요새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성벽은 덤불만 흔들려도 전쟁의 기대감이 생겨나는 황량한 사막을 마주하고 있고, 사막에는 어딘가에 숨어 있을 전설 속 타타르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떠돕니다.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내일을 택할 뿐이거나 터무니없는 망상으로 괴로워하며 지낼 뿐입니다. 주인공 드로고는 처음부터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적은 오지 않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이 무한히 반복되며 수십 년이 흘러가버립니다. 드로고는 처음엔 견디지 못하고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반복되는 나날 속에서 점점 더 사막 너머 미지의 적이란 집요한 환영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렇게 그는 어쩌다 주어진 몇 번의 떠날 기회조차 져버리면서까지 결코 요새를 떠나지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우리는 대다수의 삶이 보편적이며, 위대한 운명의 순간이란 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특히 청춘의 정점을 지나는 동안 여전히 가장 좋은 날은 찾아오지 않았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나갑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지칠 줄 모르는 환영으로 매일 나타나며, 그것을 쫓으며 매일같이 달리던 장소가 실은 쳇바퀴 안이었다는 걸 겨우 깨달았을 쯤에 허망하게 저물어버린 청춘을 발견합니다.
시간이란 특별한 이유 없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고, 다시 물릴 수도 없습니다. 근거 없는 희망이 옳았음을 기다리는 것은 삶을 흘려보내는 것이지, 살아가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유예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르는 것입니다. 삶이란 끊임없는 기다림 속에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은 존재의 부질없음과 무의미한 반복 속에서 소멸해 가는 인생의 허망함을 신비롭게 표현한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