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는 도시의 빛이 닿지 않는 먼 산골짜기로 여행을 떠났다. 저녁을 먹은 뒤 가까운 언덕에 앉아 마른 담배 한 개비를 나눠 피우며 별이 뜨기를 기다렸다. 온 세상이 푸르스름했고, 언뜻언뜻 바삭거리는 소리가 나는 담뱃불은 아주 작은 빨간 숯 같았다.
날은 쌀쌀했고, 우리는 보온병에 담아 온 커피를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마셨다. 보온병 뚜껑에 조르륵 커피를 따르던 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초겨울의 산뜻한 공기 속으로 묵직하니 잘 흩어지지 않는 입김과 함께 연기를 뱉고 나면 곧바로 따뜻한 커피를 홀짝였다. 그리워하던 겨울의 동작들이었다. 커피를 다 마셔갈 때쯤엔 하늘을 수놓는다는 표현도 무색할 정도로 흩뿌려 놓은 듯 한 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문득 별을 보고 있으면 너무 작은 존재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싫다고 했다. 4년 정도 그와 함께 했지만 평소 어떠한 감상도 잘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새삼스러웠다. 익숙한 연인에게서 발견한 새로운 면이었다.
우리는 작다. 우리라는 고유한 이름과 의미를 지녔던 모든 것들은 우주의 시간 안에서 조용히 소멸할 것이다.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에 압도된다면 우린 삶의 많은 순간을 눈을 감은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의 끝엔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이 끝이라는 사실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것이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가 아프다 투덜거렸고, 춥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모든 동작은 별을 보는 기분이 싫어서도, 고개가 아프다던지 추워서도 아닌 이제 침대로 가자는 사인이라는 점도 잘 알았다. 온 우주의 별 아래 덩그러니 앉아있는 순간을 뒤로하고 현실의 작은 점으로 돌아가려는 그가 가여웠다. 지붕 아래 갇혀, 나를 내려다보던 그는 눈을 감았고 나는 줄곧 눈을 부릅뜨고 천장의 낡은 형광등을 바라봤다. 막연하게나마 어느 먼 미래의 불빛을 향해 함께 나아가던 시선이 어긋나 버렸음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그때의 나는 애써 외면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몇 개월 뒤, 우리는 건조한 인사를 끝으로 헤어졌다. 나는 그에게 갇혀 살지 말라 했고 그는 나에게 너무 발버둥 치며 살 것 없다는 덕담도 욕도 아닌 이상한 말을 서로 남겼다. 그 후로 우리는 서로를 만날 일도, 서로의 소식을 들을 일도 없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한 순간도 그가 그립지 않았다. 4년이란 시간은 뜨거움도 차가움도 없이 그저 그렇게 조용히 증발했다.
한 밤중에 무언가 덜컹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허둥지둥 창 밖을 내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책에서 읽은 글귀가 떠오른다. 완전한 소멸 이후에는 후회가 아닌 망각이 삶을 지배한다고. 다시 뒤척이며 잠을 청했다. 하늘엔 별이 있었던가? 이젠 기억이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