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삶>(2021)
<최선의 삶>(2021, 감독: 이우정)
리뷰까지는 못 되는 글
임솔아 작가의 <최선의 삶>.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분으로 좋아한다. 처음 읽었을 때, 스노볼이 건드려졌다. 그만 두고 싶은데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한번에 읽었다. 이우정 감독의 <최선의 삶>을 보았다.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라는 까닭으로 친절하게 바꿔 놓지 않아서, 관객을 강이의 최(전)선으로 함께 끌어내려서 좋았다.
어쩔 수 없이 생략된 부분들은 아쉬웠지만-강이와 아람 둘만의 생활 같은 것-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 설명하는 것보다, 분위기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 집중해서 좋았다. 내레이션으로 삽입된 소설의 문장이 화면에 어울렸다. 때로 시를 읽고 있는 착각이 들게 했던 소설은, 때로 시를 ‘시청’하는 느낌을 주는 영화가 되었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에겐 더 불친절한 작품일 테다. 그랬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먼저 강이 아람 소영을 알고 있기를 잘 한 거 같다. 여전히 강이에게 지나치게 이입했고, 눈앞에 다가온 아람은 만만치 않았다.
읽으며 떠올렸던 강이 아람 소영 거의 그대로였다. 심달기를 제외한 두 배우는 전혀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도. 나는 관심이 없는 것에는 정말 관심이 없기도 해서, 걸스데이야 들어봤지만, ‘방민아’가 거기 속해 있는지는 몰랐다. 그는 내게 배우로 기억될 것이다. 방민아에게 힘껏 박수를 보내고 싶고, 심달기에겐… 절을 하고 싶다.
나는 겁쟁이라 건드려진 스노볼을 흔드는 것이 두려우므로 자세히 쓰지는 않을 것이다.
크레딧의 감사 목록에서 구교환을 찾았다. 절대 흔한 이름은 아니니 그 구교환이 맞을 거다. 구교환은 몇 년 전 이우정 감독의 <서울생활>(2013)에 출연했다. 심달기는 <세 마리>(2018)에서 이옥섭 구교환과 작업했다. 심달기 캐스팅에 구교환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일까 궁금하다. 쓸데없는 궁금증이다. 몰라도 별 상관은 없다.
<서울생활>은 재미난 작품이었다. 구교환, 이채은, 류혜영. 이판사판으로 가는가 싶더니 풍수지리란다. <뎀프시롤: 참회록>(2014)으로 꽂히긴 했지만, 구교환의 얼굴을 처음 본 작품이기도 하다. 또 나는 <경주여행>(2010)이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0) 속 배우 이우정의 얼굴을 알고 있다. 딱히 의식하고 보진 않았지만, 그가 감독으로서 만든 캐릭터와 은근히 닮은 데가 있었다. ‘그’ <최선의 삶>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데, 감독이 그라는 거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었고, 별 수 없이 기대도 하고 말았는데……..
그럼 이제 감독님께 슬며시 들이밀고 싶은 한국 현대 소설이 몇 개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