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지 않게 존대로 적습니다. 읽는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offence를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니까.. 구교환 배우가 요즘 대세라면서요? 나는 2014년도부터 덕질했어!!하고 배 내밀려는 건 아닙니다. 아니.. 전혀 아니라면 거짓말이고요. 별로 조용하지 않게 좋아했던 아티스트들이 모르는 새에 펑 뜰 때마다 솔직히 서운했지만, 이기적인 마음임을 알고 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예술을 접하게 된 걸 기뻐해야 마땅하죠! 이제 더 이상 인디스페이스나 아트나인이나 KU시네마테크 GV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긴 힘들겠구나 (메기 GV 세 번 간 사람) 해서 좀 싱숭생숭은 합니다.
근데, 그 서운함에 그럴 만한 까닭이 있기도 해요. 뮤지션들은 유명해지고 소속사가 바뀌고 해도 어쨌든야 자기 음악을 만드는 건데, 배우들은 한 번 상업영화로 유명해지면 (잘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기회는 많아지는데, 그 폭이 어떤 면에서는 좁아지기도 할 거 같거든요. 영화는 아주아주 많은 역할들이 모여서 만드는 거고, 배우는 그 중 하나죠. 상업영화 한 번 하고 이제 안 해 할 수는 없을 거 아니야.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는데.
배우님 선택 당연히 존중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매력과 실력을 알고 좋아하게 돼서 기뻐요 정말로. 반도나 킹덤 모가디슈는 아마 영원히 안 볼 가능성이 높아도, 유튜브에 콘텐츠 늘어나서 즐겁구요. 근데 또 그 팬층이 상업영화 한정인 거면, 저는 좀 아쉬워요. ‘구교환 여자친구’ 이런 걸로 이옥섭 감독님이 검색되면 또 괜히 속상하단 말이에요. 어 그래서 하려는 얘기가 뭐냐면. 기우일 수도 있어요. 그치만 걱정이 돼서 적어놔야겠어. 구교환은 혜성처럼 나타난 게 아니거든요. 누군가에겐 뉴페이스겠지만 십 년 전부터 거기 있었어요. 영화 만들었고요. 연기 계속 했어요. 독립영화는 항상 거기 있었거든요. 독립영화는 영화인들이 상업영화로 가는 경력을 쌓기 위한 발판 그런 거 아니고 독립적인 예술작품입니다. 각자마다 영화를 보는 목적과 취향이 다를거고요, 저와 반대로 한국 상업영화 쪽이 호인 분들이 더 많이 계시겠지만요. 세상엔 다양한 플롯과 주제와 연출과 캐릭터와 제작방식과 예산을 지닌 영화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제가 사랑하는 류혜영 엄태구 이제훈 박정민 이주영…. 배우님들 모두, 상업작으로 유명해지기 전에 찍은 정말 멋진 독립영화들이 있답니다.
와우 정말 내 보잘것없는 필명대로 주제모르는 글이 되어버렸잖아! 휴 내가 뭐라고 이렇게 열을 낸단 말입니까.. 고백하자면 COVID19 때문에 극장에 가는 빈도가 확 줄면서, 한국 독립영화를 전보다 훨씬 덜 보게 되었어요. 전엔 이것저것 다 봤었는데 이제 꼭 봐야 하는 작품으로 선택해야 하니까.. 취향에 따라 주로 해외 예술영화를 보게 되고.. 꼬박꼬박 보던 마블/DC코믹스 히어로물도 안 보게 되긴 했지만. 아무튼 그래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좀 없어져 버렸네요…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다시 극장으로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어디서 구교환 특별전 같은 거 해주면 안될까요. 대세라잖아. ㄲㅇㅈㅇ은 어쩔 수 없지만.. 다들 메기 봐야 돼. 우리 손자 베스트도 봐야 돼. 연애다큐 4학년 보경이 whereismyDVD 또 남매의 집 뎀프시롤참회록!!!도 보셔야 된다구요. 오 내가 강요를 하고 있잖아, 모두 철회합니다(라고 적어놓고 또 삭제하지는 않네). 누가 나보고 반도 봐야 돼!! 낙원의 밤 봐야 돼!! 하면 끔찍할 거 같아요.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마스크 안 쓰던 시절 이옥섭 구교환 지브이 n번 갔다고 구질구질하게 자랑 하는 글입니다. 이게 다 이옥섭영원히사랑해를 외치기 위한 수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