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않인 Sep 10. 2021

그들은 거기 있었어



답지 않게 존대로 적습니다. 읽는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offence를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니까.. 구교환 배우가 요즘 대세라면서요? 나는 2014년도부터 덕질했어!!하고 배 내밀려는 건 아닙니다. 아니.. 전혀 아니라면 거짓말이고요. 별로 조용하지 않게 좋아했던 아티스트들이 모르는 새에 펑 뜰 때마다 솔직히 서운했지만, 이기적인 마음임을 알고 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예술을 접하게 된 걸 기뻐해야 마땅하죠! 이제 더 이상 인디스페이스나 아트나인이나 KU시네마테크 GV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긴 힘들겠구나 (메기 GV 세 번 간 사람) 해서 좀 싱숭생숭은 합니다.


근데, 그 서운함에 그럴 만한 까닭이 있기도 해요. 뮤지션들은 유명해지고 소속사가 바뀌고 해도 어쨌든야 자기 음악을 만드는 건데, 배우들은 한 번 상업영화로 유명해지면 (잘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기회는 많아지는데, 그 폭이 어떤 면에서는 좁아지기도 할 거 같거든요. 영화는 아주아주 많은 역할들이 모여서 만드는 거고, 배우는 그 중 하나죠. 상업영화 한 번 하고 이제 안 해 할 수는 없을 거 아니야.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는데.


배우님 선택 당연히 존중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매력과 실력을 알고 좋아하게 돼서 기뻐요 정말로. 반도나 킹덤 모가디슈는 아마 영원히 안 볼 가능성이 높아도, 유튜브에 콘텐츠 늘어나서 즐겁구요. 근데 또 그 팬층이 상업영화 한정인 거면, 저는 좀 아쉬워요. ‘구교환 여자친구’ 이런 걸로 이옥섭 감독님이 검색되면 또 괜히 속상하단 말이에요. 어 그래서 하려는 얘기가 뭐냐면. 기우일 수도 있어요. 그치만 걱정이 돼서 적어놔야겠어. 구교환은 혜성처럼 나타난 게 아니거든요. 누군가에겐 뉴페이스겠지만 십 년 전부터 거기 있었어요. 영화 만들었고요. 연기 계속 했어요. 독립영화는 항상 거기 있었거든요. 독립영화는 영화인들이 상업영화로 가는 경력을 쌓기 위한 발판 그런 거 아니고 독립적인 예술작품입니다. 각자마다 영화를 보는 목적과 취향이 다를거고요, 저와 반대로 한국 상업영화 쪽이 호인 분들이 더 많이 계시겠지만요. 세상엔 다양한 플롯과 주제와 연출과 캐릭터와 제작방식과 예산을 지닌 영화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제가 사랑하는 류혜영 엄태구 이제훈 박정민 이주영…. 배우님들 모두, 상업작으로 유명해지기 전에 찍은 정말 멋진 독립영화들이 있답니다.


 

와우 정말 내 보잘것없는 필명대로 주제모르는 글이 되어버렸잖아! 휴 내가 뭐라고 이렇게 열을 낸단 말입니까.. 고백하자면 COVID19 때문에 극장에 가는 빈도가 확 줄면서, 한국 독립영화를 전보다 훨씬 덜 보게 되었어요. 전엔 이것저것 다 봤었는데 이제 꼭 봐야 하는 작품으로 선택해야 하니까.. 취향에 따라 주로 해외 예술영화를 보게 되고.. 꼬박꼬박 보던 마블/DC코믹스 히어로물도 안 보게 되긴 했지만. 아무튼 그래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좀 없어져 버렸네요…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다시 극장으로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어디서 구교환 특별전 같은 거 해주면 안될까요. 대세라잖아. ㄲㅇㅈㅇ은 어쩔 수 없지만.. 다들 메기 봐야 돼. 우리 손자 베스트도 봐야 돼. 연애다큐 4학년 보경이 whereismyDVD 또 남매의 집 뎀프시롤참회록!!!도 보셔야 된다구요. 오 내가 강요를 하고 있잖아, 모두 철회합니다(라고 적어놓고 또 삭제하지는 않네). 누가 나보고 반도 봐야 돼!! 낙원의 밤 봐야 돼!! 하면 끔찍할 거 같아요.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마스크 안 쓰던 시절 이옥섭 구교환 지브이 n번 갔다고 구질구질하게 자랑 하는 글입니다. 이게 다 이옥섭영원히사랑해를 외치기 위한 수작이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