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트>(2021) 스포일러(?) 포함
<인사이드 르윈>(2013) 장면 묘사 포함
넷플릭스 필름 <더 패밀리>를 봤다. 아야노 고는 한 감독과 여러 작을 같이 한 적이 별로 없다. <신문기자>의 후지 미치히토 감독과 연이어 세 작품을 같이 했길래 이런 적 거의 처음이지 싶어 합이 궁금했다. 별로일까봐 걱정도 됐다. 작품은 취향은 아니었지만 괜찮았고, 연기도 그랬다. 아야노 고가 드디어! 임자를 만났구나 하고 기뻐했다. 아야노 고 신작이 나올 때마다 항상 반은 기대하고 반은 불안해하며 기다렸는데, 이제 이 까다로운 팬은 한시름 놨다. 이 페어링이 쭉 갔으면 좋겠고, 더 바라본다면 그 안에서 다양한 범위의 캐릭터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아직까진 강한 남성 리드 같은 느낌인데.. 아발란치를 봐야 알겠다. 보면 또 이어 적게 될수도. 그리고 역시 버리지 못한 오미보 이상일과의 다음 작업..
아담 드라이버는 하도 임자를 여럿 만나서 탈이다. 최근엔 리들리 스콧과 만나더니 연달아 두 개를 찍어버렸다. 그러나 역시 꼽자면 노아 바움백이다. 바움백 월드 안에서 그의 캐릭터가 변하고 넓어지는 걸 보니 기쁘다. <화이트 노이즈>는 소설이 원작이던데 기대 중이다. 확실친 않지만 바움백의 또다른 원픽이자 시나리오 파트너인 그레타 거윅이 나온다는 거 아닌가. 성사 된다면 프란시스 하 리유니온! 바쁜 감독님의 연기를 오랜만에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설렌다.
‘거장’이라고 불리는 감독들이 아담을 자꾸 데려간다. 원앤온리 짐 자무쉬는 예외로 해도, 코엔 브라더스,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소더버그, 테리 길리엄, 스파이크 리, 레오 까락스, 리들리 스콧. 결과물은 돈키호테 빼곤 다 되게 괜찮았다. 그러고 보니 왠지 여성 감독과의 작업이 별로 없다. 뭔가 왠지 알 거 같은데- 기성의 남성 감독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 자꾸 캐스팅 되는 통에 ‘다른’ 기회가 없지 않았을까 싶은데 음 모르지. 그의 유일한 티비쇼 <걸스>에서 상대역이자 크리에이터이기도 한 레나 던햄의 디렉팅을 받은 적은 있다. 그레타 거윅이 아담 드라이버를 디렉팅하면 어떨까. 감독님의 시네마틱 bff 시얼샤 로넌 티모시 샬라메와 같이 나오면 어떤 그림일까 좋은 의미로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네트는 보고 싶다기보단 정말 궁금한 영화였다. 처음엔 레오까락스?인데 뮤지컬? 뭘까 했는데 캐스팅에 아담 드라이버가 있는 거 아닌가. 한 번도 떠올려 보지 않은 조합이어서 찍는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몹시 궁금했었다. 근데 작품도, 그 속의 아담도 굉장했다. 감독이랑도 잘 맞았던 거 같고. 캐릭터는 분명 언러버블한데 재능이 블루밍했달까. 아담 드라이버는 본인만 모르는 코미디력이 잔뜩 있는 배우다. 아담이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싶다는… 그런….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망이 생겼다. 정말… 아담 드라이버의 노래는 필요한지도 몰랐던 내 삶의 필수요소라는 걸 깨달았고.. 요새 아네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특히 You Used to Laugh를 되풀이해 듣는다. 너무 toxic한데 계속계속 듣게 된다. 그렇게 아네트가 며칠 동안 나를 지배했다.
진짜 아담 드라이버는 사람들이 자길 좋아하든 말든 상관 없구나, 무슨 역할이든 좋은 작품에서 열심히 연기를 하는 거구나. 하고 몹시 깨달은 나머지 너무 돌아버려서는 쓴 게 최근의 -Adam Driver as ‘Unlovable’ Guys- 이 글이다. 자크 르 그리와 헨리 맥헨리를 돌이키는 건 상당히 스트레스 받는 작업이어서 되도록 안 하려고 했는데, 아네트 본 다음다음다음날인가 종일 아담 드라이버 생각만 하다 퇴근을 했고, 랩탑 앞에 앉자마자 그냥 정신없이 한 페이지를 휘갈겼다. 그렇게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래도 헨리 맥헨리는 자크 르 그리와는 다르게 덕질포인트가 있는-물론 아담에 대한- 캐릭터여서 나름 견딜 만 했다.
바로 그 언러버블한 헨리 맥헨리를 연기한 아담이, 엔딩 크레딧이 거의 다 올라갔을 무렵 다시 배우의 얼굴로 크루와 함께 등장해 노래하며 행진하다, 데빈 맥도웰(아네트 역)과 같이 뛰어다니며 넘어질까봐 눈을 떼지 못하고 쫓아다니는 모습이-그게 또 클로즈업된 것도 포커스가 잡힌 것도 아니고 크라우드 속에서 작게 보였는데- 팬에게는 얼마나 wholesome한 모먼트 였는지.
그래서, 아담 드라이버 필모를 깰 거다. 깰 만 하니까 깨는 거다. 좋아하는 배우 작품을 다 보겠다는 열정이 넘치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진 않다. 굳이 한 배우 작품을 다 찾아보진 않는다. 글 꾸준히 쓰기 시작하고 더 그렇다. 덕질하는 배우가 나온다는 사실이 작품을 보는 까닭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유일한 까닭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딱 봐도 취향이 아닌 걸 보면 정신력과 시간이 아깝다. 구교환은 2X9 외에도 흥미로워 보이는 작품들에만 나와서(본인이 연기로 씬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도 있고), 전엔 나 구교환 나오는 거 다 봤어!이런 쓸데없는 뿌듯함을 갖고 있었는데 상업영화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그렇지만은 않게 됐다. 아무튼 응원하구… 티모시 샬라메는 애초에 작품이 몇 없었어서 그냥 개봉하는 족족 보면 됐기 때매 딱히 필모깨기라고 부르지 않겠다.
아담 드라이버의 필모는, 훑을 가치가 있다. 대부분 시놉시스만 봐도 보고 싶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냥 기분이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고 그렇다. 그 기나긴 <사일런스>를 본 것도 아담이 심각하게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다, 거의 세 시간이지만 마틴 스콜세지니까 견딜만 하겠지(조지 해리슨을 재밌게 본 후로 그의 긴 영화에 대한 호감이 있다.) 뭐 그런 사고흐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인사이드 르윈>도 미루고 미루다가 아담이 단역으로 나오길래 봤고. 결론적으론 둘 다 좋았다. and 미스터 케네디 gets me everytime.. 르윈이 친구 녹음하는데 불려가서 노래를 해보는데, 갑자기 어떤 이상한 놈이 이상한 효과음 넣어서 혼자 흠칫 하는 모먼트 정말 웃겼다. 오스카 아이작이랑 아담 다음에 같이 한 작품이 스타워즈라니 좀 너무해. 둘이 같이 또 영화 속에서 노래하는 거 보고 싶다. <헝그리 하트>도 전부터 궁금했던 작품. <아이 엠 러브>와 <행복한 라짜로>의 알바 로르워쳐와 호흡을 맞췄다. 보면 결혼이야기랑 엮어서 ~Adam Driver as husbands in crisis~ 이런 따위의 글을 쓸 거 같아서 지금까지 못 보고 있었다. 쓰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보겠다(?플래그인가)
아무튼 지금은 막 글 두 개를 다 썼으니 쉴 겸 영원히 안 볼 것 같았던 걸스를 보기로 했다. 아담의 유일한 드라마. 주인공의 애인 비슷한 걸로 나오는 듯 한데, 무려 HBO인데다 시즌이 여섯 개나 된다. 덕질모먼트가 잔뜩 나올 것으로 예상….
….했는데 아담 새클러는 -일단 첫 3화까지는- 너무 못 견디겠는 인간이다. 이름도 아담이라니 진짜 진짜 못 견디겠다. 와중 아무 생각 없는 자 특유의 매력이 있긴 해서 더 화가 난다. 프란시스 하 레브는 재수 없고 가볍긴 해도 사람이 예의가 있고 선은 지키는 놈이었는데 이 새키는.. 시즌6까지 나오는 거 보면 캐릭터 디벨롭이 있는 거 같긴 한데 참고 봐야겠다.
다음에 볼 그의 영화는, 더 리포트가 2년만에 갑자기 개봉하지 않는 이상 헝그리 하트 혹은 하우스 오브 구찌가 될 테다. <라스트 듀얼>은 마르그리트의 이야기였고, <아네트>는 아네트의 이야기였다. 봐야 알겠지만- <하우스 오브 구찌>는 아마, 마우리치오보다는 파트리치아의 이야기일 것으로 짐작한다. 구찌도 구찌 일가 얘기도 한 개도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에 세인트 빈센트가 구찌 쇼였나 게스트로 나갔었지(?) 뭐 그렇다. 루이비통도 내겐 코디 펀이 모델하는 브랜드에 불과한 것이다.. 얘기가 샜는데, 무심코 오피셜 클립을 보고 두근거려서 혼났다. 아 맞아 이런 악센트!를 쓰는 작품이었다! 아네트 속 그의 발음에서 다른 억양을 기대하게 하는 모먼트들이 있었는데. 아무튼 덕질포인트다. 안경에 단발머리도 너무 덕질포인트다. 그러다 갑자기, 레이디 가가 연기하는 모습이 상당히 낯이 익어서 무얼까 하고 곰곰 생각했다. 분명히 스타이즈본은 아닌데.. 아,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였다. 그유명한 호텔 카운티스. 그때는 맷 보머 사라 폴슨 에반 피터스 데니스 오헤어 캐시 베이츠 클로에 세비니 핀 휘트록…. 등등의 엄청난 배우들 사이에 섞여 있던 통에, 뮤지션, 퍼포머, 스타로서의 그를 매우 리스펙함과는 별개로, 여기선 패션과 분위기만 멋지군, 뭐 그렇게 넘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는 어떨까 궁금하다.
새삼 아담 드라이버 작품을 본 순서가 우연히 탁월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패터슨과 프란시스 하를 보고 로건 럭키에 블랙클랜스맨, 다시 짐 자무쉬로 돌아가 데드 돈 다이와 위 아 영 사일런스 인사이드 르윈 등등 그리고 메리지 스토리에 스타워즈 시리즈까지 갔다가 라스트 듀얼과 아네트까지. 시간 순으로 봤으면 첫인상이 확 달랐을 거 같다. 와 첫인상이 패터슨이어서 다행이었다. 배우 본인이랑 가장 닮은 인물도 패터슨일 거 같고. 짐 자무쉬와 아담 드라이버가 서로를 찾아냈다는 게 괜히 주제넘게 감격스럽다.
그래서, 아담 드라이버가 짐 자무쉬와 영원히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다. 일단 자무쉬 영화에는 lovable 하지 않은 캐릭터가 거의 없다. 아니 이 배우와 이 감독은 정말, 김혜리 기자님 말대로 ‘영혼의 단짝’ 같다. 저기 One of my favorite 감독님, 차기작 쓰고는 계신 건가요. 어쩌면 자무쉬의 뉴원픽 아담 드라이버가 너무 바쁜 게 문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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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걸스 시즌1 7,8화 보고 아담 새클러 좋아짐 전무후무하게 이상하고 스윗한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