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않인 Feb 18. 2022

그들의 임자들 지버리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아야노 고




2022. 2. 9.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필모를 쌓다가 종종 색다른 선택을 하는 배우다. 기준이 있으면서 안주하지 않는달까. 그래서 글 쓸 때 잡았던 포인트도 ‘최근 몇 년의 작품 선택’ 이었다. 그에게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수면의 과학이 아닌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리미츠 오브 컨트롤. (아니 여기서 또 짐 자무쉬가) 물론 수면의 과학을 보고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은 맞다. 새삼 오래된 덕질이다. 미셸 공드리는 이제 그리 좋아하진 않는데 가가베는 하나 볼 때마다 새삼 좋다. 그의 연기를 꾸준히 찾게 되는 까닭은 많지만- 연약하고 때로 찌질한 면을 감추지 않고 막 내놓는 게 정말 좋다. 그게 결국 자신이 아닌 상대 배우를 빛내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왜 갑자기 이러냐면 어제 영화관에서 나쁜 교육을 봐서 그렇다. 역시 첫 관람은 영화관. 언젠간 기회가 있을 거 같아서 안 보고 있길 잘했다. 진행 중인 글 3+a 개를 다 쓰면 가가베 필모 중 빼먹은 것들을 볼까 한다. 그의 필모는 역시 조금 의심스럽다. 나는 가끔 그가 말은 않지만 마음속으론 코뮤니스트가 아닐까 즐겁게 궁금해한다.


가가베 최근 필모에서 두드러지는 이름은 역시 파블로 라라인.  피노체트는 아직  봤지만, 네루다와 에마  그는 매우 찌질하고 아름다웠다.  감독이 재키 이후 에마를 찍은  보면 스펜서 이후 다시 칠레에서 작품을  수도 있겠다 싶은데, 여성 리드 가가베 서포트 기대해 본다. 영어도 멋지지만 역시 가가베는 스페니시 대사를 쳐야 된단 말이다.


<나쁜 교육>(2004),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다이너마이트! 라고 적힌 올드 포스터.


2022. 2. 17. 아야노 고.

* <더 패밀리>(2021) 스포일러.


배우가 감독 임자를 만났는데 그게 내 취향이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레타 거윅 노아 바움백. 아델 아에넬 셀린 시아마. 가랑스 마릴리에 줄리아 뒤크루노. 그레타 거윅 시얼샤 로넌 티모시 샬라메. 츠마부키 사토시 이상일. 루카 구아다니노 틸다 스윈튼. 음 적어도 두 작품은 해야 언급할 수 있지. 외에도 매우 많다. 웨스 앤더슨과 짐 자무쉬, 아담 드라이버는 너무 여럿이고 이옥섭 구교환은 애초에 2X9였으므로 예외다. 마츠 다카코 나카시마 테츠야는 내 뇌가 고백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해서 패스다.


아야노 고 in 후지 미치히토 쓰면서 다시 찾아봤더니 아야노 고, 몇 번 같이 찍은 감독이 아예 없진 않다. 시리즈물 제외하면 64/약속의 땅 제제 타카하사, 여름의 끝/무곡 쿠마키리 카즈요시, 바람의 검심/에이리 오오토모 케이시 감독. 근데 이렇게 짧은 텀으로 연속 주연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중에 이와이 슌지나 이상일 작품에 또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필모 바탕으로 새로운 조합을 멋대로 구성해 봤다. 이상일 미츠시마 히카리 아야노 고 이런 그림. 전에 그린 나이트 보고 데이빗 로워리 데브 파텔 루니 마라를 상상했었다. 둘씩 작업한 내력이 있어서 그 케미를 아는데 셋이 같이 한 적은 없는-  뭐, 실현 가능성은 낮다.

<여름의 끝>(2013).


사실 후지 미치히토의 경우 연출, 특히 더 패밀리 연출은 감탄한 부분이 많았지만 캐릭터 구성엔 종종 올드함이 보여서 완전히 좋아하는 감독으로 분류하고 있진 않다. 더 패밀리에서 가장 별로였던 점은 유카에게 폭력적으로 구는 겐지를 ‘츤데레’ 서사로 넘긴 거. 그치만 겐지가 상당히 두드려 맞았던 데다가(그걸로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글에 썼듯 오노 마치코랑 아야노 고 호흡이 좋았고, 둘이 인터뷰에서 너무 귀엽고 웃겼기 때문에… 둘 다 더 잘 되라는 마음으로 찝찝함을 꾹 눌렀다.


제멋대로인 팬으로서, 아야노 고의 특정한 연기를 선호해 왔다. 아웃사이더적으로 여린(분노, 약속의 땅), 부드럽고 상냥한(최고의 이혼, 코우노도리) 혹은 내면으로 파고들며 고통 받는(그곳에서만 빛난다) 그런, 아예 흐물흐물하거나 힘없이 어두운 인물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무라카미에 대한 편애가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해도, 정말 너무했다. 글 고치면서 장면장면 떠올릴 때 마다 새삼 감탄했다.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그 연기들을 안 쓸 수가 없어서, 였다.


픽션 보면서 잘 울고, 또 울었던 걸 잘 기억한다. 근데 신문기자는 아야노 고에 놀래면서 봐서 울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사실 더 패밀리도 처음 봤을 때 울었다. 이번엔 연기 따려고 봤는데 또 울었다. 이게 다 아야노 고 때문이다. 최근에 또 콩트가 시작된다 보고 스다 마사키 연기 더 깊어졌네 하며 줄줄 운 바 있으므로, 곧 MIU404랑 그곳에서만 빛난다를 다시 봐야만 하겠다. 무라카미랑 하루토 둘 다 울다가 웃다가 하는 표현이 최고였다. 솔직히 MIU404는 아야노 고 보다는 스다 마사키. 9, 10, 11화 한때 얼마나 돌려 봤는지 모른다.


그런데 말이지, 아야노 고는 잘 달린다. 인터뷰에서 몇 번 말해서 육상부 출신인 거 알고는 있었는데 딱히 의식하진 않았다. 근데 MIU404가 문제였다. 이부키가 ‘무식하게’ 잘 달린다는 설정이었고 그게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 몹시 잘 달려서 머릿속에 팍 박혀 버렸다. 쿠즈미가 질려하는 표정 증말 잊을 수가 없다. 그 후로 아야노 고가 화면 속에서 달릴 때마다 생각나서 집중이 안된다. 열아홉 야마모토 겐지가 목숨 걸고 도망가는 진지한 장면에서 오 육상부 이러고 웃었다. 미안하구나….


<더 패밀리>(2021). 오 양아치..


그래서 2월 9일 이후 3+a 끝나고 또 아야노 고 쓰느라 아직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필모를 못 살폈고, 하프 얼라이브 새 앨범이 나왔는데 써야 할 포인트가 들려버려서 MIU404도 언제 다시 볼지 모르겠다. 좋은데 안 좋은데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