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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제모름 Mar 09. 2022

들어봤지 비질랜티

드라마




* 언급하는 작품들의 핵심 전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언맨, 원더우먼, 배트맨, 스파이더맨과 같은 ‘수퍼히어로’, 이들을 일컫는 다른 말은 ‘자경단vigilante’. 거슬러 올라가면 홍길동이나 로빈 후드와 같은 ‘의적’까지 아우르는 표현이다. 형태와 동기, 윤리적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법에 구속 받지 않고 ‘정의’를 추구한다는 점은 같다. 법이 보호하지 못하거나 도리어 억압하는 이들을 돕기도 한다. 수퍼히어로를 다룬 영화나 TV시리즈가 인기를 끌며, ‘빌런’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하는 그들의 활약이 화려한 영상으로 담겨 왔다. 허나 외계인이나 초능력은 이번 주제가 아니다. 초현실적 요소가 배제된 ‘현실’만을 배경으로, ‘자경단’에 대한 각기 다른 시선과 고민을 던지는 픽션 몇을 가져왔다.

 

 

1. <데어데블(Daredevil)>(netflix & marvel) 시즌2  

 

낮엔 동료 포기, 캐런과 함께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법의 힘으로 보호하는, ‘보기 드문’ 변호사 맷. 아이러니하게도 밤에는, 복면을 쓰고 법의 눈을 피해 ‘나쁜 놈’들을 때려 잡는 ‘데어데블’로 변신한다. 경찰까지 유착된 거대한 음모로부터 헬스키친을 건져내기 위해 몸을 던지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그래도 법으로 해결해야…’ 따위의 말은 쑥 들어가 버린다. 홀로 범죄자들과 싸우며, 상대를 죽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다쳐도 병원에 가질 못하고, 때로 누명까지 쓰는, 그러는 내내 ‘내면의 악마’를 걱정하며 고뇌까지 하는, 이토록 ‘갑갑하고’ 멋진 ‘영웅’ 맷 머독. 그에게 눈물과 응원을 함께 보낼 수밖에.

 

그러나 다음 시즌, 범죄 조직을 통째로 날리며 ‘나쁜 놈’이라면 죄다 죽여버리는 프랭크, 일명 ‘퍼니셔’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자경단’ 이라는 행위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맷은 ’누구든 절대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프랭크를 막으려 애쓰지만, ‘데어데블의 행위가 ’퍼니셔‘ 같은 이들의 등장을 허용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현실의 ’헬스키친‘ 들에도 법이 닿지 않는 곳의 어둠을 심판할 ’데어데블‘과 ’퍼니셔‘가 있다면, 좋을까? 얼마나? 그들을 ’어느 선까지‘ 믿을 수 있을까?


<데어데블>(netflix & marvel) 시즌2. IMDB.



2. <크리미널: 영국(Criminal: UK)>(netflix) 시즌2, 3화, ‘다니엘’

 

독일, 스페인, 영국, 프랑스. 유럽 네 국가의 범죄 수사를 ‘신문’이라는 단계에 집중하여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크리미널>. 한정된 시공간, 오로지 대사 주고받기로 만들어내는 긴장이 색다른 몰입감을 부여한다. 구성은 동일하나 각국의 배경과 문화에 따른 특징이 있어, 비교하며 보면 또 달리 흥미롭다. 안타깝게도 국가적 차이와는 무관한 어떤 ‘재미’의 완성도에 차이가 있었는지, 다음 시즌이 제작된 것은 영국 뿐이다. 아무튼 <크리미널: 영국> 시즌2는, ‘재미있다’. 사건들이 전 시즌 못지않은 고민의 덩어리를 내려놓으면, 종종 귀엽고 ‘떡밥’ 회수까지 완벽한 형사들의 사적인 곁가지가 그 사이를 메꾸며 풀어준다.

 

끝에서 두 번째 에피소드의 용의자 ‘다니엘’은, 소아성애자를 인터넷상으로 ‘사냥’하는 ‘자경단’의 운영자다. 십 대의 프로필을 만들고, 부적절하게 접근하는 성인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신상을 캐내 알리는 것이 그가 속한 단체의 방법이다. 자신만만한 스스로의 말처럼 그는 정말, ‘제 일을 제대로 않는 이들을 대신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 걸까?


<크리미널: 영국>(netflix) 시즌2. IMDB.



3. <아발란치(Avalanche)>(KTV)

Feat. <MIU404>(TBS)

 

선배를 두들겨   한직으로 좌천된 신참 형사 사이죠. 첫날,  상사 야마모리는 운전만 시키곤 그를 버려둔  어디론가 가버린다. 따라가 ‘실수 잠그지 않은 문을 열자, 하부와 동료들이 환대(?) 주는데……. 그곳은 ‘아발란치 아지트. 법망을 넘나들며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부패한 권력자들과 싸우는 ‘이다.  마지막 단계는 , 폭로. 이들의 방송을  대중들의 반응으로 사회적 ‘눈사태avalanche’ 시작된다. 인위적으로 테러를 일으켜 국가적 불안감을 높인 , 대테러 특수 조직을 만들려는- ‘오오야마 음모를 막는 것이, 아발란치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들의 ‘어떻게 물론 통쾌하고, 멤버 대부분이 경찰이나 정부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점을 알게 되면 그에 대한 ‘또한 논리적/감정적으로 모두 납득할  있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는 대개 ‘폭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작품은 이후 거짓정보에 휘둘리는 인터넷 여론 또한 묘사한다.) 물론 <아발란치> 픽션이니,  멋진 ‘미치요와 친구들, 일단 응원하면 된다.

 

재미있게도 <아발란치>의 주연 배우 아야노 고의 전년도 출연작 <MIU404>는, 그러한 ‘폭로’가 남용되었을 때의 부작용이 드러나는 사건들이 이어진다. 3화, 허위 신고를 한 고등학생들의 신상이 인터넷에 퍼진 상황, 404팀 대장 키쿄의 대사, “이들은 필요 이상으로 사회적 제재를 받고 있어. 죄를 판가름하는 것은 사법의 일, 세간이 마음대로 사적 제재를 더해도 되는 이유는 되지 않아.”를 통해, 작품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아발란치>(KTV). 왓챠피디아.




+

맷의 ‘초감각’을 초현실적 요소로 보아야 하는지 고민했으나, 시각을 잃은 후 발달한 타 감각을 훈련으로 증폭 시키는 건 어쨌든 현실에서도 ‘가능’한 바라는 결론을 내렸다. 작품 자체가 현실과 닿아 있기도 하고. 아니 뭐 그냥…. 맷 머독은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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