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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않인 Feb 22. 2022

‘이상한’ 수녀들

영화



 

* 언급하는 작품의 핵심 전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절제와 순결의 상징인 수녀원을 배경으로, 그곳의 거주자인 수녀들의 다채롭고 ‘이상한’ 욕망을 그린 영화들. 사랑은 필수, 대상은 그들의 선택이다.  

 


1. <나쁜 버릇(Entre Tinieblas)>(1983, 페드로 알모도바르)  


선명한 레드와 함께 떠올리게 되는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극 초기작이다. 위기에 몰린 가수 욜란다가 한 수녀원으로 몸을 피한다. 근데 여기 좀, 이상하다. 누구는 야설을 쓰고, 누구는 늘상 약에 취해 있고, 누구는 갖가지 맹수를 기른다. 원장 수녀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 시대에 여자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입체적이고 흥미롭게 담은 남성 감독이 있었다니. 특유의 대담한 전개와 강렬한 감정, 비비드한 색 배치와 연출이 거의 실험적으로 맞물려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지만, 취향에만 맞으면 마구 웃으며 볼 수 있다. 처음부터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함께 작업했고 이후로도 여러 작품을 함께한 배우 카르멘 마우라가, 반려맹수를 여럿 둔 수녀로 출연했다.  


<나쁜 버릇>(1983)



2. < 리틀 아워즈(The Little Hours)>(2017, 제프 바에나)


<라이프 에프터 베스>(2014)로 호흡을 맞춘 파트너 제프 바에나와 오브리 플라자, 그리고 역시 파트너인 데이브 프랑코와 앨리슨 브리까지 가담해 찍은, 또 다른 ‘괴상한 코미디’다. 이번 배경은 좀비 아포칼립스가 아닌 중세 수녀원. 욕망에 충실한 젊은 수녀들은 앞다퉈 새로 들어온 핸섬 가이에게 ‘무서운’ 관심을 보인다. 알코올에 관대한 신부는 원장 수녀와 사랑에 빠진 채다. 이들의 행동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고, 결국 위치크래프트까지 등장하는데… 죄다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갈 데까지 끌고 가다가도, 결론 만큼은 따스하고 밝다. 사랑에 대한 긍정. 아참, 오브리 플라자에게 여러분이 기대하는 그 느낌, 충분히 있다.


<더 리틀 아워즈>(2017)


 

3. <베네데타(Benedetta)>(2021,  버호벤)


논란을 일으킨 실존 인물 베네데타를 바탕으로   버호벤의 작품. 전작 <엘르>(2016) 이어 윤리적으로 ‘경계에 있는여성이 주연이다. 성모 마리아가 자신의 소원을 들어 준다고 믿는 베네데타, 예수를 진정 ‘정인으로 여기는 수녀인 동시에,  여자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여자다. 그의 손과 이마엔 성흔이 생기고, 입은 신의 말을 전한다. 적나라한 연출, 연기, 전개에 내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언뜻 ‘ 데까지 가는듯한 장면들은, 종교와 교회에 대한 비판과 질문을 담고 있다. <시빌>(2019)에서 휘몰아치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감탄을 자아냈던 프랑스 스타 배우 비르지니 에피라가, 위험한 욕망을 또다시 폭발시켰다.


<베네데타>(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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