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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제모름 May 27. 2022

You cant treat Wanda like that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속 완다의 취급에 대하여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들, 주로 <완다비전>(2021)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의 핵심 전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정하지 않는다. 완다 막시모프는 빌런으로 처음 등장했다. 그런데… 빌런인데 빌런이 아니었다. 폭격으로 부모를 잃고 이틀 동안 갇혀 있던 막시모프 남매는 자라 복수를 결심했다. 그 방법과 방향이 잘못됐음을 다 깨달을 새도 없이 방금 전까지 적이었던 이들에게 협력해 울트론에 맞서야 했고, 그 와중 피에트로는 타인을 구하려다 죽고 말았다. 죄책감, 상실감, 트라우마, 자아 혼란 등등 온갖 것들과 함께 홀로 남겨진 완다에게 ‘어벤져스 가입’ 외 선택지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은 묻어두더라도, 그쪽 세계는 그에게 특히 가혹했다. 애초에 딱히 사랑 받기 위해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을 구하려다 사상자를 낸 그를 세상은 필요 이상으로 미워하기 시작했다. (중략)

 

완다는 마음의 빈 곳을 채워 준 하나뿐인 상대를 제 손으로 죽여야 했고, 그마저도 아무 의미 없는 일이 됐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돌아와서 적을 무찌르고 보니 연인의 ‘시체’는 ‘국가 소유’가 돼 있었다. MCU의 스타트였던 토니 스타크에게 예를 표하는 행위가 과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승리의 막바지가 아니라 패배 도중 죽음을 맞이한 비전과, 한창 암울할 시기 스톤과 목숨을 맞바꾼 나타샤는 충분히 애도되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마블 작품 오프닝 비디오아트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얼굴을 볼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난다. 클린트와 완다가 나란히 서서 서로를 위로하는 장면만으론 부족했음을 마블 당신들도 알았기에 블랙 위도우 솔로무비와 완다비전을 만든 거 아니었나.

 

완다는 연인을 온전히 보내주기를 원했을 따름이었다. 전투 무기로 이용되고 싶지 않다던 비전의 뜻을 들어주려 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산산조각나 ‘삼십만달러어치 비브라늄’으로 다루어졌다. 그것을 목격한 완다의 복잡하고 아득한 고통이 무한한 능력과 만나 무의식중에 한 마을을 창조했다는 전개는, 놀랍거나 무섭기 전에 너무나….. 슬프지 않은가.

 

<완다비전>(2021). IMDB.


어쩌면 <완다비전> 마지막화를 본 다음다음날 <닥터 스트레인지: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를 본 내 탓일지도 모르겠다. (연출이나 플롯의 완성도, 어마어마한 특별출연들을 소비한 행태는 그렇다 ㅊ..칠 수 없지만 일단 그렇다 치고) 작품이 완다 막시모프를 다루는 방식을 보고 있자니 참기 힘들었다. 아무리 흑마법에 꼬였다 해도, 웨스트뷰의 일을 겪고 깨닫고 되돌려 놓은 완다가 유사한 실수에 빠지게 하다니 정녕 그게 최선이었을까. 굳이 아메리카의 능력을 빼앗으려 했던 까닭도 ‘맹목적인 모성’으로 대충 설명하더라. 이미 이성을 잃고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표현했던 것이겠으나 바로 그게, 완다를 그렇게 또다시 ‘뭔가에 휘둘리는’, ‘감정 컨트롤이 안 되는’(그래서 누가 깨우쳐줘야 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게 화나는 점 중 하나다. 심지어 최소한의 입체성조차 없었다. 그릇된 모성이 문제고 참된 모성이 해결방안이라니. 풀어나갈 주제가 그것밖엔 없었던 걸까? 완다가 빌런이라면 그를 막을 자는 그 자신 뿐이라는 건 맞는 말이지만, 스칼렛위치 타이틀을 걸고 영화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아직도 거기서 맴돌며 괴로워하게 가둬두다니 해도 너무했다.

 

이쯤 되면 이왕 흑마법에 꼬일 거 로키처럼 지구를 발아래 꿇리겠다는 음모라도 폈더라면 좋았을걸 싶을 정도다(완다라면 가능했을 거다). 그래 이건 너무 간 이야기인 거 안다. 그나마 완다의 행동에 ‘나름 그럴듯한/봐줄만한 이유’를 부여하려고 이 서사를 택한 거였겠지. 그렇다 해도, 각본이든 연출이든 캐릭터에게 너무 무례했다. 감독 스타일 고수하는 거 좋고 징그럽고 무서운 거 다 좋다 이말이다. 근데 완다의 아우라나 파워가 아니라 신체 자체를 말초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 소비해버린 건…. 좀 용서가 안됐다.

(‘스티븐 좀비’는 문제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론 사실 그것도 별로였지만 타당한 이유라도 있지 않았는가. 게다가 애초에 스티븐은 너무나 멋지고 이성적인 영웅이고 주인공이란 말이다. 그를 감성에 젖게 하는 건 오로지 복잡한 관계의 원앤온리 러버 크리스틴! 그는 이 우주에서나 저 우주에서나 스티븐을 도와준 후 포옹이나 키스로 마무리하는 예쁘고 완벽한 여자다. 오해 없길, 나는 스티븐 스트레인지를 좋아한다. 그러나 크리스틴과 함께 있는 그는 지루하다. 크리스틴이라는 인물이 재미없고 그들의 관계가 재미없어서다. 그는 필요할 때 스티븐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또 마침 필요할 때 그를 도와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매력있고 재능 넘치는 배우지만 차라리 그가 안 나왔으면 했다.)

 

<완다비전>(2021). IMDB.


<닥터 스트레인지: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는(어쩌면 마블은), 꼭 완다의 힘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혹은 새롭고 강한 빌런을 상상하는 것보다 편리하므로- 그를 상대편으로 밀어버린 것만 같았다. 만약 <완다비전> 마무리에 흑마법책을 던져 준 것부터가 닥터 스트레인지에 맞설 빌런을 구하기 위함이었다면 진심으로 할 말이 없다(아마 맞는 듯하다). 파워밸런스도 잘 맞고 마침 마녀이기도 하겠다 고전적으로 무섭게 써먹으면 되겠구나 싶었을까. 그쪽 세계 속 모든 사람이 그를 미워하듯 작품을 보는 이쪽 세계의 관객들 역시 그를 미워하길 바라는 듯도 했다. 완다 자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싫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완다는 그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처럼 파괴될 운명인걸까. 마블은 기어이 마녀사냥을 저질러온 이쪽 세계의 ‘전통’대로 스칼렛 위치를 처분할 요량인걸까. 앞선 질문들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억측이겠지만, <완다비전>의 끝에 등장한 ‘비전’을 긍정적인 복선으로 점쳐도 되는 걸까 나는 또 불안하다.

 

 


+

화나서 너무 시니컬하게 썼는데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사랑하고 샤를리즈 테론…. 사랑합니다…. (근데 마블은 네딕트   줬으면)


++  

<완다비전> 몹시 재밌게 봤고  몹시 울었는데 우리 에반 피타쓰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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