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 앤 올 지버리시
* <본즈 앤 올> 스포일러와 약간의 호들갑 포함
1.
Q: 사람들이 본즈 앤 올 관람에서 얻어가기를 바라는 것이 있나요?
“I’m every human does wonder, am I a monster or is this what it means to be human?”(Clarice Lispector 인용) 그게 사람들이 여기서 얻어갈 커다란 무언가라고 생각해요, 있죠, 삶의 어떤 시점에서 우리는 물음을 던지게 돼요, 내게, 이 모든 감정을 지닌 내 존재 자체에 본질적으로 잘못된 무언가가 있는 걸까? 그리고 그 답은 아니다, 입니다. 그리고 세상엔 자신과 같은 식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그게 바로 무조건적인 사랑이예요.
-테일러 러셀, 인스타그램 @letterboxd
리뷰에 결국 담지 못한 장면이 그거였다, 소들을 보며 매런이 리에게 ‘저들에게도 가족이 있을까’ 하고 묻는 장면. 제 존재와 욕망에 대해 끊임없이 떠올리고 괴로워하는 와중 생명과 ‘인간성’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게 되는 매런과 리를, 누가 괴물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당신네 “피플” 중 몇이나 그런 “무조건적”이고 완전한 사랑을 해 보았느냐고.
https://www.instagram.com/reel/Cjf-11vuVXH/?igshid=YmMyMTA2M2Y=
이 배우에게 조금 더 빠져들게 되는 짧은 인터뷰. ‘루카 구아다니노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티모시 샬라메에게 걸었던 마법을 여기서 테일러 러셀에게 걸었다’(의역), 관람 전 훑은 인디와이어 헤드라인에 대강 그런 문장이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2.
먹는 장면 찍을 때 소품이 체리초콜릿이었다던데 물론 자본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긴 하지만… 감독과 제작진이 배우에게 해줘야 될 것 중 하나가 그거라고 생각한다, 편안하게 배역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걸 다 해주는 거. ‘너네는 배우니까 맛없어도 맛있게 먹어’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무아지경으로 흡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 주기. 루카 구아다니노는 그런 부분을 늘 섬세하게 체크하는 감독인 듯하다. 최종적으로는 당연히, 작품을 위해서.
3.
매런과 리가 정말 그 시대에 존재했던 이들 같았다. 취향이 감지되는 캐릭터들은 늘 매력적이다. 키스 레코드를 틀어 놓고 춤추는 리, 틈만 나면 책을 붙들고 있는 매런, 그리고 의상 감독님께는 내 작은 사랑을 전부 드린다. 카일라가 F워드(루카니까 괜찮아)로 욕한 가디건… 같은 옷을 고집하는 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토킹헤즈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바로 그, “You’re making things very difficult for me.” 씬에서. 아 이 유일한 존재감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나는 몇 년 동안 간헐적으로 그에 대한 글을 너무 일찍 써버린 것을 후회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뭐라고 써야 좋을지도 모르겠다. 제작에도 참여했던데, 스스로 잔뜩 뿌듯해 할 만 하다. 아니 누가 이 인간 상 같은 거 많이 좀 줘 봐.
4.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과 삽입곡 모두 최고였다. 레너드 코헨, 뉴 오더, 조이 디비전… 하루에 엣모스피어 열 번은 들어야 취침이 허용된다. 그리고 요새 듣던 몇 곡이 본즈 앤 올의 어떤 부분들 같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매런의 대사를 듣고 겹친 ‘Do I Wanna Know?’를 kill 하지 못해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리뷰에 적었는데 좀 우스운 도입부가 돼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미 글러서 판단할 수 없다. 아 그러나 AM 트랙리스트 중 본즈 앤 올의 곡은 역시 ‘I Wanna Be Yours’다. 좀… 리의 테마송 같지 않나, 단지 너의 것이 되고 싶다니. 그리고 피버 레이의 위대한 신곡 ‘What They Call Us’. 1에 적은 부분과 연결되는 느낌으로- 리와 매런을 떠올리며 듣고 있다.
5.
이런… 사랑천재들이 만든 영화 같으니라고.
!크리스마스에는 연인과 함께 본즈 앤 올을 관람하세요!
-경고-
*본인의 연애에 사랑이 없음을 깨닫게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영화를 욕할 경우 헤어지고 싶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