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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제모름 Jul 18. 2023

상온의 시

Faye Webster



The Poetry of Room Temperature 상온의 시  

 

Faye Webster

 

<Faye Webster>(2017)

<Atlanta Millionaires Club>(2019)

<I Know I’m Funny haha>(2021)

 

 

언뜻 편안하다. 느긋한 템포와 차분하고 깔끔한 음색, 공기중에 스며 귀를 살며시 건드리는 ‘상온room temperature’의 음악이라고 할까. 이불에 몸을 묻은 채 눈을 감고 듣다 깜박 잠들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앞의 비유에서 ‘room temperature’를 사용한 방식은, 아티스트의 의도에 딱히 들어맞지 않는다. (일단 상온이 편안하려면 현 상태가 편안해야 하지 않은가.) Faye Webster 페이 웹스터의 곡 ‘Room Temperature’는 다음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 또 울었나봐, 또 같은 것 때문에.” 화자는 잇는다, “누군가 날 위해 울어준 적이 있는지 궁금해” 긴장을 늦추는 리듬과 멜로디를 지닌- 페이 웹스터의 음악에 담긴 정서는, 편안하지만은 않다.

 

Nothing means anything

At least anymore

Even my tears have gone

Room temperature

- ‘Room Temperature’, <Atlanta Millionaires Clup>

 

들을수록, 레코드에 깔린 미묘한 블루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못 들은 척 넘기고 평정을 유지하거나, 파고들어 그의 세계에 휘말리(?)거나. “똑 같은 일로 작년과 같은 옷을 입고 우는”, 방에서 내내 울어서 눈물도 ‘방 온도’로 식었다는, 화자(=아티스트). 반복되는 구절 “I should get out more“을 어떻게 옮기면 좋을까, ”더 자주 나가야 해“ 보다는, ”더 자주 나가야 하는데…(오늘은 안 나갈래)”가 좀 더 어울리지 않을까.

 

 

There’s a difference between lonely and lonesome

But I’m both all the time

- ‘Both All the Time’, <I Know I’m Funny haha>

 

‘lonely’와 ‘lonesome’의 차이를 알고, 둘 모두를 바탕으로 몹시 개인적인 송라이팅을 하는 페이 웹스터. 그의 보컬은 종종 흐느낌을 연상시킨다. 노래와 연주에 집중하느라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린 얼굴을 바라보며 듣고 있자니, 어쩌면 그의 음악은 그의 눈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 몇은 ‘I’m So Lonesome I Could Cry’(Hank Williams) 류 클래식의 indie-Gen Z 버전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단편적 서술은, 그 독특한 존재감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https://youtu.be/nMybE4Ge6hM

'Room Temperature' mv.


화자는 방 안에서 울지만, ‘Room Temperature’ 비디오 속 페이 웹스터는 눈물을 훔치며 해변에서 댄서들과 훌라를 추거나, 수영장에서 수중 발레 댄서들 사이에 머무르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서서 기타를 친다. 묘하게 코믹하며 살짝 멜랑꼴리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이 귀여운 장면들은 웹스터 본인이 감독했다. 그의 예술이 특별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자주 아티스트의 마음에 머무르는 웹스터의 작업은, 의도적으로 고조시킨 감정에 완전히 파묻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가느다란 막대기로 콕콕 찔러보거나, 티스푼으로 떠서 뿌리는 듯한 은근한 절제미. 섬세한 강약조절이 들어간 사운드 구조는 드라마틱하기보단 자잘하게 플레이풀하다. 레코드를 둘러싼 모든 시/청각적 요소에서 감지되는 이 독특한 위트는, 그의 음악 전반에 깔린 옅은 블루에 청자가 서서히 즐겁게 젖어들게 한다.



<Run & Tell> 커버.
<Faye Webster> 커버.


97년생인 페이 웹스터는 십 년 전, 셀프 레코딩 앨범 <Run & Tell>로 데뷔했다. 클래식 포크/컨트리 풍 기타 연주와 밀도 있고 허스키한 음색의 보컬이 들리는데, 지금의 것과는 사뭇 달라 낯설다. 4년 뒤, Awful Records에서 낸 첫 스튜디오 앨범 <Faye Webster>에서 그는 부드럽고 여린 보컬과 비교적 모던한 사운드로 돌아온다. 가사는 단순히 디테일이 풍부해졌다기보단 스타일이 뒤집혔고, 악센트나 딜리버리도 더욱 개성 있어졌다. <Run & Tell> 역시 매력적인 작품이나, 셔츠에 진, 로퍼와 중절모를 걸친 채 벤치에 기대 있는 모습보다는, 소매가 너무 넓은 점프수트를 입고 자전거에 올라, 너무 높이 올라가 있는 핸들을 잡은 모습이 더 그다워 보인다. 감각 있는 인물 사진가이자 모델인 웹스터 자신이 디자인한 커버다.[wmagazine.com] 어딘가 어긋나 있어 흥미로운 것들을 두르고,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살짝 우스워진 그대로 하루하루를 운전하는 이의 초상. <Faye Webster>는 이별, 무기력, 고요한 고독, 삶의 우울한 비밀, 그리고 약간의 기운차림에 대한 레코드다.

 

버림받고, 울고, 자조하는- 솔직한 감정이, ‘나는 궁금해’나, ‘지금 기억났어’ 처럼- 문득 떠올랐다는 듯 가만히 내려놓는 표현들을 통해 흐른다. “내년엔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흘러갈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물러가질 않네”(‘She Won’t Go Away’), “내가 네게 유일한 사람이 아닌 걸 알아”(‘I Know You’). “날 차까지 바래다주는 것만으로 네가 기뻐했던 때를 기억해”(‘Remember When’). 가닿지 못했거나 시효가 다한 로맨스의 잔해들. 관계에서 비롯된 외로움은 때로 원인과 동떨어져 그 자체로 덩그러니 남기도 한다.(‘Alone Again’) ‘그’의 말 “What’s the point, dear?”가, 스스로 내린 결론 “There’s no point here”로 돌아오며(‘What’s the Point’), 앨범은 막을 내린다.  

 

너무 자그마해 알아채기 힘든 불안이나 머릿속에 남아있는지도 몰랐던 기억, 끊임없이 입속에서 굴리지만 차마 내뱉지는 못하는 물음들, 페이 웹스터는 그것들을 꺼내지도 잊지도 못하는 이들을 대변한다. (‘Say It Now’) 실은 모든 것을 꿰뚫고 있으면서 아는 척은 않는, ‘야망’을 표출할 때조차 ‘친구에게 들었어’라고 말문을 여는, 대개는 “smartest man in the room 방 안에서 가장 영리한 사람”인(‘Wrong People’), 내향적이고 섬세한 로맨티스트. 그 깊이가 마침내 귀에 들어오면, 청자는 페이 웹스터의 작은 마법에 완전히 걸린다.

 

페이 웹스터는 지나가는 찰나의 미세하게 어긋난 틈새를 포착해, 위티한 균형을 맞추어 은근하고 솔직하게 담아낸다. 인터뷰를 뒤적이다 이를 표현할 말을 찾았다. “misfit details: 사람들이 별로 생각하지 않는, 그러나 발견하는 순간 심오해지는, 일상의 이상하고 자그마한 디테일들.” [interviewmagazine.com] <Faye Webster>의 몇 트랙에서 이 트릭은 ‘진지하고 고요한’ 톤을 띠고 주위로 뻗으며 마음을 다른 박자로 건드리는데, 그 터치의 핵심 역시 ‘나’의 내면과 만나는 지점에 있다.


‘It Doesn’t Work Like That’은 일상의 랜덤한 장면을 묘사한다. 떨어져 있는 연인, 야구 팀의 투수, 목걸이를 건 개부터, 카운터 뒤에서 열심히 일하는 시스터와 고통에 잠긴 엄마까지.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화자는 삶의 씁쓸한 비밀을 깨닫는다, “I guess it doesn’t work like that 그런 식으로 되는 게 아닌가 봐”. 잔잔한 슬픔이 흘러가다 흩어지는 스토리텔링이다. 유사한 구조와 분위기를 띠고 있는 ‘It’s Not a Sad Thing’은 첫 벌스부터 ‘나’에서 출발한다. ‘그’를 그리워하는 ‘나’의 마음, 날마다 새를 관찰하는 할머니, 이어 옆 테이블의 낯선 사람으로 초점을 옮기며 각자의 “슬프지 않은” 정서를 연결한다. 이번에 삶의 조각을 발견한 화자는 ‘It Doesn’t Work Like That’에서 그러했듯 물러나 관조를 얹는 대신, 한 뼘 파고들어가 잠깐 거기 머무른다. 되풀이해 강조하는 “It’s not a sad thing 그건 슬픈 일이 아니야”는 언뜻 반어적 표현으로 들리나,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https://youtu.be/bM0NU0-iNwk

'It Doesn't Work Like That'

https://youtu.be/u6v8hjjFTpI

'It's Not A Sad Thing'



And I am done changing words

Just so my songs sound prettier

I just don’t care if it hurts

‘Cause it hurts me too

- ‘Hurts Me Too’, <Atlanta Millionaires Club>

 

레코드를 거듭 낼수록, 페이 웹스터는 점점 더 그다워진다.(혹은, ‘<Faye Webster>부터 각각의 레코드는, 그 시기의 페이 웹스터답다’.) Yeah Yeah Yeahs가 몸담은 Secretly Canadian로 이사한 후 낸 <Atlanta Millionaires Club>부터, ‘의식의 흐름을 따라 완성되는 시’를 쓰는 페이 웹스터의 재능은 보다 자유로운 모양으로 빛난다. “misfit details”는 주로 로맨틱한 관계나 개인의 상태에 머무르며, 갈수록 깊고 절묘해진다.

 

<Atlanta~>에 역시 <Faye Webster>의 그것처럼 시효가 다했거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로맨스를 깨닫고 떠나보내는 이야기들이 있다. 도입부에 언급한 첫 트랙 ‘Room Temperature’는 ‘또 우는 행위’ 자체에 관한 곡이지만, ‘Alone Again‘이 그러했듯 그 트리거는 이별일 수도 있다. 이 외로움은 세 트랙을 건너 ‘Jonny’에 닿고, 다시 네 트랙을 건너 ‘Jonny (Reprise)’와 이어진다.


https://youtu.be/bXHtxctBwEM

'Jonny'

https://youtu.be/Mtv-kLmOxUs

'Jonny (Reprise)'


I’m losing my mind

Why the hell did I paint these walls white?

And I wonder, what’s the point of this life?

Sometimes I’ll pray but I will never close my eyes

- ‘Jonny’, <Atlanta Millionaires Club>

 

Jonny, who was it that said

A white wall may seem empty

But it’s ready to be filled

And, in it’s readiness, needs nothing

It stands complete

- ‘Jonny’ (Reprise), <Atlanta Millionaires Club>

 

흰 벽과 삶의 무의미에서 옅게 불행한 현재에 대한 묘사로 이어지며 ‘Jonny’를 향한 질문들로 가득 차오르는 ‘Jonny’, “날 사랑하긴 했어?”, “사랑 노래가 될 예정이 아니었지만 그렇게 돼 버린 것 같네”. 새로운 설렘들과 추억 하나(‘What Used to Be Mine’)가 흐른 후, ‘Jonny’는 복기(reprise)된다. 몽환적인 시낭송에 가까운 이 라스트 트랙에서 페이 웹스터는 보다 정리된 물음을 던진다, “나는 행복해질 준비가 돼 있었는데, 넌 왜 아니었어 Jonny?” “평범하고 준비된, 궁금한 것이 많은 하얀 벽, 그 벽처럼 말이 없는 개 하나, 그리고 지나가버린 사랑에 대한 슬픔-에 대한 이상한 시”라고 곡을 요약하며, ‘Jonny’에게 굿바이를 고한다.

 

그 사이는 현존하는 로맨스로 채워져 있다. 사실 <Atlanta~> 속, 관계를 말하는 대부분의 가사에는 막 시작한 로맨스의 두려울 정도로 간질간질한 정서(약간의 벅참과 안달남)가, 심화된 디테일과 함께 가득 담겨 있다. ‘What Used to Be Mine’ 같은 이별노래조차, (화자가 ‘그’의 곡을 들으며 운다 해도) 이미 끝난 것에 대한 회상일 뿐이다. 보컬에도 더욱 톡톡 튀는 맛이 더해졌다. ‘그의 집에 쪽지를 품은 비둘기를 보내고’ 궁금해 하지만, ‘물어보기엔 무섭다’는 ‘Pigeon’부터- “내 오른쪽 목에선 아직 너의 향기가 나”(‘Right Side of My Neck’), “널 만난 날 난 꿈꾸기 시작했어”(‘Kingston’), “다른 누구도 아닌 널 원해”(‘Come to Atlanta’) 따위의 구절들, ‘Flowers’의 연약하고 적나라한 고백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지나다 보면, 그 두근거림이 심장에 전해진다.

 

What do you prefer?

I don’t have that much to offer

Can you just give me all your time

I’m gonna try to give all you mine

- ‘Flowers’ (feat. Father), <Atlanta Millionaires Club>


https://youtu.be/qq_Jm_QC4go

'Flowers (feat. Father)' mv.


RnB 힙합 뮤지션이 대다수인 레코드사(Awful Records)에서 포크 음악을 만들었던 웹스터는 말한다, 아틀란타에서는 어떤 음악이든 만들  있고, 인정받을  있다.” [nbhap.com] 래퍼 Father 피쳐링한 인디-복합장르 트랙 ‘Flowers’ 이를 테면,  ‘증거. 아빠와 친구들이 대학 시절 만든 그룹 이름을 따왔다는 앨범 타이틀, ‘Atlanta Millionaires Club’. 커버에는 셔츠에 금목걸이를 두르고, 초콜릿으로 범벅이  금화를 입으로 밀어넣는 페이 웹스터가 있다. (머리에 얹힌 썬캡과 멍하게 초점이 나간 눈을 보라.) 타이틀과 커버 아트워크는 스스로의 멜랑꼴리를 소재로 하는 감각적인 조크이자, 영혼과 음악의 기반이 되는 장소에 대한 ‘자랑이다.


<Atlanta Millionaires Club> 커버.


포토그래퍼이자 모델, 뮤지션인 페이 웹스터의 커버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에 그 자신이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의 음악과 시각적 존재감은 떼어 놓고 보기 힘들다. 본인이 감독한 비디오 속에서 그는 주로 꿈결 같은 배경에서 이상한 소품들에 둘러싸여 정적으로 움직인다. ‘In A Good Way’, 텅 빈 공간에 놓인 웹스터는 번쩍이는 드레스를 입은 채 허우적거린다. 스마일 마크가 그려진 노란 풍선들이 비처럼 쏟아지는데, “You make me wanna cry in a good way”라는 표현이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화려하고 코믹한(데 우울한) ‘Room Temperature’, 완벽한 컬러링에 몽환적이고 느긋한 분위기, 기분 좋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Kingston’, ‘인디’한 요소로 가득한 ‘Flowers’, 파트너와 찍은 짧은 영상들을 편집한 ‘I Know I’m Funny haha’까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 온 Matt Swinsky의 제안/감독으로 실제 아틀란타 바이커 씬에서 찍었다는 ‘Cheers’도 빼놓을 수 없다. 바이커 선글라스를 쓴 채 조수석에서 달리며 히히 웃거나, 바이크 위에 올라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기타를 치는 웹스터. 살짝 매니악한 코미디적 에스테틱을 지닌 영상들 속 그는, 어떤 공간에 누구와 있건 홀로 튀고, 어색하며, 자연스럽다.

 

라이브에 임하는 그는 좀 더 진지하고, ‘제 집에 있는 듯’ 보인다. ‘모르겠다’, ‘외롭다’, ‘두렵다’고 노래하는 와중 카메라를 보고 (집주인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는 유머와 배짱을 지닌 페이 웹스터. 그는 과연 스스로 무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송라이터, 퍼포머, 아티스트다. 이는 작업 과정을 설명하는 인터뷰에도 드러난다. 웹스터는 앞선 두 앨범의 보컬 전부를 자신의 부엌에서, 어려서부터 써 온 ‘개러지밴드’로 녹음했다고 한다. “스튜디오에서 보컬 녹음을 하는 것을 거절했다, 왜냐면 내게 항상 맞았던 방법으로 하는 게 좋거든. 스튜디오에 갈 즈음이면, 내 곡은 완전히 쓰이고 배치돼 있다." [pitchfork.com]



<I Know I'm Funny haha> 커버.


1집 <Faye Webster>에는 이별 이후의 공허, 안주하지 않으려는 의지, 개인에서 세상으로 뻗는 응시가 담겨 있었다. 2집 <Atlanta Millionaires Club>은 설렘과 불안, 우울, 행복으로의 갈망을 저울질하였다. 파트너로부터 받은 영감과 펜데믹에 갇혀 흐르는 나날을 탐구하며- 페이 웹스터가 쓴 스튜디오 3집에는, 기본값의 블루와 현재진행형의 행복이 균형을 이룬, 일상의 조각들이 있다.


“나는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방 안에서 곡을 썼고, 그(파트너 boothlord)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배경으로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분명 매우 영향을 미쳤다- 모든 내 곡이 이 사람에 대한 거란 말이야. 많은 코미디가 이 사람으로부터 오기도 하고. 우리가 함께하기 전까지 나는 파트너와 이렇게 재미있게 지낸 적이 없었고, 그 점이 내 송라이팅에 옮겨졌다. 이 레코드는, 전반적으로, 매우 희망적이다.”

- Faye Webster, Interview By Sam Sodomsky, 2021.06.30 [pitchfork.com]


<I Know I’m Funny haha>는 AMC 앨범에 가까운 시기에 쓰였으나 “더 나은 집을 찾아” 이쪽에 안착한 곡들과, “보다 관계기반적인” 트랙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웹스터는 말한다. 그의 말처럼, <~haha>는 친밀하고 유일한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가 전면에 녹아 있는 레코드다. 화자는 ‘그의 곡이 나에 관한 것이라고 착각하’(‘What’s the Point’)거나, ‘네가 나에 관한 곡을 쓰던 때가 있었지’(‘Rememeber When’)라고 회상하는 대신, “너의 곡이 좋아, 나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해도”라고 말한다.(‘Cheers’) 화자는 혼자 방에서 ‘또 같은 것 때문에 울었음’을 깨닫고 ‘밖에 나가야 한다’(‘Room Temperature’)고 되뇌이지 않는다. 기꺼이 행복해하며 울고 싶어 한다. ‘나는 내가 지금 행복해질 수 있는지 몰랐어, 그런데 네가 방법을 보여줬지.“ “You make me wanna cry in a good way” (’In a Good Way’) 그래왔듯, 화자는 페이 웹스터 자신과 다르지 않다. 그는 파트너이자 베스트 프렌드를 비디오에 초대해 ‘우리는 서로의 반쪽’임을 보여준다. ‘전시’라기보단 예술과 일상의 자연스러운 만남, 혹은 일상에서 비롯된 예술. 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고, 가끔은 부러워진다.


로맨스 테마로 범위를 좁힌 곡들은 어떤 면에서는 전보다 풍부하게, 순간들을 담아낸다. 러브송이 이토록 보통이면서 다채로울 수 있음에 놀라워할 준비가 되었는가. 나란히 걸으며 사소한 것들을 나누는 즐거움(‘I Know I’m Funny haha’), ‘네가 없을 때의 외로움’(‘Better Distractions’), 더 나아가 공허(‘Half of Me’), 특별한 타인과 함께 찾아온 변화, 그 소중함(‘In a Good Way’), 새로운 감정을 겪으며 느끼는 불안과 설렘(‘Kind Of’), 상대방이 곁에 있을 때의 안정감(‘Overslept’)… 각각의 곡은 페이 웹스터만이 캐치할 수 있는 모먼트와 자잘한 위트, 그들이 ‘서로의 반쪽’임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첫눈에 반했다기보단 “사랑에 빠지지 않았더라도 베스트 프렌드로 남았을”(“You said if we weren’t in love we’d still be best friends”, ‘Cheers’), 늘 웃게 하기보단 “좋은 눈물을”가져다주는 (“You make me wanna cry in a good way”, ‘In a Good Way’) 관계. 이야기들은 과감하게 개인적이고, 따라서 아름답다.


https://youtu.be/GQ9wrkFWbTs

'In a Good Way' mv.


이 러브송들은 ‘head over heels’스러운 열정으로 벅차오르지 않는다. 커버 아트 속 웹스터가 입은 코발트 블루 스웻셔츠처럼, 밝으면서도 어둡고, (드디어!)편안하다. 사랑에 빠진 그는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세상에서 가장 별로인 사람”(요아킴 트리에)이 아닌 여전히 ‘the loneliest person in the room 방 안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혼자 있다 해도)이다. 타인의 일시적 부재는 외로움을 터트리는 방아쇠가 될 뿐, 그 블루는 본래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를 부르거나 떠올리는 어떤 곡들은 ‘이상하고 웃기고 외로운’ 자신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사소하고 심오한’ 순간들을 써내려간 러브레터의 형식으로, 펜데믹을 지나는 민감한 영혼을 탐구한다. “시간이 너무 많아, 할게 뭐가 남았지? 내가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들을 과도하게 분석하는 일”(‘Sometimes’), “뭔가를 찾을 때까지 앉아 있어,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것을, 근데 마음을 끄는 게 아무것도 없네”(‘Better Distraction’) “같은 책을 되풀이해 읽어, 어떻게 끝날지 알고 있으니까”(‘Both All the Time’)

 

I don’t feel like myself right now

Feel like a stranger

Wonder who that person might be

And if you’d still love her

- ‘Stranger’, <I Know I’m Funny haha>

 

At times my mind feels too full

And I want to empty it

But I’m scared to write my thoughts down

In case someone steals them

- ‘Overslept (feat. mei ehara)’, <I Know I’m Funny haha>


그의 고독한 방 안에는 무한히 깊어지는 세계가 있다. 주로 리얼하고 가끔 사소한 판타지가 섞여드는. 그 일부를 시각화한 것이 페이 웹스터와 페이 웹스터와 페이 웹스터가 등장하는 ‘Better Distractions’ 비디오. 그들은 트램펄린 위에서 뛰고, 기타를 치고, 기타를 들고 배회하고, 요요를 돌리고, 요리를 하고, 또다른 자신이 가져다 준 요리 앞에서 턱을 괴고 앉아 있다. 좋든 싫든 ‘자기 자신과 단둘이 alone with myself’ 있을 수밖에 없는 시기, ‘주의를 돌릴 더 나은 것’을 찾아내려 애쓰거나, 홀로 덩그러니 ‘the loneliest person in the room’이 되거나. (둘 다 나쁘지만은 않다, 보고싶은 ‘너’가 있다면.) 다른 일부는 눈이 셋 달린 푸른색 개가 나오는 ‘Overslept’에, 그리고 ‘A Dream With a Baseball Player’의 ‘꿈 속 세상’에 있으며, ‘Cheers’의 동적이고 cheerful한 ‘바깥 세상’에 있기도 하다.


https://youtu.be/gYUB0O0No0A

'Better Distraction' mv.

https://youtu.be/LqSCSOWtWTY

'Overslept (feat. mei ehara)' mv.

https://youtu.be/7oq-lvTXf3s

'Cheers' mv.


페이 웹스터의 예술적 자아는 늘 잘 우는 이이자 ‘잘’ 우는 이다. 오늘을 사는 그의 음악은 우리를 ‘잘’ 울게 만든다. 그리하여 다시, 페이 웹스터의 음악은 ‘상온의 예술’이다. 항상 따스하거나 시원한 것은 아닌, 종종 너무 덥거나 추운, 끈적이거나 흐물흐물한, ‘room temperature’. 별로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 그가 손끝에 닿은 감각이나 눈동자에 맺힌 상을 포착해 건넬 때, 당신은 가슴 한구석에서 현상하지 않은 필름 다발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내 삶에서 “오, 이것에 관해 써야 겠다” 싶은 날을 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당시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내 곡들이, 당신이 말했듯 그냥 한줄-한줄의 문장들로 가득한 까닭 같다. 내게 송라이팅은, 생각을 거듭할수록 더 별로가 되는 거다. 다시 돌아가서 가사를 고치거나 대체하길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있던 대로 두는 걸 좋아한다. 그게 당신이 말한 것-아무도 쓰려고 하지 않는 작은 것들-에 다다르게 해 주는 이유 같다.“

- Faye Webster, Interview by. Sarah Nechamkin, 2021.06.24 [interviewmagazine.com]

 



<Car Therapy Session - EP> 커버.  


+

작년 페이 웹스터는 지난 앨범에 실린 네 곡을 오케스트라 리메이크로 레코딩한 <Car Therapy Session> EP를 냈다. 왠지 일인극을 연상시키는 ‘Suite: Jonny’, 일렉기타 리듬이 걷히고 클래식 관악기와 현악기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부여한 ‘Cheers (To You & Me)’. 그 가운데에는 신곡도 포함되어 있다. “내 몸을 붙잡아 줘, 그러면 난 내가 날 싫어한다는 걸 잊게 되겠지, 내가 그 말을 할 때 넌 싫어하지만, 해 버렸네.” ‘Car Therapy’는 직전 스튜디오 앨범의 곡들처럼 ‘너’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블루를 드러냄,의 연장선이지만, 함축된 스토리텔링, 보다 낮은 음역대의 차분하고 풍부한 보컬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앞으로의 작업을 기대하게 한다.

 

Every Tuesday

I’ll be in the driveway

Talking to a stranger for some help

 

Yes, you guessed it

Flowers made of plastic

‘Cause I can barely take care of myself

 

-‘Car Therapy’

 

https://youtu.be/EMRZMfowLGI

'Car Therapy' mv.



++

본문에 쓰지 않은 인터뷰 인용 일부

 

“<Atlanta Millionaires Club>에 관한 모든 것은 굉장히 쉽게 다가왔다- 이름, 콘셉트, 아트워크 모두. 이 레코드에선, 아무것도 몰랐었다. 어떤 에라를 대표하는 건지, 뭐라고 불러야 할지, 어떻게 보이고 싶은 건지. 그러다 한 사무용품 가게에 들어갔고, 라벨 스티커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게 whole branding thing이 되었다: 그냥 Arial Bold 채가 한가운데에 적힌 스티커였다. 그냥 “haha?”라고 적혀 있는 이건 대체 뭐지? 되게 간단한 콘셉트였다. 나한텐 되게 바보같고 웃겼다. 적게 말하라!“

 

(Mei Ehara에 대해) “우리가 쓰는 가사는 서로 매우 다르다, 그러나 그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내 밴드에게 그걸 보내며 이랬다, “이거 우리의 일본 버전이야.” 그의 어레인지먼트를 듣는 것 만으로 매우 많은 걸 배웠다. (‘Overslept’를) 어떻게 끝내야 할지를 몰라서 그를 이 레코드에 초대했다. (……) …내 레이블과 매니저가 유명한 이름들을 보내왔지만, 난 이랬다, “그 사람들 신경 *도 안 써! 나한테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은 Mei야. 이 레코드에 누군가 참여해야 한다면, 그한테 물어봐야 해, 아니라면 그건 그냥 가짜야.”“

 

- Faye Webster, Interview By Sam Sodomsky, 2021.06.30 [pitchfork.com]




* 참고 인터뷰


https://pitchfork.com/features/moodboard/faye-webster-i-know-im-funny-haha-interview/


https://www.interviewmagazine.com/music/faye-webster-divine-comedy


https://nbhap.com/stories/interview-anecdotes-faye-webster



* 커버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fayewebster (photo by. @poonehg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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