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댄스
늘어뜨려 눈을 반쯤 가린 머리카락, 푹 눌러쓴 모자, 헐렁하게 어긋나 멋진 옷차림. androgyne한 에스테틱을 두른 두 사람, 위기와 위보가 기타와 마이크를 든 채 발을 구르고 어깨를 들썩인다. We dance. 우리는 춤춘다. 춤을 표현법이자 정체성으로 택한 이들의 음악에는 몸의 리듬이 들린다. 짜인 안무보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소리와 즉흥적 몸짓을 연결해 하나의 독립적인 장르가 된 위댄스, 인디(펜던트)중의 인디인 이들은 자주 ‘힙하다’고 일컬어진다. ‘힙스터’라는 말이 워낙 많이 쓰여 이제는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위댄스가 하는 것들이 단지 ‘컨셉’이나 ‘척’일리 없음은 ‘뭘 잘 몰라도’ 알 수 있다. 이들의 태도에선 곡 제목에도 들어가는 ‘펑크’의 향이 풍긴다. 힙스터와 펑크, 두 이름 모두가 위댄스에겐 어울린다.
댄스팝 아닌 <Dance Pop>이 멜랑꼴리하게 도시를 떠돈 지 3년이 흘렀다. 그 사이 펜데믹이 있었고, 역사적인 <댄싱온더팜>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신보 소식이 들려온다. 8월 24일 발매 예정인 <SUM>. 이에 앞서 위댄스는 오디오 셋과 비디오 둘을 공개했다.
‘숨’은 부드럽고 센티멘탈하다. 화자가 궁금해하는 ‘당신’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그 불특정성이 곡을 특별하고 ‘사적으로’ 만든다. 청자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길 수도, 그저 머리를 비우고 천천히 흔들릴 수도 있다. 점차 고조되는 멜로디를 저항 없이 받아들이면, 끝에 고요한 카타르시스가 찾아온다. ‘실크 셔츠’는 시원하고 따스하다. 일상의 한 조각을 떼어내 스토리텔링하며, ‘실크 셔츠’처럼 가볍고 밀접하게 오늘의 영혼을 감싸주는 트랙이다.
‘가는 선’은 경쾌하면서도 무겁다. 리드미컬하고 어느 때보다 강렬해 심장을 짜릿하게 조이는 그룹사운드, 보컬은 흥겹고 애절하다. ‘가는 선 위에서 투박한 등산화를 신고 정신없이 추는 춤’. 여기서 춤은 비디오에서 이들을 따라다니는 먹구름처럼-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아주 정신없이 뒤뚱뛰뚱 그냥 살아 있는 춤”, 위댄스를 듣는 우리의 관절에서 흘러나오는 춤, 춰야 마땅한 춤이 바로 그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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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술가에게 작품은 의사소통 수단: 위댄스의 (거의 없는) 인터뷰에 목말라하다 보면 이 근본적인 깨달음으로 돌아온다. 위댄스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나- (어떤) 아티스트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는 건, 이미 다 해 준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그것도 별로 내키지 않는 수단으로 해 달라는 요구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