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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않인 Jul 25. 2023

한 해의 한가운데에 떨어진 레코드 3+1

6월 발매 싱글



6월 발매 싱글: Faye Webster, Jesse®, Yeah Yeah Yeahs and…



[아티스트의 현 상태를 반영한 다음 스텝들]

 

1. Faye Webster - ‘But Not Kiss’

 

지난 글에서 (늘 편안한 것은 아닌)상온과 닮은 페이 웹스터의 음악에 발을 담가 보았다. 글에는 포함하지 않았으나 한달쯤 전, 그의 싱글 ‘But Not Kiss’가 공개됐다. 테마는 베드타임과 꿈. 커버에는 늘 그랬듯 웹스터가 있는데, 별이 가득한 푸른색 배경에 잠옷 스타일 상하의를 입고 기타를 들고 있다. 쨍한 일렉트로닉 기타 리듬에 상쾌하게 어긋나는 건반이 얹혀 있고, ‘but’을 기준으로 가사와 사운드가 반전되는 흐름이 반복된다. 후렴이라 일컬을 만한 부분은 “yeah, yeah” 뿐. 보컬은 더욱 담백하고 깔끔한 와중, 구성은 풍부한 디테일로 플레이풀하다. 동요나 자장가의 흔적마저 있다. 단순한 변주로 귀를 즐겁게 하는, 부드럽게 통통 튀는 곡이다.  

 

글을 분리한 까닭은 ‘다음 시기의 작업’이라고 판단해서다. 직전 정규 앨범 <I Know I’m Funny haha>의 스토리텔링들과 결을 같이 하나, 방향을 틀었다. ‘Car Therapy’와도 다른 쪽으로. <~haha>에는 ‘너’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묘사하거나, ‘너’에게 건네는 러브레터로 시작해 결국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트랙들이 주로 있었다. ‘But Not Kiss’는 진행될수록 무게가 상대에게로 옮겨진다. 곁에 있는 ‘너’를 부르며 노래하는데, 대화보다는 고백에 가깝게 들린다, 잠들어 있는 ‘너’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는. “네 팔에 안겨 자고 싶지만 키스는 안 할래”, “널 꿈에서 보고 난 다음 잊어버리고 싶어”에서 시작해, “네가 괜찮았으면 하지만 묻진 않을래~ 네가 필요할 때 여기 있을게, 언제나 그랬듯.”에 이른다. 보다 ‘발전된’ 러브포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I hope you’re okay but I won’t ask

If you’re in a good place, I won’t mess with that

But I’m here when you need, I always have

- ‘But Not Kiss’

 

뮤직비디오의 배경은 아마도 꿈속의 장면일 극장 무대. 붉은 커튼이 걷히면 아기자기한 퍼핏들이 세션으로 등장한다. 아웃트로에 잡히는 뒷모습은 아마 웹스터의 파트너 boothlord의 것일 테다. 가사 속 ‘너’의 포지션과 일관되게 얼굴은 드러내지 않는다. 올드한 인테리어가 로우파이 화면과 만나 레트로한 멋을 내는 영상이다. 헌데 홀로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페이 웹스터의 실루엣 만큼은 주변과의 위화감 없이 모던하다. 다음 파트에 다룰 제시 루더포드가 (화면에서) 배우라면 그는 모델에 가까운데, 가만히 그 자신이 될수록 빛난다. 이번 비디오에서는 거의 웃지 않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재기 넘치면서도 차분하다. “(I hope you’re okay) but I won’t ask”에서 돌연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노려보는 등- 자그마한 제스처들로 저답게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https://youtu.be/JsdH_1EpDv0

'But Not Kiss' mv.



2. Jesse® - ‘Play’

 

<Joker & Rainbow>는 여러 모로 넥스트 레벨의 작업이었다. ‘형식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썼다’던 ‘Joker’와 틴드럼 소리가 들리는 ‘Rainbow’, 제시 루더포드는 긴장을 늦춘 사운드 안에 예술적 과도기의 정체성-그 정의불가함-을 탐구하는 여정을 담아냈다. 솔직하고 사려 깊으며 ‘재미있는’ 레코드였다. 세 달 후 나온 싱글 ‘Play’. 일종의 playful sad한 분위기도, 키워드 하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직전 레코드와 유사하다. 그러나 자신을 비유한 ‘Joker’나 화자가 기다리고 좇는 ‘Rainbow’와 달리- ‘play’는 움직임이고 행위다. 그래서일까,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비가 쏟아지는’ 창밖,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낄 수 없는’, ‘내가 길들여지지 않는’ 곳에서 ‘놀고’ 싶다는 화자. 그는 이어 ‘너’를 부른다. ‘보고 싶고’, ‘곁에 있고 싶고’, ‘한 공간에 있으나 만날 수 없는’, ‘다시는 전처럼 곁에 있을 수 없을까봐 두려운’ 이. ‘너’를 언급하는 내용에서 루더포드가 오랜 연인과의 이별을 겪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기는 힘들지만, ‘너’가 꼭 로맨틱한 대상이리란 법은 없다.

 

변주되거나 부분적으로 반복되는 “I just wanna play”에는, 말그대로의 번역인 “난 그냥 놀고 싶어”를 중심으로 꽤나 다양한 의미가 덧붙는다. 이 단순한 구절을 비롯해 “Don’t chase my butterfly”등, 가사적 선택에 차일디쉬함이 감지되었는데… 과연 비디오에서 제시 루더포드는 노란 우비를 입고 있다. 장난감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빨간 차에서 내려 텅 빈 거리를 배회한다. 비가 내린 후인 듯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지만 무지개는 없다. 먹구름이 아직 걷히지 않았다. 그는 달리고 두리번거리며 이 집 저 집의 창문을 들여다보다 한 곳에 머무른다. 날이 저물자, 쓸쓸히 자리를 뜬다.

 

화자는 ‘너’의 내면에 사는 존재(어쩌면 아이/동심), 자기 안에 갇혀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비디오 속 루더포드는 ‘나’와 다르지 않은 자인 ‘너’의 포지션에서, 전처럼 바깥에서 어울려 놀기를 바라며 화자를 찾고 있는 것-이라는 하나의 해석이 나온다. 흥미롭다, 곡의 ‘나’가 아니라 ‘너’로 짐작되는 인물만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한다니, 그것도 송라이터 본인의 퍼포먼스를 통해. 감독은 ‘Born to Be Blonde’에서 함께 작업했던 Zack Sekuler. 그러고 보니 ‘Born to Be Blonde’ 비디오에는 제시와 제시, 그리고 제시가 있었다.

 

Lately, it feels like I’m not allowed to be

Happy at all without being wrong

I’m always at fault, I heard a song and cried, I cried

- ‘Play’

 

가사의 ‘나’는 아티스트와 늘 같지 않고, 같다 해도 거기 담긴 정서가 현재진행형인지는 모르는 일이나… 그가 ‘자신과 동떨어져 있는’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봐 괜히 속상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조심스럽게, ‘노래를 듣고 울었다’는 화자의 고백을 감정적 회복의 신호-적어도 실마리-로 짐작해 본다. <Joker & Rainbow> 공개 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울음의 필요성과 이상함’에 관한 대화를 나눈 바 있던 제시 루더포드이니.

 

https://youtu.be/wITgw9U4zI0

'Play' mv.



그러고 보니 페이 웹스터 역시 ‘눈물’을 자주 말하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플레이풀한 음악을 즐겨 내는 송라이터다. 눈물 가득한/놀이를 즐기는- 예술적 자아를 지닌, 장르도 세대도 성향도 제각각인 두 뮤지션. ‘어쩔 수 없이 진지한 사람’인 제시 루더포드와 ‘스스로 재미있다는 걸 아는’ 페이 웹스터(둘 다 본인의 언어다.), 그들은 저답고도 새로운 리듬으로 다음 걸음을 내디뎠다. 그대들의 여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동시대를 관통하는 현재진행형의 예술] 


3. Yeah Yeah Yeahs (feat. Perfume Genius)

- ‘Spitting Off the Edge of the World’, “Lush Version”


늘 있던 자리에 머무르기만 한다면, ‘그대로’일 수 없다. 낡아버린다. ‘그대로’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세상을 흡수하고 이해해야 한다. 작년 발매된 <Cool It Down>은 ‘2000년대를 휩쓴 전설의 밴드가- 거의 십 년이 흐른 후 낸 정규 앨범’ 훨씬 이상의 작품이다. 여러 모로 ‘그대로’인 YYYs는 얼터너티브 트렌드를 해체해 저만의 마법으로 재조합했다. 군더더기 없고 충분하며 과감하다. 레코드에서 YYYs가 다루는 불의 바다와 어둠은, 현실에 대한 비유이거나 현실 자체다.


“How the world keeps on spinnin’, it goes spinnin’, out of control.” (‘Different Today’)

“Just an orb, hanging above, with all its heavenly fire contained in a complete circle. I asked my son what it looked like to him, "Mars" he said, with a glint in his eye.” (‘Mars’)


그 시작이자 핵에, ‘Spitting Off the Edge of the World’가 있었다.


Cowards, here’s the sun

So bow your heads

겁쟁이들이여, 여기 태양이 있으니

머리를 조아리거라

- ‘Spitting Off the Edge of the World’, <Cool It Down>


곡의 첫 두 문장이자, 앨범 전체의 첫인상이다. 이 명령은 어떤 위화감도 남기지 않고 뱃속을 흥분으로 찌릿하게 만든다. Yeah Yeah Yeahs의 음악이며, 브라이언 체이스와 닉 지너의 연주에 얹힌 카렌 오의 보컬이라서다. 허나 그게 다는 아니다. 이 곡이 세기의 트랙이자 낯익고 새로운 전설인 까닭은, 시대를 첨예하게 꿰뚫는 메시지가 몹시도 YYYs스러운 투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절박한 환경문제를 반영한 곡이라며) “우리보다 젊은 세대가 이 위협을 응시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들은 벼랑 끝에 서서, 분노하고 대항하며 다가오는 것에 맞서고 있다. 그건 galvanizing하다, 거기엔 희망이 있다.” (……) “이게 우리의 새 이야기가 시작되는 방식이다. 머리를 숙이고 주먹을 허공에 흔들며, 그대들에게 선사한다, 퍼퓸 지니어스 피쳐링의 ‘Spitting Off the Edge of the World’를.”

- Karen O, by. Jem Aswad, 2022.06.01 [variety.com]


비디오, YYYs는 ‘침을 뱉는’ 이들 중 하나였다가, 끝에는 그 ‘침을 맞는’ 이들과 하나 된다.  이들은 “우리는 지금 세상의 끝에서 침을 뱉고 있으며, 도망갈 곳은 없다”고 경고한다. “younger generation”의 목소리가 되어, “Mama, what have you done?”이라고 묻는다. 한 뼘 앞으로 다가온 아포칼립스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들의 곁에서 서늘하게 ‘타오르는 불덩이’를 응시하며 ‘침’을 함께 맞으려 한다. (‘지옥행 리무진’ 지붕 위에 ‘악마의 사자’ 차림으로 서서, 마이크(mic not Mike)를 붙잡고 팔을 쫙 뻗는, 공연장 바닥에 드러누워 젊은 관객들에게 몸을 맡겨버리는- 카렌 오의 아이코닉한 에너지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https://youtu.be/ckM_TklU_AQ

'Spitting Off the Edge of the World' mv.


모든 요소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여 다른 버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지난 6월 14일, ‘Spitting Off the Edge of the World’의 “Lush Version”이 공개됐다. 이를 소개하는 YYYs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은 다음 문장으로 시작한다, “YYYs의 역사엔 듀엣이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어쩌면 우리는 마이크 같은 유니콘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과연, 이 오디오와 비디오에서 신(=YYYs)의 한 수는, 퍼퓸 지니어스의 피쳐링이다. “She’s melting, houses of gold”, 지구의 현실을 시적으로 묘사-경고하는 구절은 그의 입술을 통한다.

 

“러쉬 버전”을 처음 들은 감상은 ‘퍼퓸 지니어스의 존재감이 더 드러나서 기쁘다’였다. 별 생각 없이 덕심으로 한 생각이지만, 두드러지는 특징인 것도 맞다. 사이드 보컬이 ‘앞으로 나섬으로써’ 더해진 정서가 있다. 오리지널 버전에 녹음된 마이크 헤드레어스의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이는 천사의 그것 같았다면, 이번엔 불타는 세상의 일원, 인간의 소리에 가깝다.

 

뮤직비디오 속 마이크의 서사는: 굴러가지 않는 차를 홀로 밀다 지쳐 쓰러지고, 좀비가 되어 카렌 오의 ‘지옥행 리무진’에 탑승하는 것. “러쉬 버전” 커버는 비디오의 스틸, 땅바닥에 널브러진 마이크 곁에 카렌 오가 나란히 누워있는 장면이다. 다만 마이크는 다음 단독 컷에 나오는 좀비 분장을 한 채다. 그러니까 이 스틸은, 이어 편집된 두 컷 ‘사이’ 어느 지점을 포착한 것이라는 짐작을 해볼 수 있다. 고요하고 뜨겁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한쪽에서 다른 한쪽의 인간/뮤지션/아티스트/프릭/퀸에게로 건네진 후, 순환하며 상호작용이 되고 이내 주위로 뻗어나가는 위로와 연대의 에너지. 좀 거창한 수식인가 싶기도 하지만, 라이브 무대에서 꼭 끌어안는 카렌 오와 마이크 헤드레어스를 보고 울먹인 이가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acoustic ver’ 따위 기존의 분류는 특징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lush version’이라는 생소한 표현을 가져왔는지도 모르겠다. 한데 뭉쳐 서서히 타올라 심장을  채우는 신스- 그룹사운드 대신, 어쿠스틱 기타와 건반을 중심으로 여백을 두면서도 더욱 빠르게 불붙는 연주, 그에 어울리도록 밀접하게 다가오는 날것의 보컬. 생생하고, ‘긴박하다’. ( 데워졌다고 할까, 더이상은 ‘  없다고 할까.) 단순히 사운드적 디테일을 달리한 버전이 아니다. 곡을 “러쉬하게작업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이디어의 실현이자, <Cool It Down> YYYs 담은 메시지는 2022년에 박제되지 않았다는- 생명력과 가능성을 지닌  현재를 흐르고 있다는 선언이다.


https://youtu.be/lDULTwv5-Lk

'Spitting Off the Edge of the World' Lush Version.



+ Sharon Van Etten - ‘Quiet Eyes’

 

여러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셀린 송의 장편 데뷔작 <Past Lives>를 기다릴 까닭이 하나 더 생겼다. 샤론 반 이튼. 그와 ‘A24 Music’이 연결되리란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으나, 접하고 나니 상당히 ‘그럴 법 했다’는 생각이 든다. ‘샤론 반 이튼의 새 레코드’ 알림이 떠서 처음 들었고, 홀린 듯 몇 번 더 재생한 뒤에야 커버에 적힌 글자 ‘Past Lives’를 발견했다. 영화 제목과 완벽한 케미를 이루는 단어의 조합, ‘Quiet Eyes’. 아직 보지 않은 픽션에 너무도 어울리는 곡이다. 자체로 충분히 가슴을 울리나, 영화를 본 후 엮어 이해하고 싶으므로- 짧고 어수선한 메모로만 남겨 둔다.


https://youtu.be/BPt0xSNfwCs

'Quiet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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