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I DONT KNOW HOW BUT THEY FOUND ME
소개하기 전, 먼저 이 영상을 공유한다. 계속 돌려보다가 글을 마저 읽는 것을 까먹게 될 지도 모른다.
https://youtu.be/2dx9nGBsl7I
긴 밴드 이름이다. ‘I DONT KNOW HOW BUT THEY FOUND ME’. 백 투더 퓨쳐 의 대사에서 따왔다는 이 밴드의 이름은, 매번 말하기 입 아플 정도로 길다. 그래서인지 본인들이 스스로 ‘IDK HOW’라는 줄임말을 만들기도 했다.
놀랍게도 이들이 낸 곡(앨범이 아니라 곡)의 수는 열 손가락에 꼽힌다. 작년에 낸 싱글 ‘Modern Day Cain’이 큰 인기를 끈 뒤, 얼마 전에는 이제까지 낸 싱글 몇 곡에 세 곡을 추가해 EP앨범을 발매했다. 앞 영상에서 언급된 ‘오프닝 밴드’ 정도의 경력인데, 보컬은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다듬어져 있다.
사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각각 음악활동을 했던 베테랑 뮤지션이다.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인 그들은 실제로 신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보컬 댈런 위크스는 ‘Panic! At The Disco’의 베이시스트였고, 드럼 라이언 시몬은 ‘Falling In Reverse’ 외 여러 밴드에서 드럼을 쳤다. 둘은 오랜 친구이며, 프로젝트 그룹 ‘The Brobecks’에서 함께 활동했다. 시몬은 위크스의 솔로 곡에서 종종 드럼을 연주했다.
IDK HOW는 일종의 시크릿 프로젝트처럼 시작한 밴드다. 결성 초기, 이미 함께 무대에 서곤 했던 둘은, 온라인상에서는 밴드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고 한다. 관객들은 이 ‘Secret Band’가 어떤 곡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공연장에 갔다. 존재를 알리는 대신 비밀에 부치는, 이상한 “마케팅” 은 큰 효과를 냈다. 지금은 더 이상 시크릿 밴드가 아니지만, 많은 팬들이 이들의 음악을 기다리고 있다.
IDK HOW의 EP앨범 ‘1981 Extended Play’는 6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곡 ‘Introduction’은 말 그대로 인트로덕션이다. 위크스가 속해 있었던 패닉 엣 더 디스코 의 앨범 ‘A Fever You Can’t Sweat Out’ 의 첫 곡도 ‘Introduction’ 이었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하지만, IDK HOW만의 색깔이 묻어난다. 인트로덕션에서 들리는 “None You Jerk Records”는, 음반시장에 존재하는 레이블이 아니라 IDK HOW가 만든 말이다. 이들의 음악은 거의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시간과 돈 절약을 위해 스스로 레코딩 하는 법을 터득했다는 위크스는, 요새 뮤지션들이 음반 계약과 라벨링 없이 자체적으로 음악을 내는 것이 좋은 현상이라고 말한다.
IDK HOW를 이야기할 때는 영상도 빼놓을 수 없다. 앞에서 공유한 ‘Nobody Likes The Opening Band’는 곡 자체도 좋지만 흥미로운 컨셉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Do It All The Time’의 뮤직비디오도 예사롭지 않다. ‘오프닝 밴드’ 영상에서 보였던 정체모를 하얀 인간과 비슷한, 마네킹 인간들이 등장한다. 현대의 음악을 ‘기계와 인간의 합작품’ 으로 묘사하며, 두 ‘인간’과 더불어 이펙트 머신도 밴드의 구성원처럼 부각시켜 카메라에 담는다. 영상 설명에는 이 뮤직비디오가 밴드의 컨셉 아트에서 출발했다고 적혀 있다. IDK HOW는 음악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예술 분야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들의 유투브 채널에는 흥미로운 영상이 몇 올라와 있다. 대부분이 1분도 안 되지만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머리에 박힌다. 두 맴버가 뛰어난 뮤지션인 동시에 나름의 ‘연기’가 되는 사람들이라서 더 그렇다.
아이가 오래된 테잎 사이에서 IDK HOW를 발견하는 내용의 다음 영상은, 보컬 댈런 위크스가 감독한 것이기도 하다.
정직하고 시원한 반주와 귀에 쏙 들어오는 깔끔한 보컬, 옛날 느낌이 나지만 촌스럽지 않은 사운드. 종종 들어가는 이질적인 기계음도 음악과 잘 어울린다. 아직 많은 음악을 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들이다.
아주 재미있어 보이는 드라마나 웹툰은, 완결이 나거나 적어도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 볼 것이 많아지고 난 후 보는 버릇이 있다. (피키 블라인더스도 시즌 4가 나올 때까지 참고 시즌 3을 보지 않고 있다.)
IDK HOW의 음악도 그런 느낌이다. 여덟 곡만 계속 돌려 들으면서 ‘더 많은 음악이 필요해, 이들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역시 IDK HOW를 지금 알게 된 것은 행운이다. 앞으로 걸을 길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기쁨 아니겠는가. 아니 사실 아주 시작부터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I DONT KNOW HOW BUT THEY FOUND ME 를 좋아하게 돼 버렸다.
I DONT KNOW HOW COULDNT I FIND THEM UNTIL NOW.
(어떻게 내가 얘네를 이제서야 알았는지 모르겠어.)
(어법에 맞는지도 모르겠어...)
*참고 인터뷰 기사:
https://www.coupdemainmagazine.com/dallon-weekes/13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