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MT, iDKHOW, & VW.
뱀파이어 위켄드 신보 리뷰의 원래 도입부는 흐름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 그 흐름은 의식의 흐름인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막바지에 떼어냈다. 딱히 고쳐 쓴 것도 아니고, 정말로 ‘떼어냈’다. 그 부분을 아래 옮겼다.
밀레니얼 끝자락 세대인 내가 하이틴부터 수 해에 걸쳐 즐겨 들어 온 음악은, 높은 비율로 영미권 밀레니얼 초기 세대 (주로 백인) 남성들로 구성된 인디 얼터너티브 록밴드의 것들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리스닝 범위와 취향이 확장되며 그동안 너무 좁게 들었다,며(지금도 딱히 넓게 듣진 않으나) 반성하는 중이지만, 좋아하던 음악들은 여전히, 보다 확장된 필터를 거쳐 좋아하고 있다. 현재 내 음악 취향은 괴상한 벤다이어그램과도 같은데, 그중 한 조각을 차지하는 아티스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 초부터, 그중 몇몇 뮤지션과 밴드가 신보와 투어 소식을 알렸다. 공교롭게도 MGMT와 iDKHOW는 모두 2월 23일에 신보를 공개했다. MGMT는 <Little Dark Age> 이후 무려 6년 만이며, iDKHOW 역시 3년 정도의 (별로 순탄치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공백기를 보냈다. 비슷한 세대, 같은 시기. 이들의 음악에는 포스트 펜데믹-동시대를 바라보는 아티스트의 시선이 담겨 있다.
MGMT의 <Loss of Life>를 들으며 재작년 발매된 Yeah yeah yeahs의 <Cool it Down>이 겹치는 순간이 있었다. 사이키델릭 록, 웅장한 파워 발라드, 바로크 팝이나 어쿠스틱 포크가 조화롭게 오가는 이번 앨범에서, MGMT는 전 지구적 스케일로 걱정하고, 희망하고, 사랑한다. 동시대를 관통하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인식, 고민, 그리고 그에 밀접하게 닿아 있거나 닿아 있고자 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연대의 제스처가 감지되었다. 그것을 모호하고 전지적인 톤으로 ‘쿨하게’ 아우르기도 하고, 밀접하고 개인적인 모양으로 따스하게 빚어내기도 한다. 보다 포괄적인 오디오를 해석/적용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뮤직비디오를 선사하기도 한다(‘Dancing in the Babylon’, ‘Nothing to Declare’). 완성된 구성을 지니면서도 그 끝을 열어 두는 느낌의 레코드다.
반면 iDKHOW의 것은 늘 그래왔듯 시니시즘에 기반을 둔 샤프한 록이다. 라이언 시몬와 ‘절교’하며 (말그대로의)원 맨 밴드로 ‘진화한’ 댈런 위크스는 그 어느 때보다 냉소적이고 유창하다. 콘셉트 앨범인 <GLOOM DIVISION>은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관계에 관한 묘사에 빗대어 동시대를 냉소하는 것에 가깝다. 아포칼립스의 전조가 흐르는 세계(전작과 이어지는 세계관이랄까), 화자는 사랑과 욕망에 목말라(혹은 스스로 그렇다고 착각하고) ‘inside’로 들어가고자 하는 이가 되기도, 반대편에서 그를 내려다보는 이들이 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아티스트가 자신과 화자를 분명히 분리하고 있음에도, 어떤 ‘찰나’에는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와닿는다는 것인데, 거기에 리스너 자신을 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종종 이입이 일어남과는 별개로- 이 앨범은 퍼포먼스를 마치고 깔끔하게 퇴장하며 막을 내리는 종류의 작품이다.
그러고 보면 MGMT는 어떻게든 따스함을 품고 있었다. iDKHOW는 처음부터 연극적 시니컬을 콘셉트로 잡고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뱀파이어 위켄드가 옅은 허무주의를 두른 건, <Modern Vampires of the City> 부터였다.
제대로 듣기,와 쓰기의 과정
여기까지. 뱀파이어 위켄드라는 워딩조차 마지막 문장에 겨우 등장하는 것 좀 보게. 오프닝을 이런 식으로 끊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다. 아무래도 생각만 하고 쓰지 않은 MGMT와 iDKHOW 신보 크로스오버(?) 리뷰에 미련이 남았었나보다. 안그래도 긴 글이 쓸데없이 더 길어지는 일을 막아서 다행이다. 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뱀파이어 위켄드는, 종종 듣지만 ‘좋아한다’고 분류하는 밴드는 아니었다. 정규 앨범 발매 소식과 함께 ‘Capricorn’이 먼저 공개되었을 때 무심코 재생했다가, 완전히 사로잡혔다. 이때는 입덕부정…까진 아니고 입덕보류기였다. 그리고 4월 5일, 그러니까 <Only God Was Above Us> 전곡이 공개되던 날, 뱀파이어 위켄드의 불성실한 팬이 되리라 결심했다. 그래 놓고 리뷰를 상당히 성실하게 썼다. 물론 노력과 결과가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다. 내가 쓴 영어 문장을 내가 한국어로 번역하질 못해서 그냥 넣으려다 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2개 국어에 노출돼 있다 보니 0.5개 국어를 하게 되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에즈라 코에닉 인터뷰를 과도하게 읽고 시청해서 그의 얼굴에 좀 질렸다.(스스로도 웃긴 게 애니 클락은 절대 안 질리던데) 물론 사랑한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이미 한 얘길 공통언어로 하는- 귀찮은 작업. 그걸 해 주는 아티스트들에게는 늘 감사하다. 에즈라 코에닉이 시집이나 에세이집을 낸다면 살 의향이 아주 있다.
어떤 듣기의 경험
곡을 처음 들으면 하나의 곡, 하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여러 번 되풀이해 듣다 보면, 악기 하나하나로 분리되어 들리는 순간이 있다. 악기에 무지한 편임에도 감각할 수 있다. <Only God Was Above Us>는 워낙 사운드적으로 맥시멀한 앨범이라서, 더욱 그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적자면 이런 식이다: 어쿠스틱 기타 멜로디군, 드럼 비트군, 베이스가 깔리는군, 보컬은 이렇게 딜리버리 하는군, 이 단어를 이렇게 썼구나, 오 에즈라가 자기 목소리에 화음을 얹었네, 굉장한 드럼! 역시 크리스 톰슨!, 클래식 피아노 들어오고, 다른 스트링인데 이건 대체 뭐지, 헉 바이올린인 줄 알았는데 기타 듀엣이로군… 그런 식으로. 한 곡이 아니라 분리된 악기들, 음과 리듬의 묶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반복해 듣는다. 그러다 보면, 그 요소들이 다시 완전히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에 다다르게 된다. 그러면 이러는 거지, 오 나 이 곡을 마스터-리슨 했구나(전혀 아니다.). 꽤나 만족스러운 경험이다.
기승전 한나 헌트
어쩌다 보니, 글 막바지에 신곡도 아닌 한나 헌트를 언급했다. 그건 내가 한나 헌트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어서다. 아마도 ‘Step’보다 훨씬 로맨틱한 곡이다. 뱀파이어 위켄드의 팟캐스트 ‘뱀파이어 캠프파이어’에서 이들은 한 페스티벌의 추억과 어느 ‘마술사 영화’를 연결하는 조크를 던진다. ~‘어떻게 관객을 사라지게 했는가,가 영화 속 중심 화제 중 하나였는데, 그 공연에서 CT가 그 비밀을 알아냈다. 우리가 뭔가 빠른 템포의 곡을 퍼포밍한 후에 한나 헌트를 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앞이 텅 비어 있는 거다. 관객을 사라지게 하려면? 한나 헌트를 플레이하면 된다!’~ 대강 기억나는 대로 요약했다. 단독 콘서트 아니고 페스티벌이었다니까 이해할 순 있는데, 그 ‘사라진’ 관객들이 좀 안됐다. 한나 헌트 라이브를 놓치다니. 2분 30초동안 고요하게 흘러가는 곡이라 따지자면 ‘페스티벌 용’은 아니지만, 그 저변에 깔린 묘한 소리들 하며, 고요함을 지난 후 별안간 터지는 그룹사운드, 이어지는 코에닉의 절박한 보컬링을 들으면… 그런 카타르시스가 또 없단 말이다. 가사는 또 어떤데. 역시 2022년에 펜타포트를 갔어야 했을까, 아니다 나는 페스티벌 인간이 전혀 아니다. 공연 관람은 덕질이다. 단콘을 기다린다.
https://youtu.be/3wMavKf7i6g?si=GBesW2-NkS4dcID_
Ya Hey에도 빠져 있다. 본문에도 적었지만- 그 신나는 불신이라니.
“Oh, sweet thing / Zion doesn’t love you / And Babylon don’t love you / But you love everything / Oh, you saint / America don’t love you / So l could never love you / In spite of everything”
“Through the fire and through the flames / You won’t even say your name / Only, ”I am that I am“ / But who could ever live that way? / Ya Hey, Ya Hey / Ut Deo, Ut Deo, Deo”
- ‘Ya H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