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중인 신보 셋+

0206, 0221, 0307, 0328

by 않인



Youth Lagoon, <Rarely Do I Dream>

[25.02.21 예정]


‘아티스트 특유의 드림팝과 아메리카나를 접목시켰다’는 문장은 <Heaven Is A Junkyard>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담기엔 한참 부족하다. 7년만에 스테이지 네임 ‘Youth Lagoon’을 부활시킨 트레버 파워스, 그가 인터뷰에서 고백하는 특수한 경험은 작품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는 있어도 자체로 해석이 될 수는 없다. 커버아트를 가득 채운 타이틀 “Heaven is a junkyard”는, 그동안 ‘유스 라군’이 초현실적인 형태로 드문드문 던져왔던 질문에 대한 분명하지만 비단정적인 대답으로 들린다. 판타지/안티-판타지를 오가며 자주 탁한 잿빛과 핏빛이 섞여듦에도 결국 안정적인 정서로 모이며, 고요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앨범이다.


그렇게 한창 4집을 ‘가슴에 손을 얹고’ 재생할 무렵, 유스 라군은 싱글 트랙들을 몇 개월 간격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Heaven~>의 분위기를 한층 ‘꿈결같은’ 톤으로 잇는 것인가,라는 대강의 감상을 해보며 음미하였던 ‘Football’은 사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경쾌한 템포의 신스 리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Lucy Takes a Picture’는 얼핏 순수하게 밝지만, 쓸쓸한 정서를 감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Mercury’와 닮은 우아함, 경건함도 느껴진다. 이어 배치된 트랙은 아니나 ‘Lucy~’과 짝을 이루거나 느슨한 서사로 만나는 듯한 ‘My Beautiful Girl’은, 맑은 피아노 반주와 고운 하모니(‘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탓에 더 아리다. 며칠 전 앨범 발매 소식과 함께 공개된 ‘Speed Freak’은 <Heaven~> 속 ‘Devil From the Country’가 그랬듯 네 곡 가운데에서 홀로 튄다. 강렬하게 째지는 리프에 이런 청량한 신스를 올리는 건 대체 뭔가(좋다는 뜻이다). 여기에 언제나처럼 ‘그답게’ 들리는 섬세한 보컬이 얹히자 탁한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되풀이되는 “I feel sorry”의 톤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만큼 적고 나니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Rarely do I dream”. 트레버 파워스가 쓴맛이 결여된 달콤함을 줄 거라 생각했다니, 안일했지.


https://youtu.be/0AC-7XUS18U?si=NjOGlMfg9AW9PHzL

'Speed Freak' mv



SASAMI, <Blood On the Silver Screen>

[25.03.07 예정]


사사미의 음악은 어떻게 해도 ‘얼터너티브/인디’라고밖엔 적을 수 없는데, 그 두루뭉술한 워딩으로도 아우르기 힘들다. 그는 한때 록밴드 체리 글레이저에서 신시사이저를 연주했다. 탈퇴 후 낸 <SASAMI>는 완성도 높은 드리미 인디록이었다. 그 다음 작업이 무엇이었는가 하면, ‘물뱀전갈여자’를 페르소나로 둔 헤비메탈 앨범이다. 헌데 장르에 충실한 첫 트랙 ‘Skin A Rat’을 지나면 펼쳐지는 세계는 ‘정통’과는 거리가 멀다. 앨범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메탈과 인더스트리얼이 바라보고 구현하는 이미지는 안티-(올드)메탈에 가깝다. 거기에 록발라드와 팝펑크, 오케스트라 연주곡, 한국적 포크의 흔적이 만연한 라스트 트랙 ‘Not A Love Song’까지, 사사미는 나란히 두기 어려운 장르를 오가고 섞어 한 줄기로 흐르는 혼종을 탄생시킴으로써, 메탈의 언어를 ‘씬에서 자발적/비자발적으로 튕겨나간 존재들’의 것으로 되찾는다.


그랬던 사사미가 이번에 겨냥하는 곳은 감성적인 팝록인 것일까. 헝클어진 곱슬머리, 상반신을 열어젖히고 이쪽을 비스듬히 응시하는 그의 (입술의 붉은 피를 제외하면)모노톤 초상은 ‘사사미 치고’ 평범한 커버아트다. 적어도 갈라진 얼음 위에 위태롭게 서있거나 ‘물뱀전갈여자’가 돼있진 않다는 것이다. 선공개된 세 트랙도 평이하게 듣기 좋다. 파워풀-메탈릭한 그룹사운드와 호소력 짙은 보컬의 조합으로 전작의 ‘Greatest Love’를 연상시키는 ‘Honeycrash’가 일단 돋보인다. 메인스트림 댄스팝스러운 멜로디의 ‘Slugger’에는 길잃은 영혼의 토로가 담겨 있다. ‘Just Be Friends’는 닳고닳은 서사의 포크 발라드로 들리지만, 부드러운 화음으로 전해지는 가사나 별안간 위태로워지는 그룹사운드에는 사사미여서 가능한 날것의 진솔함이 비친다. 그러나, 그가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을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사사미를 들어보지 않은 이에게 <Squeeze> 소개를 위해 두 곡을 고른다고 가정했을 때, ‘Say It’과 ‘Need It to Work’를 택한 경우와 ‘Call Me Home’, ‘Tried to Understand’를 택한 경우, 첫인상은 극과 극으로 나뉠 테니 말이다.


https://youtu.be/EAMUs4F01g8?si=c1UmZSJ_3pT6Hu9I

'Honeycrash' mv



(내용이 겹쳐 이전 글은 내림)

Perfume Genius, <Glory> [25.03.28 예정]


퍼퓸 지니어스는 자기 대상화를 잘 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사실)드문 재능이다. 정체성과 경험에서 비롯하는 창작을 하면서도 거기 매몰되지 않고, 상처나 취약함을 그만의 방식으로 드러내므로 힘있는-무엇을 예상했든 그것이 아닌- 고유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곤 한다. 그는 뮤지션인 만큼 예술가, 댄서, 뮤직비디오 감독, 실험적인 배우다. 이번 신곡 ‘It’s a Mirror’ 비디오에서는 배우의 역할에 집중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부서질 듯한 연약함, 날것의 기쁨, 갈망, (자기혐오의 잔해일 가능성이 있는)역겨움을 드러낸다. 투박한 안정에 내재하는 어긋남이 점차 번지며 트랙을 (긍정적인 의미로)찢어버리는데, 그 카타르시스 유사한 정서가 상당히… 묘하다. 자신의 정체성이나 신체를 해체하는 느낌도 든다. (알란 와이플스의 출연도 상징적인 듯한데, 아닐 수도 있고.) 겨우 한 번 시청했다. 취향에 맞는 영화를 관람했을 때처럼 벅차서, 시간을 두고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보다 체계적인 감상은 3월 28일, 전곡이 공개된 이후로 미루자.


욕망의 에너지가 섬세하게 넘실대는 관능적인 아트록 <Set My Heart On Fire Immediately>가 2020년이었고, 댄스 피스 사운드트랙인 익스페리멘탈 앰비언트 <Ugly Season>이 2022년이었다.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의 몸을 ‘퀴어하게’ 활용하고 전시하는 법을 터득하고 확장해 온 마이크 헤드레어스는, <Glory>의 스타일로 오렌지빛 헤어와 먼지 범벅의 얼굴, 코르셋, 하이힐, 진, 바이크 재킷을 택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glory”는 무얼까, 코발트 블루빛 “신성한 테러”는 어떤 맥락에 위치할까, 어떤 것을 비틀거나 뒤집거나 살며시 내려놓거나 조각낼까. 그가 “문을 열고 나와” 보여 줄 다음 장에 대한 기대로 정신이 혼미하다.


https://youtu.be/hx2_NGaDPrk?si=U8Bse46YQXXYevh9

'It's a Mirror' mv



+

루시 데이커스가 오랜만에 내는 솔로 앨범 <Forever Is A Feeling>도 3월 28일로 잡혀 있다. 그의 작품을 열심히 해석한 적은 없지만 간헐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3월 7일 공개 예정인 디보스의 <Drive to Goldenhammer>는 이 리스트에 포함할 계획이었으나, 처음 쓰는 밴드여서 풀어내다 보니 이전 EP들을 루즈하게 아우르는 별도의 글로 떨어져 나갔다. 그보다 먼저 2월 6일, 테라 트윈의 두 번째 EP <Static Separation>이 공개 예정이다. 선공개곡을 통해 대강 미루어 짐작해보면: 정체성이나 관계 등에서 비롯된 내면의 분투(, 멘탈 과부하)를 다룬 데뷔 EP <Head Leaking>을 잇거나 ‘관계’ 쪽으로 좀 더 파고들지 않을까 싶다. 예상은 여기서 멈추고 여전한 banger 들인 세 신곡을 반복재생하며 기대만 하기로.(이제 실물 앨범도 팔아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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