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
<왜 독립영화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 감독: 구교환)
<WELCOME TO MY HOME>(2013, 감독: 구교환)
<연애다큐>(2014, 감독: 이옥섭, 구교환)
<4학년 보경이>(2014, 감독: 이옥섭)
<메기>(2018, 감독: 이옥섭)
<우리 손자 베스트>(2016, 감독: 김수현)
<꿈의 제인>(2016, 감독: 조현훈)
<남매의 집>(2009, 감독: 조성희)
<뎀프시롤: 참회록>(2014, 감독: 조현철, 정혁기)
* 위 작품들의 구체적인 장면, <메기>와 <4학년 보경이>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교환을 처음 본 것은 단편 <뎀프시롤: 참회록>(2014)에서였다. 틀어 올린 머리에 맨발로 땅바닥에 앉아 장구를 치는 모습이었다. 그 이상한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 후 열심히 그의 작품들을 찾아서 봤다. 맨발로 장구를 치는 모습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못지않게 독특한 구교환만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사실 구교환은 감독이다. <왜 독립영화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를 비롯해 여러 단편을 만들었고, 꾸준히 함께 작업하는 이옥섭 감독의 작품에서 배우로 출연하는 동시에 프로듀싱이나 편집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교환은 감독이기 전에 배우다. 자신이나 이옥섭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들의 작품에서도 꾸준히 연기를 해왔고, KBS 단막극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꿈의 제인>(2016)으로는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받기도 했다.
<꿈의 제인>에서, 그는 신기하게도 구교환인 동시에 완벽하게 제인의 모습이다. 특유의 표정을 제인의 것으로 만들어내고, 목소리의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톤을 약간만 바꾸어 제인만의 목소리를 낸다. 구교환의 말투에는 긴장감과 유머가 배어있다. 굉장히 독특하지만 좁을 것만 같았던 목소리가 사실은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는 것은, <꿈의 제인>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사에 통달한 것처럼 새침하고 무심하면서도, 우아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꿈꾸는 것 같기도 한.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제인만의 말투.
“이런 개같이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글로만 적혀 있을 때는 그저 괜찮은 표현, 정도의 느낌을 주는 이 문장들은, 제인의 입을 통해 나오는 순간 듣는 이의 가슴속으로 훅 들어온다.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할 때의, 괜히 무게 잡지 않는 담백한 말투, 그것이 오히려 말의 무게를 더한다. 불행을 웃음으로 덮으며 살았던 제인의 삶의 무게가 느껴지며, 웃음이 나는 동시에 슬퍼진다. “또 만나요, 불행한 얼굴로.”라는 대사는, 불행한 미소가 피어 있는 제인의 얼굴과 만나 관객에게로 파고든다.
제인의 말에는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그가 쓰는 문장은 단정적인데도 상대를 배려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왠지 다른 사람이 하면 꼰대 같이 들릴 것만 같은 말도, 제인이 하면 귀 기울여 듣게 된다. 청소년들과 있을 때 스스로를 지칭하는 ‘엄마’라는 호칭도 전혀 오글거리거나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모래밭에서 풍선을 줍고 ‘주운 사람이 임자’라고 말하거나, 훔친 미러볼을 들고 ‘안 훔쳤다’고 시치미를 뗄 때도 어쩐지 그의 말이 다 맞는 것만 같다. 그것이 제인의 힘이다. 그 힘의 반이 각본과 연출에 쓰인 표현에서 나온 것이라면, 나머지 반은 구교환의 것이다. 미러볼을 훔쳐 퇴근하는 길, 혼자 앉아있는 소영을 보고 제인은 “어머 깜짝이야! xx 진짜”라고 작게 소리친다. 이 대사를 구교환 말고 누가 이렇게 우아하고 새침하며 유머러스하게 뱉을 수 있을까.
‘제인’이 아름답지만 꿈에서나 나올 것 같은 캐릭터라면, <우리 손자 베스트>(2016)에서 구교환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현실적이지만 다소 이입하기 힘들다. 이미 사회적 모델이 있어서 더 그렇기도 하다. 재미있게도 그가 맡은 캐릭터의 극 중 이름은, 본인의 이름 ‘교환’이다. 세월호 유가족이 단식을 하고 있는 장소에서 피자를 먹고, 커뮤니티에 여동생의 몸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이다. 이상하게도 관객은(적어도 나는) 그를 아주 혐오하기보다는 어떤 캐릭터로서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교환은 뭔가를 작당해도 제대로 하지 못해 매번 실패하고, 조각난 가정에서 감정적으로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지낸다. 히어로 무비의 악당이 어떻게 악당이 되었는지를 보고 난 후 동질감이나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캐릭터로서의 매력을 느낀다고 해서 현실의 그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며, 이해한다고 해도 그 이해가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아마 구교환도 연기를 하며 완전히 이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관객이 ‘교환’에게 어떤 보편성의 실마리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교환의 양태가 아무리 한심하고 비상식적이라도 그게 단순히 개인의 환경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베를 대하는 시선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방식으로 세상에 자기를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병든 사람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일베가 지역감정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들의 유희에 드러나는 약자 혐오, 여성 혐오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소화되고 있는가. 특정 정서를 강제 주입받고 그것을 재생산하는 과정엔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의 보편 문제라고 하고 싶다.”
“일상을 견디는 방식은 비슷하다. 아주 특별한 인물들은 아닐 수도 있다.”
-출처: 유튜브 채널 'TV특종'에 올라온 시사회 영상.
<우리 손자 베스트>의 주인공에 관한 김수현 감독의 말들이다. 구교환은 본인의 방식대로 연기를 해, 결과적으로 감독의 의도를 매우 잘 반영했다. 작품의 마지막, “내가 찾은 팩트는, 바로 나다.”라고 말한 후 춤인지 몸짓인지 모를 동작으로 신나게 흔드는 모습을 보면, 그가 그저 한국의 평범한 젊은이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는 구교환이 ‘각본, 연출: 이옥섭, 구교환’이 아닌 작품들에서 보여준 모습들을 살피며, 그가 구교환스러우면서도 다양한 연기가 가능한 ‘배우’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를 말할 때 이옥섭이라는 이름을 빼놓는 것이 불가능하다, 는 것도 맞는 말이다. 이옥섭 감독과 함께한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치명적인(?) 매력이 분명히 있다. <왜 독립영화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플라이 투 더 스카이>, <4학년 보경이>, <연애다큐>, <메기> 등의 작품에서 그는 좀 더 편안하고 자기 옷을 입은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서 그의 매력은 완벽하지 않음에서 온다. 외모 얘기는 아니다. 쪼잔한데 사랑스럽고, 소심한데 귀엽고, 이상한데 웃기다.
<연애다큐>(2014)는 구교환의 가장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속 좁고 예민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남들의 시선을 무지 신경 쓰는 “감독 지망생” ‘교환’. 좋지 않은 수식어만 잔뜩 썼지만, 자신과 닮은 ‘교환’을 연기하는 구교환은 무지 사랑스럽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멋있는 대사를 부러 반복해 읊고 왜 찍지 않았냐고 짜증을 내거나, 발표 직전 화장실에 가지 못한 애인 ‘하나’의 긴장을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본인이 더 긴장해 신경질을 내거나 하는 장면들로 미루어 봤을 때, 교환은 결코 보편적인 호감형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러 후라이드 치킨을 시킨 것 아니냐며 따지는 하나의 눈치를 보는 와중 꿋꿋이 치킨을 야금야금 먹는다거나, 팩을 하며 통화하는, 하나의 목소리를 듣고 “얘 납치됐나 봐.” 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모습들을 보면 아유 하는 감탄사와 함께 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구교환은 높은 톤의 말투를 좀 더 신경질적이고 빠르게 사용해 ‘교환’의 성격을 표현하지만,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4학년 보경이>(2014)에서 보경의 애인 ‘덕우’는 ‘교환’과 비슷한, 구교환 표 말투를 사용하지만, 좀 더 웃음이 많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음이 식은 보경에게 삐져 틱틱대는 모습도 귀엽게만 느껴진다. 허나 마지막 장면은 다르다. 덕우는 헤어지기로 한 사실을 외면하며 부러 밝고 자상하게 보경을 대한다. 그런 덕우에게 보경은, 기절한 그를 두고 선배와 잤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 말을 들은 덕우는 큰 소리를 내지도, 울지도 않는다. 오히려 가게 앞에서 보경과 처음 헤어질 때보다 차분한 모습이다. “왜 나를 그렇게 대하지, 니가.”라고 차갑게 말한 후, 방 안의 모든 것을 세운다. 소파도, 책장도, 이젤도. 보경을 잠깐 봤다가 바로 눈을 피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세울 물건을 찾는 데에만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공구함을 세운 다음, “잘 먹었습니다.” 하고 허리를 푹 꺾어 인사한 후 슥슥 걸어 나간다.
이옥섭의 톡톡 튀는 각본과 구교환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만나 탄생한 명장면이다. 구교환의 연기에는 ‘연기스러운’ 면이 별로 없다.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극적인 감정을 끌어내지 않아도 충분히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을, 그게 때로는 더 효과적임을 그는 보여준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이옥섭과 함께한 작품에서 그는 ‘찌질한 남자 친구 전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자상함이 있는 버전이 <4학년 보경이>의 덕우, 좀 더 예민하고 자기중심적인 버전이 <연애다큐>의 교환이라면, <메기>(2018)의 성원은 4차원적으로 웃긴 면이 두드러진다. 밤을 깎는 윤영의 얼굴에 장난친답시고 주먹 쥔 손을 휘젓고, 혼자 역할극을 하며 난리 치다가 집에 들어와 있는 윤영을 보고 깜짝 놀라고, 출근길에 찌그러트린 캔을 양 발 밑에 놓고 스케이트 타듯 걸어가기도 한다. 이렇듯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철이 덜 들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아무튼 듣도 보도 못한 식으로 웃기는 행동들을 하는데, 그가 홀로 찍은 6분짜리 단편 <WELCOME TO MY HOME>(2013)을 연상시킨다. 구교환이 혼자 빨래, 샤워, 요리 등을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머리를 말리며 드라이기로 총 쏘는 시늉을 하는 등 갖은 재롱과 난리를 다 피운다. 파티에 초대받지 못해 우울해하다가, 혼자 먹은 식사를 마치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것처럼 꾸며 SNS에 올리는 소심한 모습도 성원의 것과 비슷하다, 성원 또한 화가 날 때는 내뿜지도 숨기지도 못하고 뭐 없어 보이게 중얼거린다. 윤영에게 내쫓기듯 차일 때도 그는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겨우, “너 후회할 거야.” 따위의 말을 읊는다.
너무 찌질하고 쪼잔하지만, 그래서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못할 것 같은 무해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헬멧에 점퍼, 야구방망이를 들고 앉아있어도 그게 성원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웃음이 터져버린다. 윤영의 상상 속 성원이 살인을 계획하는 장면조차도 웃길 뿐 무섭지는 않다.
그러나 <4학년 보경이>에서처럼, 마지막 장면은 다르다. “너 여자 때린 적 있어?”라는 윤영의 질문에 성원은 “어 때린 적 있어, 전여친 때렸어.”라고 답한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야기 전개상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장면이지만, 그 말을 하는 것이 구교환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이상한 무서움이 있다. 그는 그 대사를 별 위협이나 무게감 없이, 단순하고 담백하고 당연하게 뱉는다. 전혀 위협이 될 것 같지 않던 사람이 그 말을 하는 순간, 단순히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가 아니라, 누군가를 금방이라도 찔러 죽여 버릴 수도 있을 법한 인간으로 보이게 된다. 오히려 <우리 손자 베스트>의 교환은 속이 다 보여서, 싫긴 해도 무서운 느낌은 별로 없었다.
그러고 나니 다른 장면들이 떠오르며 소름이 돋는다. 성원은 강섭이 발에 끼고 있는 반지가 자신이 잃어버린 커플링이 아닌지 의심한다. 그 상황에서 ‘그거 내 반지 아니야?’ 하고 물어보는 대신, 지갑을 몰래 가져간 후 ‘내가 잃어버린 돈 줄게 그 반지 팔래?’ 하고 친절하게 제안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성원 나름의 해결 방식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다. 윤영이 성원을 데이트 폭력 가해자로 의심하면서도 바로 묻지 않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다른 장면에서 덕우나 교환이 떠올랐던 것과 달리, 마지막 장면의 성원은 <남매의 집>(2009)에서 남매를 위협하는 라오우를 닮아 있었다. 구교환의 ‘또라이 같음’은, 천진난만한 평화로움과 폭력적인 어두움을 넘나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앗, ‘또라이 같다’고 하면 기환이 화낼지도 모르겠다. <왜 독립영화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의 ‘기환’은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항상 똑같은 체크무늬 양복을 입고 다니는 배우다. 언뜻 숫기 없고 소심해 보이는 그는, 함께 작업한 감독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DVD를 받아낼 만큼 끈질기고 강한 면이 있는 캐릭터다. 배우로서의 열정은 고지식해 보일 정도여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거지 또라이’가 아니라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정색하고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한다. 실제 배우이자 감독인 구교환 본인의 상황과 특징이 많이 겹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기환은 주인공이면서도 스스로를 드러내는 말을 거의 않는다. 상대에 대한 질문이나 짧은 반응이 대부분이다. 관찰하거나 눈치 보는 듯 상대방(대부분 감독들)을 바라본다. 극적이거나 장황한 상대의 대사나 표현과 대조된다. 그는 덕우나 교환을 연기할 때의 편안함 대신 경직된 몸과 표정, 살짝 어색하고 딱딱한 말투로 기환을 표현한다. 그러나 그 경직된 표정의 미세한 변화로, 관객이 기환의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순지와 촬영을 하다 대사를 틀렸을 때 기환은 어쩔 줄 모르고 눈알을 굴린다. ‘난 이제 죽었다 죽었다 죽었다 죽었다’ 하고 되뇌는 것 같은 표정이다. 우동을 먹다 DVD가 든 쇼핑백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을 때는 입에 문 면발을 줄줄 흘리며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찾다가, 말도 제대로 뱉지 못하고 뛰쳐나간다.
순지의 손에 있는 DVD를 필사적으로 뺏거나, 동신이 자는지를 확인하려고 눈을 찌르는 시늉을 하는 등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구교환은 특유의 진지한 익살맞음으로, 캐릭터는 심각한데 관객은 웃게 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허나 그 웃음이 그늘 없는 폭소가 아니라, 팍팍한 현실을 코미디로 풀어놓았기에 나오는 ‘피식’이라는 것을 알기에 또 마냥 웃기도 힘들다. 양파를 까며 우는 표정이 그 온도를 한 번에 설명해준다.
작품의 끝부분, 기환은 각본에 없던 DVD가방을 들고 연기를 한다. 그게 뭐냐고 묻는 감독을, 애절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메소드요.”라고 답한다. 작품 내내 관객을 설득시켰던 그의 얼굴이 있었기에, 마지막 장면의 그 대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구교환의 연기는 ‘잘한다’는 말로 담기는 좀 힘들다. 사실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다만 그의 연기와 먼 수식어를 적어 볼 수는 있겠다. ‘어디서 본 듯한’, ‘그럴듯한’, ‘전형적인’과 같은. 연기와 인터뷰를 쭉 봐 왔을 때, 캐릭터를 대하는 자세가 조심스럽고 겸손하다고 느꼈다. 인터뷰마다 기자가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할 때 그는, “어떤 인물인지 정해 놓지 않았다,”, “전형적인 인물이 되어 버리지 않도록 장면 하나마다 충실했다,”라는 내용의 답을 하곤 한다. 구교환이 연기하는 인물은 항상 구교환 같다. 동시에 그 인물 자체 같다. ‘어디에도 없던 자연스러움’을 연기하는 어디에도 없던 배우감독. 그는 말조차 그의 연기처럼 한다.
내내 배우로서의 구교환을 강조했지만, 그는 재능 있는 프로듀서이자 각본가, 감독이기도 하다. <왜 독립영화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에서 구교환은 유머러스한데 현실적인, 톡톡 튀는 각본과 연출, 그에 걸맞은 연기를 보여준다. 감독과 배우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내 보는 사람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앞에서 언급한 <메기> 또한 그가 직접 감독하지는 않았지만 프로듀싱과 편집을 담당한 작품이다. 배우로서의 구교환과 감독으로서의 구교환 둘 모두의 팬이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어떤 톡톡 튀는 연출과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는 항상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기대 이상을 보여주니까 말이다.
* 아래는 구교환 배우감독과 이옥섭 감독의 공식 유튜브 채널입니다. 글에 언급된 몇 작품들 외에도 두 분이 함께 만든 단편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user/gookyo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