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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제모름 Sep 08. 2019

두 얼굴의 아담 (1)

Adam with Jim


아담 드라이버(Adam Driver) with 짐 자무쉬(Jim Jarmusch)

-영화:
<패터슨(Paterson)>(2016)
<데드 돈 다이(The Dead Don’t Die)>(2019)

* 위 두 작품의 구체적인 장면과 <데드 돈 다이>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 리포트>(2019) 포스터.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 중 하나’, 라고 하기에, 아담 드라이버의 필모그래피는 거대한 ‘할리우드’ 영화산업판에서 살짝 비껴가 있다. 출연작 리스트만 훑어봐도, 그가 독립/예술영화를 블록버스터 출연을 따내기 위한 발판으로 쓰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아담 드라이버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까닭 중 하나다. 이제 그는, 스타는 아니지만 개성과 위치가 확실한 감독들과 작업을 이어가며,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차근차근 걸음을 내딛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딱히 수식어를 덧붙일 필요 없는 ‘아티스트’, 짐 자무쉬가 있다.


짐 자무쉬의 영화는 의도적으로 사소하다. 하나로 통하는 거대한 주제보다는, 그가 사랑하는, 예술과 사람과 세상에 대한 묘사 하나하나 자체가 중요하다. 그리고 최근작 둘에서 그 사소함을 드러내는 핵심 중 하나는 아담 드라이버라는 배우였다. 자무쉬 영화의 느린 템포와 미지근한 온도가 아담 드라이버의 얼굴과 만나 독특한 케미를 발생시켰다.


[<패터슨>(2016)에서 짐 자무쉬와 아담 드라이버의 케미는 최고였다. 짐 자무쉬는 이제까지 없었던 종류의 그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아담 드라이버는 이제까지 없었던 그다운 연기로 그것을 보여 주었다.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는, 순간의 어색함마저 자연스럽게 포착하는, 연기 같지 않은 연기였다. ‘패터슨’이라는 인물의 얼굴에, ‘패터슨’이라는 장소를 담아냈다. 짐 자무쉬가 그리는, 일상과 평범한 사람들의 예술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본인의 글에서 인용)


<데드 돈 다이>(2019)


<데드 돈 다이>(2019) 속 경찰 제복을 입은 로니의 모습에서, 버스 운전사 제복을 입은 패터슨이 겹쳐 보인다. 단순히 같은 배우가 비슷한 꾸밈새로 등장해서는 아니다. 애매한 효과음을 내며 느리게 말을 끄는 로니를 보니 그 까닭을 알겠다. 둘 모두, 농담이나 빈말을 능숙하게 할 줄 모르는, ‘연기를 못하는’, ‘akward’한 인물이다. 허나, <패터슨>과 <데드 돈 다이>가 언뜻 달라 보이지만 사실 비슷한 것과 달리, 패터슨과 로니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패터슨의 얼굴에서는 감정과 생각이 바로바로 읽힌다. 어색해서 자연스럽다. 반면 로니는 자연스러워서 어색하다. 특수한 설정 속에서 정말 ‘이상하게’ 행동한다. 패터슨처럼 한눈에 들어온 줄 알았던 로니는, 좀비가 등장하며 관객의 시야를 벗어난다. 초반에 밥을 경계하고 긴장한 채 총을 겨누던 그는, 물어뜯긴 조이 일행의 목을 망설임 없이 내리친다. 얼굴에서 감정이나 생각이 좀처럼 읽히지 않는다. 연기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잘 모르겠는 정도로 표정 변화가 잘 없다.


<데드 돈 다이>(2019)


아담 드라이버가 비틀린 입술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쓴 채, 혹은 눈썹을 올리거나 허공을 응시하며 하는 ‘Pause ,Stare, and Repeat.’(<데드 돈 다이>에 대한 글 참고) 또한 다르다. 패터슨이 우연히 쌍둥이를 마주칠 때, 로라가 해준 특이한 파이를 먹을 때, 차인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웃은 다음에, 천천히 짓는 표정과 쉼표 사이에 뱉는 말들은, 살짝 어색한 공기를 만들며 패터슨다운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로니가, 민디가 형식적인 위로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잠깐 멈췄다가 하는 “I doubt it.”이나, 시체를 보고 딱딱하게 뱉는 “Yuck!”에서는, 묘하게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  


<패터슨>(2016)


패터슨은 감독이 만든 세계를 완벽하게 담아냄으로써, 로니는 그 세계를 깨트림으로써 감독의 의도를 실현한다. 아담 드라이버는 비슷하지만 미세하게 다른 느낌의 얼굴로 둘 모두를 해낸다. 로니는 말한다, “This whole thing’s gonna end badly.” 자꾸 뜬금없이 나와도 때마다 웃긴데, 심지어 복선이다. 정말 대본을 다 알고 있어서 한 말이라는 것이 마지막 순간 밝혀진다. 의도적으로 긴장을 느슨하게 하고 김빠지는 웃음을 주기 위한 설정이었지만, 아담 드라이버는 어쩌면 진짜로, 짐 자무쉬에게 있어 처음부터 끝을 공유할 수 있는 배우인지도 모르겠다.



*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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