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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않인 Nov 24. 2019

IDK HOW Christmas Everybody!

IDK HOW <Christmas Drag> EP



I DONT KNOW HOW BUT THEY FOUND ME - <Christmas Drag> EP
 
 
한국 기준 지난 11월 3일, IDK HOW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idkhow


“IDK HOW가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당신은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11월 16일, ‘working hard’의 결과물, <Christmas Drag>이 발매됐다. IDK HOW 이름으로 낸 첫 홀리데이 EP다. 댈런의 개인적인 홀리데이 싱글 작업이, 환상의 파트너 라이언 시몬과 함께, 보다 공식적이고 지속적인 정기 프로젝트로 확장되었다는 의미라는 기대를 해본다. 일단 당장은, 캐롤에 취향 없다면서 댈런스러운 홀리데이 송에 중독돼 <Xmas Jambs>와 <Please Don’t Jump(It’s Christmas)>만 닳도록 돌리던 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곡이 생겼다.
 

https://youtu.be/heHgFGU_NQs

‘Christmas Drag’


첫 곡 ‘Christmas Drag’은, <Xmas Jambs>에 실었던 동일한 제목의 곡을 리메이크-라기보단 리레코딩-한 트랙이다. <Xmas Jambs>의 전체적 컨셉은, ‘another Christmas without you 또 네가 없는 크리스마스’로 요약할 수 있겠다. ‘Sickly Sweet Holiday’는, 마지막에 ‘너’가 돌아온 덕에 외롭지 않게 끝나지만, ‘Christmas Drag’은 아니다. ‘너’와 함께할 수 있으리란 (아마도 헛된) 희망을 끝내 버리지 않는 화자가 안쓰럽다. 댈런은 ‘Christmas is a drag sometimes 크리스마스는 종종 날 바닥까지 끌어내려’ 라고 노래한다. 아웃트로의, 상쾌하지만 끝이 늘어지는 징글벨 소리가 여운을 남긴다.
 
IDK HOW 버전에서는, 피아노 멜로디와 보컬을 약간 죽인 대신, 밴드 사운드를 올려 균형을 다르게 맞췄다. 허나 곡 자체로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멜로디와 가사, 구성, 징글벨을 울리는 마무리까지. 굳이 왜 다시? 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댈런이 까닭을 설명해 준다.
 
“‘Christmas Drag’ 12  the Brobecks 시절 창고에서 만든 데모 였다. 제대로  녹음과 발매 기회가 아예 없었다. 그게 아마 the Brobecks 본질nature 가까울 것이다: 모든  정말 ‘DIY’였고.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제대로  기회가 있기는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언제든 우리가 만든 곡은, 그냥 아빠의 창고에 있는 오래된 8트랙 테잎 플레이어 같은 거였다.”  
[댈런 위크스, Altpress 인터뷰]
 
‘제대로 된’ 레코딩을 했다는 점 외에, 두드러지는 차이는, 추가된 인트로다. 처음과 끝의 웅성거림, 중간중간 섞인 노이즈와 추임새를 넣는 목소리 때문에 라디오 멘트 같기도 하다. “Hello, I hope everybody has a nice holiday whatever you are choosing to celebrate. 안녕, 모두 멋진 홀리데이를 보내길 바라,  축하하기로 선택하든 말이야.” 로 시작해, “We can perhaps think about living in peace together with all kinds of people. 어쩌면 우린 다양한 사람들 모두  함께 평화롭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   있을  같아.” 라고 끝낸다.
 
가사의 서사보단 홀리데이 송이라는 장르에 중심을 둔 메시지로 읽힌다. 크리스천만의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뭘 축하하기로 결정하든, 다양한 사람들 모두 함께 평화롭게 지내는 날’로 의미를 분명하게 확장시켰다고 할 수 있겠다.(<커뮤니티>의 ‘아벳의 크리스마스’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물론 실질적으로 크리스마스는 이미 종교에 상관 없이 전 세계 사람들의 홀리데이가 됐다. 허나 축하의 개념을 고민해 짚고 넘어가는 행위엔 의미가 있다. 이 상당히 직접적인 메시지는 나레이터의 무심한 말투 덕에 촌스럽게 들리거나 따로 놀지 않고 곡과 어울린다. (<1981 Extended Play> 첫 곡 ‘Introduction’보이스가 떠오르는데 같은가?! 아마 라이언인 듯.)


https://youtu.be/w-HY97oCPSI

‘Merry Christmas Everybody’ 리릭비디오.

 
나머지 두 곡은, 클래식한 캐롤 느낌이 강하다. Slade 커버인 두 번째 트랙 ‘Merry Christmas Everybody’는, 커버곡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해 준다. 경쾌하고 단순한 멜로디, 웅장한 후렴구, 맛만 보여주듯 짧게 읊는, 최소한의 액세서리 같은 브릿지까지, 정직하게 커버했다. 허나 걸걸하게 내지르는 원곡 보컬을 대체한 댈런의 보컬이, 매력을 차별화한다. 깔끔하고 가는 떨림이 있으면서 허스키하게 째는 것도 가능하다. 기술적으로 완벽하면서 독보적으로 독특하다. 모든 곡을 댈런스럽게 만들어버린다. 일종의 브랜드 같다.  
 
그리고 리릭비디오는 역시나, 무심하게 스타일리시하다. 카메라를 고정 시킨 채 원 테이크로 찍었다. 오래된 비디오 테잎의 낮은 화질, 화면 중간엔 ‘IDK HOW체’로 가사가 뜬다. 댈런과 라이언이 앉아 있고, 곡이 진행되며 집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미는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댈런은 올드한 멋이 있는 디자인의 마이크를 잡고, 계속 움직이며 노래한다. 눈을 카메라와 맞췄다가 돌리거나 치켜뜨고, 뒤에 돌아다니는 이들을 슬쩍 보기도 한다. 머리카락을 넘기거나 흔들고, 가사에 따라 손으로 눈 내리는 시늉을 하거나 머리를 퍽퍽 친다. 자세도 다리를 꼬거나 어깨를 비트는 등 정신없도록 끊임없이 바꾼다. 반면 라이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의자에 몸을 푹 기대고 고개는 뒤로 젖힌 채, 잠을 자는 건지 기절한 건지 아무튼 입을 멍하게 벌리고 있다. 어떻게 저렇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곡이 끝나 갈 무렵엔 아이들이 반짝이 전구를 라이언의 몸에 두르기도 하는데, 여전히 반응은 없다. 지나친 의미부여 인가 싶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편안하고 생산적인 관계와 밴드에서의 포지션을 상징하는 듯한 영상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와 창작물은 댈런에게서 나오지만, 라이언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dallonweekes


IDK HOW의 영상은 언제나 IDK HOW답다. 별거 없는데 독특하고 센스 넘친다. 댈런 위크스의 인터뷰와 재치 있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 그가 직접 감독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다른 비디오가 더 나올 지도 모르니, 기대를 늦추지 말고 있어야겠다.  
 
“하루 동안 집에서, 30년 넘은 VHS카메라를 가지고 죄다 비디오 테잎으로 뮤직 비디오를 몇 개 찍었고, 우리 가족이 도와줘서 그냥 간단한 원 샷, 원테이크 류의 리릭 비디오를 찍었다.”
[댈런 위크스, Altpress 인터뷰]



https://youtu.be/NaERIYUjfcE

‘Oh Noel’


그렇게 <Christmas Drag>은, 모두 함께 크리스마스를 축하하자는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다가, 마지막 트랙 ‘Oh Noel’에서 기습적으로 깊은 우울을 투척한다. 이 EP에서 사실상 오리지날로 공개된 유일한 곡이다. 클래식 크리스마스 송 ‘The First Noel’이 연상되나 이름만 같을 뿐, 가사도 사운드도 다르다. 코러스 마지막 구절, 노엘이라는 이름을 늘어지게 읊는 구성이 귀에 익는다는 생각을 하다, 이내 잊게 된다. 느린 피아노 반주에 단순한 멜로디, 댈런은 청량한 미성으로 노래하다, 목이 메는 듯한 허스키함을 섬세하게 첨가한다. 고운 보컬과, 스토리 텔링 스타일에서, 댈런의 프로젝트 밴드 The Brobecks의 ‘All of the Drugs’ 같은 곡이 떠오르기도 한다.
 
 
Hasn’t every little Christmas wish been sent?
모두의 작은 크리스마스 소원이 닿지 않았나요?
Have sugar plums been dancing in your head?
슈가 플럼이 당신의 머릿속에서 춤추고 있나요?
I hope the holiday will find you well
휴일이 당신을 괜찮게 해주길 바라요
Oh, Noel, oh, Noel
오, 노엘, 오, 노엘
 
I met you in December ‘93
당신을 93년 12월에 만났죠
Noel been staying up the block with her mother’s family
노엘은 그녀 엄마의 가족들과 연락을 끊은 채 였어요
For two straight weeks, we ran through snow
두 주 내내, 우린 눈 속을 달리며
And kissed beneath the mistletoe
겨우살이 아래서 키스했죠
And swore love in secret company
비밀스럽게 사랑을 맹세했어요
 
Hasn’t every little Christmas card been sent?
모두의 작은 크리스마스 카드가 닿지 않았나요?
Has every child been tucked into their bed?
모든 아이들이 이불 속에 들어갔나요?
I’m hoping that this song will find you well
이 노래가 당신을 괜찮게 해주길 바라요
Oh, Noel, oh, Noel
오, 노엘, 오, 노엘
 
A decade passed and letters all but died
십 년이 지나고, (의역)겨우 닿은 모든 편지들이 알려줬죠
Ten years that saw her folks divorced and best friend’s suicide
십 년 동안 그녀 가족들은 이혼했고, 가장 친한 친구는 자살했다고
I’d see her on occasion looking pale and petrified
어느 날 창백하고 겁에 질린 그녀를 봤어요
I’d wave but she would only turn and cry
손을 흔들려고 했지만 그녀는 뒤돌아 울었죠
 
The embers in the fireplace are dead
난로 안 타다 남은 것들은 다 사라졌죠
The late-night news reports are being read
늦은 밤 뉴스를 읽게 됐어요
They found you in some dirty cheap motel
어느 더럽고 싼 모텔에서 당신을 발견 했다는
But oh well, oh well
그런데, 음, 음.  
 
Noel Noel Noel
 
-IDK HOW - ‘Oh Noel’, <Christmas Drag>

 
‘Oh Noel’은, 화자가 만났던 한 사람, ‘노엘’에 대한 이야기다. 93년도 겨울의 추억으로 시작해, 현재 노엘의 소식을 듣는 것으로 끝난다. 한겨울의 홀리데이 크리스마스는, 비극에 탁월한 배경이다. 즐겁고 따스한 이미지도, 12월의 추위도, 노엘의 삶과 죽음을 더 슬프게 만든다. 후렴구의 물음표는 심장에 와 꽂힌다. ‘Christmas Drag’의 화자가 일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외로움을 노래해 개인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Oh Noel’의 일인칭 화자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관찰자로서 거리를 두고 타인의 삶을 들려준다. 현실적인 이야기 자체가 울림을 준다. 곡이 끝나도, 애절하게 갈라지는 ‘dirty cheap motel’, 여리고 가늘게 올라가는 마지막 ‘noel’이 가슴에 먹먹하게 남아,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어떤 포인트에서 자신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거나 적어도 마주치게 된다. ‘Oh Noel’은 결국 그런 것에 관한 곡이다. 진짜진짜로 결과물이 자랑스럽다. 이 홀리데이(크리스마스)에는 커다란 감정의 스팩트럼이 존재하게 된다, 왜냐면 가족, 종교 등 많은 감정적 요소들에 둘러싸이게 되기 때문이다.
내 친구 Stu Maxfield가 이 트랙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첫 테이크를 갔고, 엔지니어가 한 번 더 가겠냐고 물었다. 우리는 서로를 본 후, 결국 말했다, “아니요, 이 테이크 뭔가 특별해요.”. 그 곡의 첫 테이크, 첫 시도였다.“
[댈런 위크스, Altpress 인터뷰]
 
댈런의 오랜 친구 Nate Pifer가 함께 쓴 곡이라고 한다. 스토리 텔러와 보컬 둘 모두로서 댈런의 재능이 담겨 있다. 심지어 녹음을 첫 테이크에 끝냈다고 하니, 덧붙일 말이 있나. 곡 자체에 담긴 특별함이, 녹음 과정에서 특별함을 끌어낸 것이 아닐까. 아름다운 마법이다.
 
 

<Christmas Drag> 커버.


<Christmas Drag>은, 클래식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LP판을 들고 있는 커버처럼, 사운드에 있어서는 IDK HOW스럽게 보단 크리스마스에 어울리게 만드는 데에 집중한 듯 보인다. 허나 일단 댈런의 목소리 자체에 희석될 수 없는 개성이 있으며, 그것을 내보내는 방식에 있어서도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 ‘오’ 가 튀어나온다. ‘Christmas Drag’에서 ‘or I will come back again’ 후 갈라지게 뱉는 ‘아-’ 같은 것 말이다.


 
‘IDK HOW 홀리데이 스페셜’을 마무리하며, ‘IDK HOW 오리지날’에 대한 팬심을 잠깐 쏟아놓아야겠다. 가사와 멜로디, 마케팅까지, 본인들의 표현대로 ‘neat’ 하다. 세련되게 올드하고, 톡톡 튀게 깔끔하다. 예술적이고, 시적이고, 군더더기 없다. 댈런이 IDK HOW의 음악에 영향을 준 뮤지션 중 하나로 데이빗 보위를 꼽았고, 종종 보위의 음악을 포스팅 하기도 하는데, 표면적으로는 다르지만 가사를 유심히 보다 보면 느닷없이 보위가 떠오를 때가 있다. 뭐랄까, 감수성이 외계적이다. 아참, 어쩌면 내년엔 IDK HOW의 데이빗 보위 커버를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원래는 네 곡이 될 예정이었다, 두 곡은 커버로. Slade의 ‘Merry Christmas Everybody’는 4년 전 그걸 처음 들었을 때부터 항상 좋아했던 곡이었다.
(결국 나오지 않은 한 곡은 뭐였냐는 질문에) David Bowie와 Bing Crosby의 ‘Little Drummer Boy/Peace On Earth’였다. Puddles Pity Party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스케줄을 맞추지 못했다. 궁극적인 꿈은 아마 70년대 TV에서 방영됐던 ‘Bowie and Bing Christmas’ 비디오를 재구성하는 게 될 듯 하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년에 시간이 있다면 크리스마스 송을 만들 예산이 좀 더 생길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이디어가 있고, 내년에 가능하도록 계획해 놓을 수도 있다.“  
[댈런 위크스, Altpress 인터뷰]
 

이미지 출처: idk how 페이스북 페이지


이 인터뷰 링크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오며 덧붙은 문구도 심상치 않다. ‘댈런이란 이름의 베이시스트가 얼터너티브 프레스라는 이름의 매거진과 인터뷰를 했어’라니. 이것이 바로 IDK HOW의 컨셉이다. ‘볼 테면 보든가, 기대 하든가 말든가’ 라는 식으로 툭 던져놓는데, 효과적이다. 이 이상한 마케팅의 포인트는, 이들의 모든 작업물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팬들이 믿고 있다는 데에 있다. 대충 아무렇지 않은 척 기다리고 있으면, 댈런과 라이언이 무심하게 엄청난 걸 툭 던져 줄 테니까 말이다.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idk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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