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ave my life to rock ‘n’ roll.”
-뮤지션: The Pretty Reckless / Taylor Momsen
10년쯤 전, ‘The Pretty Reckless’라는 밴드가 결성됐다는 소식이 유명 드라마 <가십 걸>과 함께 기사에 오르내렸다. 보컬 테일러 맘슨이 <가십 걸> 캐릭터 ‘제니’로 유명한 스타였기 때문이다. <가십 걸>을 본 적이 없어 그의 얼굴도 이름도 잘 몰랐던 나도, ‘아 가십 걸 누가 보컬인 밴드?’하고 귀에 익었을 정도. 방향이 어땠든 인지도는 얻게 됐으나, 뮤지션으로서는 별로 좋지 않은 출발이었을 수 있겠다. 유명세를 이용한다거나, 외모를 판다는 등의 온갖 선입견, 대상화, ‘가십’ 위주의 말을 떠들며 그들의 음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을 테니. 당시 나 또한 클리셰적 이미지를 떠올렸음을 부정할 수 없다. 허나, 음악이 귀에 들어온 순간, 지레짐작은 죄다 날라갔다. 그들의 음악은 정말, ‘made me wanna die날 죽고 싶게 만들었으니까(어디까지나 비유인거 굳이 말해야겠지)’ 그리고 당시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았던 ‘가십 걸 스타’ 테일러 맘슨은, 단순히 ‘얼굴마담’이 아닌, 밴드의 핵심이었으니까.
(Q: 두 살 때부터 모델을 했는데, 그때, 당신이 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나?)
"매우 어렸을 땐, 아니었지. 다시 말하자면, 그냥 ‘아는 것만 알only know what you know’ 땐, 뭔가 좋고 나쁘다는 걸 몰라. 어떤 관점이 없는 거지. 그러나 한번 어떤 나이에 이르러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을 때, 난 모든 걸 그만두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했어, 그게 밴드였던 거지. 난 완전 어린 애기 였던 때부터 곡을 써 왔거든.
…………약간 그런 거였어, 어느 날 하루 아침에 일어나서는, “잠깐, 나 이거 안 해도 돼? 내가 평생 했던 이게….. 잠깐만! 기달려봐!” 내가 진짜 스스로 결정해도 된다는 것을 깨닫는 건,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었어. 뇌에 스위치가 팍 꺼지는, “오, 그럼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이거 재미 없는데, 그럼 이제 나 그냥 그만 해야 겠다.” 그리고 나선 비즈니스 측면에서 굉장히 복잡한 많은 요소들이 있었지만, 그 중 아무 것도 내겐 문제가 되지 않았어……….왜나면 이건 내 인생이고, 난 그걸 살고, 가능하다면 즐기고 싶거든."
-Tayor Momsen, [cosmopolitan.com]
그는 말할 필요도 없이 ‘just a face’(‘Oh My God’)가 아니다. 작사 작곡을 모두 메인으로 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프로 뮤지션이다. 아니 내가 왜 이걸 굳이 설명하고 있을까, 이미 감히 의심하는 사람들도 없을텐데. 그리하여, 프로젝트 밴드로 끝내면 어쩌나 불안해 할 정도로 빠져들기 시작했으나, 괜한 걱정이었다. 매해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새 곡을 내고 있고, 라이브 공연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고 보니, <Light Me Up> 커버에 라이터를 들고 불을 붙여주려는 듯 올려다보는 금발의 어린아이는, 자기 의사와는 상관 없이 어려서부터 돈을 벌던, 그러면서도 항상 음악을 했고, 또 하고 싶어했던 과거 테일러 맘슨 자신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The Pretty Reckless의 곡을 말할 때, 가사는 필수다. 특히 2/3집의 가사엔 god, Jejus, father신부, 혹은 devil, hell, sin과 같은 종교적 단어가 대놓고 자주 등장한다. 허나 이들이 특정 종교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반대로 특정 종교를 부정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어떤 분명한 메시지도 읽히지 않는 편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criminal, cross, kill, murder, suicide 등의 자극적이고 어두운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 조합으로 풀어내는 것은, 감정에 가깝다. 정도는 각자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내면 밑바닥에 있는 파괴적인-대개 자기파괴적인 욕구를, 극단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비유로 풀어내는 것이다. 사실 밴드 음악에선 드물지 않은 컨셉인데, 결코 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희소성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요인은 테일러 맘슨의 보컬이다.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나면서 개성도 독보적이다. 째지게 허스키하고, 기본적으로는 낮은 톤인데 폭이 매우 넓고, 풍부하다. 첫 미니 앨범부터 앨범 시간 순으로 쭉 들어보면, 이후로 갈수록 더 무겁고 풍부한 종류의 목소리가 섞이다가, 최근의 <Who You Selling For>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앨범 전체적 사운드 자체가 무거워서 부러 소리를 맞춰 낸 영향도 있겠다.
보컬이 ‘발전’했다는, 테일러 맘슨이 이미 뛰어난 스스로의 능력을 갈고 닦는 성실한 보컬이라는 의도로 쓰기 시작한 문단인데, 쓰다 보니 고민이 되는 지점이 생겼다. 마치 이전의 보컬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소리 같아서. 물론 그렇지는 않다. 로버트 시한의 연기에 대해, <미스핏츠>의 네이든과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클라우스를 비교하며 썼던 표현, ‘깊이가 달라졌고,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와 비슷한 뉘앙스라고 해둔다. 초반 곡들에 섞인 샤프함도 좋고, 변화한 것도 좋다. 1집 ‘My medicine’의 높게 허스키한 가성 보이스도 좋고, 3집 ‘Prisoner’나 ‘Take Me Down’의 웅장하고 낮게 허스키한 내지름도 좋다. 2집의 경우 ‘Burn’의 후렴구에서는 무겁고 낮게 뱃심으로 내지르는 끝에, 묻어나는 가는 떨림이 있고, ‘Sweet Things’에선 메탈릭하게 낮은 샤우팅도, 가느다란 가성도 등장한다. ‘You’나, ‘Waiting For a Friend’, ‘Bedroom Window’처럼 각 앨범마다 꼭 포함되어 있는 잔잔한 어쿠스틱 트랙에서는 색다른 가능성 또한 들린다. 테일러 맘슨은 각 앨범의 컨셉과 곡에 알맞은 소리를 낼 줄 아는 보컬, 뮤지션, 아니 예술가다.
공연을 잘 하는 보컬들이 대개 그렇듯(대표적으로는 위대한 IDKHOW의 댈런 위크스가 있다.), 그가 연기를 할 줄 안다,는 점을 언급해야 겠다. ‘Make Me Wanna Die’에서 클라이맥스의 샤우팅이 지나간 후 마지막으로 나오는 ‘you make me wanna die’의, 그 웃음기 섞인 die,라니. 파괴적 행복/ 이토록 절망적인 기쁨. 2집의 ‘Sweet Things’에서는, ‘evil knockin’ at my door’ 라고 말하는 ‘little girl’과 ‘evil’ 모두의 입장에서 노래하는데, ‘give me mine’ 이라며 문을 두드리는 악마의 목소리를 낼 때는 짐짓 굵어(3집 전반에 깔린 종류의 낮은 허스키함과는 구분된다. 이 목소리의 가능성은 새삼, 매우 무한하다.)진다. ‘배역’을 위한 연기가 아닌, 록 밴드 보컬로서의 연기다. (테일러 맘슨이 다시는 ‘배역acting roll’을 맡지 않는다고 질색했기 때문에 굳이 구분한다.)
(Q: 다시 배역acting roll을 맡는다면, 무슨 역할을 할 것 같나?)
"난 다시는 배역을 맡지 않을 거야. 안 해. 나한테 그에 대해 묻는 건, 중학교 시절에 대해 묻는 것과 같아. (A) 나는 말 그대로 마지막으로 배역을 맡았을 때 중학생 정도 였거든. (B) 그건 진짜 완전 오래 전이고, 이건 약간 내가 당신을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질문하는 거 같은 거야, “만약 당신이 중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수업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고 싶어?” 뭐 그런 비슷한 거."
-Taylor Momsen, [cosmopolitan.com]
다시 ‘Make Me Wanna Die’로 돌아와보자. EP 첫 곡이자 스튜디오 1집 타이틀이다. 이들의 전체 곡 중에서 따지면 개인적으로 아주 즐겨 듣는 곡은 아니나, 매우 클래식하게 잘 만든 곡이자, 이들 특유의 표현법도 드러나 있다. (아니 물론, 이들의 곡 중 favorite은 아니라는 것일 뿐, 내 취향임은 맞다.) 막판 벤 필립스의 깔끔하고 높은 샤우팅은, 테일러 맘슨의 낮고 걸걸한 소리와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방향으로 어울린다. 처음엔 그 사운드 자체에 집중했다가, 들을수록 가사가 귀에 들어오면서 이보다 더 로맨틱한 곡이 또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oh dove you my love’ 같은 클리셰적 사랑의 표현들은 거들 뿐. 핵심은 제목 자체에 있다. ‘You make me wanna die’. 어쩌면 가장 완전한 사랑에 가까울지도 모를 기분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 넌 날 죽고 싶게 만들어.’
이렇듯, <Light Me Up> 수록곡의 가사의 주제는 상당 부분 ‘사랑’이 차지한다. 허나, 로맨틱하지 않은 척 이토록 로맨틱했던 ‘Make Me Wanna Die’의 분위기는, 예외적이었다. 이들의 곡 속 사랑은 주로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이미지다.
Since you’ve been gone my life has moved along, quite nicely actually
네가 떠난 후 내 삶은 변했어, 사실 꽤 괜찮게 말이야
-‘Since you’re gone’
Now I see that you and me were never meant to be now
Now I’m lost somewhere
이제 너랑 내가 결코 운명이 아니었다는 게 보여
지금 난 어딘가에서 길을 잃어버렸어
-‘Nothing Left to Lose’
You don’t want me no, You don’t need me
넌 날 원하지 않아, 날 필요로 하지 않아
-‘You’
이 앨범의 화자는 사랑에 자꾸 상처 받고 스스로를 이런 저런 물질과 생각으로 망가뜨리는 젊은 여성으로 보인다. 특유의 시니컬하게 파괴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늘어놓는데, 이 표현법이 특정 대상과 맞물리면 조금 위험해진다. ‘Goin’ Down’이 바로 그 예다. 화자는 고백할 죄가 있다며 신부에게 말을 건 후, ‘난 겨우 열 여섯인데, 드레스를 벗어도 되겠냐’고 묻는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가사다. 나 역시 처음엔 계속 들으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성직자를 모독한다 뭐 그런 것 때문은 절대 아니고, 미성년자를 성적인 뉘앙스로 다루는 것이 불쾌해서 였다. 허나 듣다 보니 그 적나라함이 흥미롭기도 했고, 아무튼 여기선 좀 해명을 해 볼까 한다. 표면적으로는 신부를 말도 안 되게 노골적으로 유혹하고 있지만, 사실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은, “There was this boy who tore my heart in two. I had to lay him eight feet underground.내 심장을 반쪽으로 찢어 놓은 남자애가 있었어요. 난 걜 지하 8피트 아래로 내려놓아야만 해요.”다. ‘고해성사’는 실연의 감정을 털어놓기 위한 수단, 형식일 뿐이다. 단순히 감정을 늘어놓는 것보다 와 닿지 않는가. 그녀의 입장이 돼 보면, 뭐, 그렇게 막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또 고려해야 할 점은, 실제로 테일러 맘슨이 당시 16세 였고, 대부분의 곡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화자를 굳이 그 자신으로 단정 지을 필요는 없으나, 가사에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The Pretty Reckless가, ‘어리고 야한’ 소녀를 대상화해 화자로 삼아, 성인 남성 시선의 판타지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지는 않을지언정 실제 열 여섯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물론 그가 스스로의 성을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뮤직비디오나 앨범 커버를 만들어 왔다는 것은, 이들의 팬인 나도 응원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러나 그 방향이 조금 ‘어긋나’ 있다. 눈 주위를 검게 칠하고, 얼굴은 긴 산발로 덮고, 대놓고 풀어헤치고, 2집으로 가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등에 보라색 십자가를 그리고, 끝에 악마를 연상시키는 꼬리를 달기도 한다. 물론 테일러 맘슨의 금발과 흰 피부, 길고 마른 팔다리가 주류 미디어에서 선호하는 외모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폭력적이지 않은 선에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몸을 드러내는 것을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는 이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우리가 처음 이걸 시작했을 때, 나는 작고 어리고 멍청했어. 유두에 X자를 붙이고, 코르셋 드레스를 입고, 스트리퍼 힐을 신고는, 괜찮은 외모라고 생각했어. 난 이렇게 말할래: 그건 당시 내게 어울렸어, 어떤 시기phase에 있었고 그게 뭐였든. 모든 사람은 어떤 것에 고정관념을 씌우고, 그걸 그렇게 심각하지 않게 혹은 “이건 그냥 한 phase일 뿐이야”하고 규정해서 써버리곤 해, 특히 대상이 그렇게 어릴 땐 말야. 그 음악은, 그냥 한 phase의 것이 아니었어, 그치만 그 의상은 확실히 한 phase의 것이 맞았지, 난 그게 어쩌면 당시 우리 음악을 시작부터 지나치게 덮어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확신해. 내가 그때 매우 지나쳤어.
모르겠어. 지금의 나는 그 당시 열여섯살짜리를 어떤 가능성으로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아. “넌 어린애잖아,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돼? 넌 애일 뿐인데.” 그래서 되돌아보면, I’m like, of course! 난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스트리퍼 힐을 신고, 젖꼭지에 야한 덕트 테이프를 붙이고, 빌어먹을 미치광이nutcase 였는데. 근데 난 열여섯이었고, 그 당시 겪고 있던 게 뭐건 해내고live out 있었거든. 그 레코딩들을 돌아보면서, “하지 말 걸.” 하지는 않아. 그러니까, 음악은 항상 존재했던, ‘무언가’ 였던 거지.”
-Tayor Momsen, [cosmopolitan.com]
글쎄, 나는 그가 당시의 ‘Factory Girl’에게 좀 더 관대해져도 좋을 거 같다. 자기 몸을 상품화하는 행위들이 불편하긴 했으나,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했던 것이라면 또 그렇게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스트리퍼 힐’을 신고 가슴에 테이프를 붙인 열 여섯이라는 까닭으로 누군가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건, 그의 잘못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의 음악은 매우 멋졌으니까. 뭐 어쨌든 현재의 테일러 맘슨은, 당시 자신의 옷차림이 전형적인 여성의 성 상품화 맥락에 있었음을 인지했고,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확실히 스스로도 그런 점에 있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 ‘성장’이란 건, 온전히 본인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며, 타인이 어떤 잣대를 들이대고 평가할 부분은 아니다. 열 여섯의 테일러 맘슨을 ‘nutcase’라고 부를 수 있는 권리는, 테일러 맘슨 자신에게만 있다. 분명한 건 그가 본투비 록 뮤지션이라는 것이고.
그리고 ‘종교’는, 2집 <Going to Hell>로 가면 아예 앨범의 컨셉이 된다. 타이틀 ‘Going to Hell’은 1집의 ‘Goin’ Down’과 이어지듯, ‘Don’t bless me father, for I have sined/ father did you miss me?’로 시작하지만, 역시 고해성사는 스토리텔링 수단일 뿐이다. 이미 위에서 한 번 훑은 바 있는 지점이지만, 테일러 맘슨의 목소리로 짚고 넘어가야 겠다.
(Q: <Going to Hell>은 ‘카톨릭 죄의식’ 앨범인가?)
"그건(‘카톨릭 죄의식’)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언어야. 아니야. 그건 종교적 음반이 아니야. 천국과 지옥, 선과 악의 비유적 음반이지. 선과 악은 어디든 존재해."
(Q: 당신은 종교적인가?)
"딱히 그렇지는 않아. 영혼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딱히 그런 종류의 뭔가를 하진 않아. 난 선good, 도덕적 기준을 갖는 것, 경건한 사람이 되는 것을 믿어."
-Tayor Momsen, [cosmopolitan.com]
자신이 ‘redefine a sin죄를 다시 정의했다’고 화자 되는 사람이라던 ‘Going to Hell’의 화자는, ‘lines that I take, love that I make, laughs that I fake, vows that I break, lives that I take, laws that I break, love that I hate, lies that I make, souls I forsake’ 등 때문에 본인이 지옥에 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짜 악마는, ‘Sweet Things’에서처럼, 달콤한 말을 속삭이지, 스스로 악이라 칭하거나 뉘우치고 괴로워하지 않는다. 이 곡을 포함해 <Going to Hell>의 화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죄, 내면의 악을 언급한다. 자발적으로 죄를 묻는 행위는, 오히려 악이 아니라는 증거다. 이것이 바로 The Pretty Reckless의 표현법 중 하나다. 극단적 참회와 자조적 위악. 허나 반대로, 이 상황, 악 자체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답은 없다. 이건 로큰롤이니까.
다음 트랙 ‘Heaven Knows’는, 꼭 천국 혹은 지옥의 문을 두드리는 듯한 노크 소리로 시작한다. ‘Oh, Lord, Heaven knows오 주여, 하늘은 알겠죠’ 라고 외치지만, 테일러 맘슨이 말했듯 비유일 뿐, 정말로 ‘주’를 향한 기도는 아니다. 허나 이 형식을 빌려 건네는 말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아가 드러나지 않는 화자는, 시선을 세상의 ‘아래쪽’으로 돌린다. 자신의 죄나 고통이 아닌, 타인의 삶을 말한다. 울고 있는 Jimmy, 쓰레기를 주워 먹고사는 Judy, 또 Gina -‘better days더 나은 날들’이 있었고, ‘better ways더 나은 길들’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는, ‘belong way down below저 아래 속해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Oh, Lord, Heaven knows’로 시작하는 후렴구 합창에 왠지 가슴이 울렁거린다.
<Light Me Up>이 대개 개인적인 감정을 노래하고, <Who You Selling For>이 대놓고 철학적이고 무겁다면, <Going to Hell>은 그 중간 어딘가에서 세상을 응시한다. 팔짱을 끼고 지켜보다 모든 걸 술과 약으로 넘겨버리기도 하지만/ 그 카오스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F****d up World’나, ‘Why’d You Bring the Shotgun to the Party’는 말하자면 전자에 속한다. ‘Why’d-‘의 화자는, 시스템과 세상을 냉소하며, 그에 어설프고 설익은 분노를 표시하는 ‘마초’ 군상을 대놓고 비웃는다. 보컬의 말투도 어쩐지 시니컬하다. 파티에 총을 가져온 게 ‘make you feel like a man널 사나이로 느껴지게 만드냐’며.
You turn the TV on, watch it if you dare
넌 TV를 틀지, 감히 보려면 봐
You see a politician and you start to pull your hair
정치인을 보고는 머리를 잡아당기기 시작하지
Well it’s all two dimensions see there’s really nothing there
글쎄 죄다 이차원이야 거긴 아무것도 없어
You wanna tell them what you think, you think they fuckin’ care
넌 네 생각을 말하고 싶겠지만, 걔네가 신경이나 쓸 거 같니
-‘Why’d You Bring the Shotgun to the Party’
그런가 하면, 다른 한 편으로는 진지하게 파고든다. 웅장한 그룹사운드가 두드러지는 ‘House on a Hill’에서 테일러 맘슨은 그에 어울리는 늘어지는 보컬을 사용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살생을 할 거고, 아이들은 와인을 마셔버릴 것이며, 나는 사라질 것’이라고. 오히려 악마, 지옥 같은 단어가 등장하는 가사들 보다 깊게 어둡고, 구체적으로 비관적인데, 사운드 때문인지 왠지 신성한 느낌도 든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상당히 직접적이고 역사적인 화면들을 만날 수 있다. 아마 ‘집’은, 이 세상을 상징하리라.
‘Burn’의 경우는 직관적이며, 동시에 추상적이다. ‘어둠이 찾아와 내 영혼을 마시고 있어’ 라거나, ‘불길이 솟고 문을 찾을 수 없어, 여기서 그냥 죽고 싶어’ 라는 등, 강렬한 표현을 사용해 극단적으로 휘몰아치는 고통을 묘사하는가 싶더니, ‘And maybe I will finally learn어쩌면 난 마침내 배우겠지’로 마무리한다. 세상의 괴로움을 내면화해 마음을 시커멓게 태우고 나서,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걸까.
이렇듯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화자는, ‘Dear Sister’로 가면, 해탈한 듯 차분한 어조로 솔직한 내면을 드러낸다.
Dear sister can you help me lie
사랑하는 수녀님, 내가 거짓말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나요
I’ve told the truth so many years
난 여러 해 동안 진실을 말해 왔지만
No one seems to want to hear that
아무도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I’m not someone else inside
난 다른 누구도 아니에요
I’ve been alone this lonely road
난 이 외로운 길에 혼자였죠
Looks like I’m not coming home
집에 가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But I don’t mind
하지만 상관 없어요
Please don’t cry
제발 울지 말아요
-‘Dear Sister’
(왜 울지 말라면 울고 싶은 걸까) 곡의 ‘sister’는 수녀일 테다. 가톨릭적 비유가 가득한 앨범이므로. 쭉 등장했던 ‘father신부’를 대하는 뉘앙스와는 조금 다르다.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수단이기는 하고, 막연하기는 하나, 정말로 진심을 늘어놓는 듯 들린다. 마지막에 울지 말라고 상대와 무언가를 주고받는 문장, 그래서 악마나 신부처럼 비유가 아니라 실재하는 인간을 대하는 느낌이다. 이 진솔한 무거움은, 다음 앨범 <Who You Selling For>에서 무게를 더해 이어진다.
”기타리스트 Ben과 내가 모든 곡하고 음악을 만들어. 길에서 만들고 별로 그러진 않아; 아이디어는 대강 적어놓긴 하지만 그걸 쓰기 위해서는 고립과 고독이 필요해. 그래서 투어 막바지에 가서 우린,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어. 그러고 거의 당장 새 레코드를 쓰기 시작했지 나는 뉴 잉글랜드에 집이 하나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데에 있는 조그만 집이야. 스티븐 킹 스타일 공포의 집 같은 데지. 가능한 한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투어를 끝내내까, 아무랑도 뭔가를 더 하고 싶지 않았었어.”
-Taylor Momsen, [cosmopolitan.com]
테일러 맘슨은 말한다, “우리는 정말로 클래식 록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 이미 아무도 감히 그들이 록 밴드임을 부정하지 않았으나, <Who You Selling For>은, 과연, 못을 박는다. 잔잔한 인트로로 페이크를 준 후 바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Now my life is done내 삶은 이제 끝났어’이라고 노래하는 첫 트랙부터.
<Who You Selling For>의 곡들에서는, 전 앨범의 ‘Heaven Knows’ 에서 들렸던 웅장하게 딱딱 끊어지는 사운드가 더 무겁고 둔탁해진 채 자주 들린다. 커버는 깡마른 인간이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러프 스케치다. 아예 젠더를 배제한 느낌인 이 시적인 형체는, 곧 화자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가사 또한 그렇다. 첫 앨범이 ‘Somebody mixed my medicine’ 류로, 마약 술 이별 같은 단어들과 연결되는 다크darkness였고, 이전 앨범의 일부가 세상에 대한 위악과 냉소 느낌의 시니컬 다크 였다면, 이번에는 죽음 십자가 원죄 이런 단어들이 들리는 보다 철학적인 다크랄까. 이전 앨범의 시니컬하지 않은 부분과 이어지며 진지하고 극단적인 어둠을 털어놓는다. ‘폭풍 속에서 완전히 혼자 살고’, ‘이미 죽어 차갑게 식었다’(‘Living in the Storm’, ‘Already Dead’)고 하기도 하고,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는데, 악마가 돌아온 것 같아’(‘The Devil’s Back’)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허나 절망만 가득하지는 않다. 지혜와 선에 대한 갈증과 고민이 엿보이는 ‘Oh My God’과, 죄를 짊어진 채 고통 받으면서도 곧은 의지를 드러내는 ‘Prisoner’를 듣다 보면, 캄캄하고 답답한 동굴에 갇혀 있는데 저쪽에서 가느다란 빛이 새어 들어와 점점 환해지는 류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엑스트라 뱃심이 들어가 더욱 강렬한 보컬이 가사와 너무도 들어맞는다.
Oh my god wish I could think
오 신이시여 내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Wish I could do something smarter than sing
노래보다 똑똑한 뭔갈 할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I’m just a face painted in mud
난 그냥 진흙으로 뒤덮인 얼굴이에요
Don’t try for perfect it’s never enough
완벽을 위해 노력하지 마 절대 충분하지 않을테니
-‘Oh My God’
I’m a prisoner Won’t you set me free
난 죄수요 날 자유롭게 해 주지 않으시려오
You can have my body but you can’t have me
그대 내 몸을 가질 순 있어도 날 가질 순 없으리
I know I’m a criminal don’t you tell on me
내가 죄인임을 알고 있으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오
You can cross your fingers but you can’t cross me
(완전한 번역이 불가. ‘cross your fingers: 행운을 빌다’/ ‘cross someone: 십자가에 매달다’ 두 표현에서 다르게 쓰인 cross를 이용해 만든 문장.)
-‘Prisoner’
덧붙여보면, 유일하게 사랑을 언급하는 곡이면서, 특유의 시니컬한 뉘앙스가 살아나는 곡은, 라스트 트랙 ‘Mad Love’다. 1집의 화자가 떠오르기도 하나, 가사와 사운드 모두에서 거리감이 느껴진다. 연인과 함께 ‘너무 행복해서 죽고 싶었던’(‘Make Me Wanna Die’’) 그는, 이제 ‘Your love ain’t got nothin’ on me, It’s just a fantasy네 사랑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환상일 뿐이지’라고 노래한다. 확성기 효과를 사용해 소리가 멀어진 느낌을 줌과 동시에, 감정을 떨어뜨려 놓는 것 같다. 한층 감정적으로 성숙한 듯 하면서도, 그 변화의 밑변에 상처의 경험이 쌓여 있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찌릿하기도 하다. 허나 로큰롤에 대한 이들의 사랑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듯 하다. (굉장히 식상해서 오그라드는 표현이지만 진짜로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Q: 투어가 당신을 지치게 만드는가?)
"응! 진짜로 엄청 그래! 그치만 공연하지 않고 밴드를 할 순 없어, 그리고 공연은 진짜 활기를 줘. 생명을 불어넣어줘. 아무것도 없는 데에서 뭔가를 창조해내지. 좋은 곡을 끝낸 후 기대 앉아서 “젠장 나 해내버렸어!” 할 때 만큼 끝내주는 기분은 없을 거야. 내 농담인데, 이거 오르가즘 같애. 3분동안, 아니 곡이 얼마나 길든 간에, 완전한 환희를 겪고 나서, 완전한 지옥을 겪어, 왜냐면 그러고 나면, 이렇게 되거든, “오 젠장, 나 이거 또 해야겠어.”"
(Q: You’re 23, but do you fell like you’ve lived a million lives already?)
"음, 한쪽 면에 있어서는, 맞고; 다른 면에 있어선, 아니야. 왜냐면 난 뭔가 다른 점을 모르겠거든. 세계를 두세번 돌았고, 그래서 내 또래 어떤 사람들은 겪지 못했을 것들을 꽤 해보기도 했지, 그치만 그게 좋은 것이라고도, 나쁜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 그건 그냥 그럴 뿐이야that’s just what it is. 내 삶이 나를 그 시점에서 데려갔던 곳이지, 가끔은 내 선택에 의해, 가끔은 그렇지 않은 요인에 의해. 근데 모두의 삶이 그렇잖아! 내 선택이 아니었던 많은 일들이 과거에 있었지만, 그때로 돌아가서 뭘 바꾸는 건, 하고 싶지 않아. 왜나면 나는, 그렇게 이루어진 내가 좋거든I like where I came out."
-Taylor Momsen, [cosmopolitan.com]
I don’t think I can be anything other than me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Light Me Up’
이게 바로 테일러 맘슨, The Pretty Reckless가 첫 앨범에서 한, 지금까지 한결같이 유효한 선언이다.
이들은 노래한다, “You know I gave my life to rock ‘n’ roll내가 내 삶을 로큰롤에 바쳤다는 거 알잖아”. 음악을 위해 계약Sign with하는 것이 악마the devil든 뭐든, 큰 상관 없어 보인다. 왜냐면 이들이 믿는 것은 인간의 의지고,
“As long as I’m alive, all I wanna do is rock, rock, rock내가 살아있는 한 유일하게 하고 싶은 건 록, 록, 록” 이라니까. (‘Take Me Down’)
-Taylor Momsen, [cosmopolitan.com]
* 참고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