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ready for the 'FUTURE ROCK'?
-from 카르멘&로지 [bonesuk.com]
2019년에 나온 음반을 하나 소개한다. 일단 커버를 본다. 반쯤 겹쳐 서 있는 두 여성의 상반신 컷이 있다. 토끼 귀 머리띠를 하고 코르셋 탑을 입은 것으로 보아 바니걸 컨셉으로 보이, 기는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미디어에 익히 등장했던 이미지가 아니다. ‘섹스어필’할 의도가 전혀 없는 듯, 자세는 꼿꼿하며 시선은 강하고 곧다. 입은 살짝 벌리고 있는데, 멍과 으르렁의 중간쯤이다. 둘 다 한쪽 어깨에 레더 재킷을 걸쳤고, 얼굴에는 상처가 있다. 앞의 여성은 숏컷헤어에 젤을 발라 넘겼고, 뒤의 여성은 축축한 장발을 ‘지저분하게’ 늘어뜨렸다. 전형적인 성적 대상화 이미지를 비틀어 불쾌의 에스테틱aesthetic을 끌어내려고 한 의도이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이거나.
앨범 제목은 <BONES UK>. 밴드 이름과 같다. 보위 트리뷰트 앨범을 위해 커버했다는 ‘I’m Afraid of Americans’으로 처음 접한 후, 정규 앨범 첫 곡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30초쯤 흐르자, 나는 알게 되었다, 본즈유케이의 ‘본즈유케이’는, 내 다음 글의 소재가 되리라는 것을.
이들이 만드는 음악의 장르는 아주 록, 이기는 한데, 일렉트로니카 댄스 느낌이 섞여 있어 독특하다. 기본적인 사운드는 분명 하드하다. 허나 음의 폭이 적고 템포가 빠르며, 곡 대부분의 후렴에서 샤우팅보다는 후크를 사용해 귀에 계속 맴돌게 만든다.
각 곡 사운드의 포인트를 잘 모르는대로 대강(정말 잘 모름.) 짚어본다. ‘Choke’나 ‘Creature’는 하드한 기타 사운드로 시작해, 후렴에서 톤을 높여 분위기를 살짝 튼다. ‘Leach’는 펑키한 기타 솔로 음으로 곡의 이미지를 구성했다. ‘Limbs’는 배경음과 보컬의 톤과 박자가 비슷한데, 사람의 목소리가 줄 수 있는 악기적 효과가 슬쩍 엿보이기도 한다. ‘Beautiful is Boring’은 속삭임이 삽입돼 있고, ‘Skeletone’은 겹쳐 쌓은 목소리가 두드러지도록 했다. ‘Filthy Freaks’는 빠른 템포의 보컬과 악기 사운드를 매치해 더욱 리드미컬해서, 몸을 흔들게 만드는 곡이다. 그런가 하면 다음 곡 ‘Pretty Waste’는 어긋나다가 다시 매치되기를 반복해, 듣다 보면 뒤로 갈수록 심장이 더 격하게 뛰는 현상이 일어난다. 느리게 리드미컬한 벌스와 같은 구절을 빠르게 반복하는 후크가 어울린다. 마무리는 하드한 기타 사운드인데, 길게 늘어지지 않아 아쉽게, 그래서 깔끔하게 끝난다. ‘Girls Can’t Play Guitar’는 기타를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 곡이니 만큼, 이야기를 들려주듯 리듬 위주로 뱉으며 시작해, 비꼬듯 클래식 록 스타일의 기타 솔로를 넣는다. 소프트하다고 분류될 만한 곡은 딱 둘. ‘Soul’의 경우 건반 사운드도 들리며, 락발라드 분위기가 나다가, ‘Black Blood’로 가면 아예 어쿠스틱 색깔이 된다. 보컬도 멜로디컬하고 부드럽다. 일관된 색깔도, 곡마다의 개성도 확실하다. 그 다양한 곡 하나하나에서, 이들이 만든 가사와 멜로디, 그것을 구성하는 방식의 ‘완전함’을 느낄 수 있다.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메인 보컬 로지 본즈의 목소리는, 일단 허스키하다. 톤 자체가 높지는 않은데 비음이 많이 섞여 날카롭다. ‘이제까지 없었던 종류의 보컬’은 아니다. 소위 ‘섹시 댄스’ 곡에 사용되는 보이스 중 하나와 비슷하기도 한데, 그것으로 내보내는 멜로디와 가사가 ‘전혀 그런 게 아니라서’ 앨범 커버와 유사한 맥락으로 특이한 해방감을 준다. 멜로디보단 리듬에 중점을 두고 뱉는 경우도 많은데, 넓은 옥타브가 들리지는 않지만, 기술과 정서에서 모두 안정적이다. 본인의 소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알고 적당히 노련하게 쓴다. 보통은 음색만 강조하다가, ‘Choke’ 후렴 끝맺음에서 등장하는 목이 졸리듯 긁는 발성과 같이-포인트를 주면, 아, 다 심장을 부여잡는 거다. 그룹명처럼 유케이 출신임을 드러내는 듯한 끊어지는 발음도 보컬의 매력을 더한다. ‘Pretty Waste’의 빠른 후크나, can’t와 같은 발음을 할 때 귀에 박힌다.
바로 그 can’t 발음을 들을 수 있는, ‘I’m Afraid of Americans’ 커버 또한 정규 앨범에 섞여 있는데, 그대로 다른 곡들과 어울린다. 보위의 수많은 곡 중 왜 그 곡을 커버했을까 잠깐 궁금했었는데, 듣다 보니 본인들 스타일에 딱 맞는 곡을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원곡 스토리텔링 속 주인공은 기본적으로 남성, 그가 받은 미국/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는데, 여성들이 그 가사를 그대로 끝내주게 커버하니, 묘하다.
커버 포함 이들의 곡은, 대개 3분 내로 끝난다. 앞에서 말했듯 아쉽지만, 깔끔하다. 짧지만 밀도가 높으며, 욕심껏 우겨 넣지도 않았다. 부족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자기 할 말을 하고 빠지는 쿨한 느낌이다.
할 말. 그렇다. 이들에게는 할 말이 있다. 그것을 뮤직비디오나 앨범 커버 등의 스타일과 가사의 배치, 이 요소들의 조합으로 드러낸다.
앞에서 언급한, 반복되는 후크의 목적 중 하나는 메시지 강조다. 표현법은 다양한데, ‘Pretty Waste’의 “What a waste of a pretty face”는 반어적 비틀기, ‘Beautiful is Boring’의 “Beautiful is boring”은 직설적 비틀기다. 듣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리게 된다. 메시지가 담긴 구절이 입에 맴돌게 만들기. 상당히 영리한 선택이다. 되뇌다 보면 ‘세뇌’되는 법.
제목부터 ‘Beautiful Is Boring아름다운 건 지루하’다는 첫 곡. 가사를 뜯어보면 ‘할 말’이 더 쏟아진다. “아름답지 않아서, 내 얼굴을 잡지에 실을 수 없다고 그들이 말했어”라고 말문을 연 화자는, “Am I the most fuckin’ fantastic freak you’ve ever seen?내가 바로 니네가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환상적인 괴물인가봐?”하고 묻는다. ‘아름다움’이라는 ‘그들’의 미학적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거나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not beautiful’을 ‘fantastic freak’이라는 말로 뒤집어버리고, 그 ‘기준’과 그것을 만든 이들에게 ‘beautiful is boring’이니까 엿이나 먹으라는 분명한 자세다.
물론 전체 앨범이 연결되어 있지만-이 곡의 메시지와 밀접하게 이어지는 곡이 ‘Creature’다.
I don’t wanna be you, you don’t wanna be me
난 네가 되고 싶지 않고, 넌 내가 되고 싶지 않지.
……
You can call me anything, baby
It will not change me, I’ll still be me
네가 날 뭐라고 부르든, 자기
그게 날 바꾸지는 못할 거야, 난 여전히 나니까.
-‘Creature’
멋진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가사만 있다면--가사에 그저 ‘메시지 같은 메시지’밖에 없다면 미안하지만, 사운드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약간 지루하다. 본즈유케이에 대한 내 태도가 리스펙에서 덕질이 된 데에는 결정적인 까닭이 있다. 이들의 가사에는 메시지와 연결된 그들만의 색깔이, 스타일이, 흥이, 취향을 건드리는 표현들이 꼭 있다. 바로 아래와 같은.
Call me creep or call me creature
Call me anytime you need
‘cause my blood is made of whiskey
So you can come get drunk on me
날 크립creep이라고 불러, 크리처creature라고 불러
뭘로든 부르라고.
내 피는 위스키로 만들어졌으니까(이거죠)
이리 와서 내게 취해봐
-‘Creature’
뮤직비디오 속에서, 카르멘과 로지는 차를 몬다. 뒷좌석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타는데, 누구든, 평범한 모습으로 들어와 마치 진짜 자신 혹은 해보고 싶었던 것을 드러내듯 행동한다. 턱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는 보그 잡지를 꺼내 들고, 상냥해 보이는 아주머니는 두건을 쓰고 칼을 치켜든다. 레더 재킷 차림이었던 남성은 드레스로 갈아입은 후 립스틱을 바르고, 공주님처럼 차려입은 여성은 아령 운동을 한다. 수녀복을 입은 두 여성은 일렉기타를 연주하고, 바니걸 복장을 한 남성은 고기를 뜯는다. 선글라스를 벗고 비명을 지르거나, 마음껏 먹거나,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물거나, 인형놀이를 하거나, 그들은 즐겁고 자유로워 보인다. 본즈유케이가 음악으로 하고 싶은 것, 전하는 메시지가, 이 특별한 드라이브에 상징적으로 담겨 있다. 음악이라는 차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운전하며, 그것을 타는 사람들이 적어도 그 안에서 만큼은 자유로운 자기 자신이 될 수 있게 해 주려는 것이다.
(여기 쓰인 남성/여성의 판단 기준이 주류 사회가 정한 외모라는 점이 고민 되기는 했으나, 사회가 지정한 젠더를 전복한다는 점도 설명에서 중요했기 때문에 굳이 명시했다.)
-from 카르멘&로지 [bonesuk.com]
“My body’s connected to my brain내 몸은 내 뇌와 연결돼 있어”라는 ‘Limbs’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끌어낼 수 있다.
I am who I am
No one else can be me
I come as I am
No one else does me as well as me
Give it a name, I think we’ll call it
나는 나야
다른 누구도 내가 될 수 없어
난 있는 그대로야
다른 누구도 나만큼 나를 ‘할’ 수 없어
이름을 붙여 보자, 이건 어때
-‘Limbs’
다음에는 I 를 you 로 바꾸어 반복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역시, 이렇게 관념적으로만 끝낼 리가 없다. 이어지는 가사는 “내 허벅지는 내 허벅지 뼈와 연결돼 있고, 내 허벅지 뼈는 내 다리 뼈와 연결돼 있어. 그리고 내 다리 뼈는 내 허벅지 뼈와 연결돼 있고, 내 허벅지는 네게 연결돼 있지.”다. 개인의 신체와 내면의 연결, ‘연대’, 거기서 한 걸음 내딛어, 다른 프릭freak과의 연결, 연대, ‘공모’를, ‘limbs팔다리’라는 상징적 이미지로 표현한다. 구체적인 신체 부위의 언급은, 의미를 피부에 와닿게 하는 동시에, 크리피creepy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이처럼 (TMI: 줄리아 뒤콜뉴 감독의 <로우>가 떠오르는) 로우raw한 몸의 이미지 또한 이들의 음악에서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뷰티풀’하지 않은 스스로의 ‘종kind’에 대한 의심 없는 자신감이 한 면에 있고, (이와 동떨어져 있지는 않으나 어쨌든 분류하자면) 다른 한 면에는, 살짝 ‘위험한’ 로맨틱 혹은 섹슈얼 디자이어가 있다.
I’ll choke you with my charm, wanna watch you die in my arms
내 매력으로 널 졸라 버릴 거야, 네가 내 팔에 안겨 죽는 걸 보고 싶어.
-‘Choke’
It’s such a nice skeletone it’s a such a pretty bit of bone
상당히 멋진 해골이야, 상당한 뼛조각들이야.
-‘Skeletone’
여기서 잠깐. ‘뼈’, ‘해골’을 뜻하는 단어의 올바른 철자는 ‘skeleton’이다. 그 끝에 ‘e’를 붙였다. ‘tone’이 바로 그 음악에서 쓰이는 ‘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skeleton’과 ‘tone’이 결합된 새로운 단어, ‘스켈레톤 with e’, 혹은 ‘악센트가 끝에 있는 스켈레톤’이 만들어졌다. 내가 감히 정의할 수는 없고, 뼈에 톤이 섞인 뉘앙스가 있다,고만 적어야겠다. 아무튼 음악, 아니 로큰롤은 이들의 도구이자 목적, 뼈에 새겨진 본능이랄까.
가장 느린 템포의 곡 ‘Black Blood’에서는, “Don’t waste your time with me네 시간을 나한테 낭비하지 마”라며 슬프게 로맨틱한 정서, 어둡게 솔직한 내면을 보이기도 한다. 허나 결국 하는 이야기는 비슷하다. 화자가 “This bein’ loved thing it’s not for me이런 거, 사랑 받는 그런 건, 나한테 안 맞아”라고 하는 까닭은,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 따위의 자기 혐오가 아니다. 로맨틱한 사랑을 받는 것보다, 자유롭게 “on my on나 자신인 채로” “rock and roll soul로큰롤 소울”을 불태우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강조하듯 뮤직비디오에서 카르멘과 로지는 멋지게 차에서 내려 공연장으로 향한다.
이들이 메시지를 전하는 다른 방법은,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반어적으로 비틀기’다. ‘Pretty Waste’에서는 부분적으로 쓰였다. 말로만 해석하면 ‘그 예쁜 얼굴에 무슨 낭비야’지만, 사실 이런 거다, ‘당신들이, 나보고 ‘그 예쁜 얼굴에 무슨 낭비야’라고 하는데, 난 ‘낭비’를 할 거야. 쉽지 않아도, 외로워도, 네 것이 되지 않고 이렇게 살 거야.‘ 벌스를 보면 더 확실하다.
Livin’ like this is not easy
Don’t do what I should
I’m too cheap for you to own me
No one ever could
이렇게 사는 건 쉽지 않아
해야 할 걸 하지 않는 거
네 것이 되기에 난 너무 싸
(expensive 류의 단어가 아니라 cheap을 사용한 것도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아무도 절대 날 가질 수 없어
All the clever ones are lonely
Finally ones are dead
Won’t wear white and don’t do dinner
Try a bitch instead
영리한 이들은 다 외로워
결국 다 죽겠지(?)
흰 옷을 입거나 저녁을 만들지 않을 거야
대신 나쁜년이 되어보려고
-‘Pretty Waste’
다음 곡 ‘Leach’에서 화자가 하는 말은, “I don’t wanna be saved by you.난 너에 의해 구원 받고 싶지 않아.”다. 그 ’you’가 누군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맥락과 뉘앙스로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섹시즘sexism과 패트리아키patriarchy의 악취를 뿌리고 다니는 남성(혹은 여성)들. 이들 중 대표적인 유형이 ‘Girls Can’t Play Guitar’에서 묘사된다. ‘Leach’처럼 직설적인 화법을 쓰는 대신 ‘반어적으로 비틀기’를 곡 전체에 사용했는데, 적나라함은 더했다. 가사를 쓴 로지와 카르멘의 개인적인 경험도 포함된 듯 하다. “이런 느낌 받은 적 있어?”라는 반 물음을 던지는 화자는, “신이시여 내게 뭘 하라고 말해 주는 내 남자가 있어서 다행이야”라는 여자다. “내가 네 접시를 핥을 때, 내 바지를 벗겨줘.”란다. 그들의 남자는 “네가 빨아 줄 땐 별이 보이지만, 미안, 여자애들girls은 기타를 칠 수 없어, 그냥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해”라고 말하는 인간이다. 허나 뮤직비디오에서 멋지게 기타를 연주하는 쪽은 girls-로지와 카르멘이다. “여자애들girls은 기타를 칠 수 없어.”라고 노래하는 와중, 주는 것을 받아먹는 멍한 눈의 남성을 가지고 논다. 어찌 보면 단순한 전복인데, 이들 특유의 폼이 음악과 영상과 모든 것에서 뚝뚝 흘러 뇌와 심장을 적셔버린다. 흑백 필터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실 거의 곡마다 있는 뮤직비디오 모두 흑백이며, 일관된 이미지를 전달한다. ‘Choke’의 경우 황무지에 있는 로지와 카르멘을 담는다. 밀리터리 코트에 콤뱃 부츠, 선글라스를 낀 채 기타를 둘러메고 폼을 잡는데, 머리에 쓴 저건 뭐람. 미키마우스 머리띠?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쓰고 서로의 담배에 불을 붙인다. ‘Leach’에서는 바니걸 복장을 한 두 사람의 정적인 모습들이 화보처럼 반복해 지나간다. 앨범 커버와 이어지는 이미지다. 얼굴에 멍이 들어 있고, 등 근육을 자랑하고, 다리를 쫙 벌리고 앉고, 철망 울타리에 기대 담배를 피며 노려본다. ‘Pretty Waste’ 뮤직비디오는, 편집이 굉장히 잘 쓰인 작품이다. 반으로 갈린 화면 양쪽에서 로지와 카르멘이 움직인다. 노래하는 입이 클로즈업되기도, 기타를 연주하는 전신이 잡히기도, 얼굴과 전신이 실루엣으로 겹치기도 한다. 한쪽이 뱉은 담배를 다른 쪽이 물기도 하고. 양치질을 하거나, 사과를 베어 물거나, 수녀복을 입고 손을 모으는 이미지들이 이어진다.
별로 ‘뷰티풀’하지 않은 두 여성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 군인 바니걸, 온갖 프릭들의 이미지가 등장하는, 하나로 통하면서도 각기 다른 매력이 있는 화면들. 색의 삭제는 적나라함을 더한다. 이러한 종류의 그로테스크 에스테틱grotesque aesthetic은, 이들의 음악, 예술에 있어 필수적이다.
본즈유케이의 표현법이 다방면으로 하드한 편이기는 하지만, 결코 우리가 옳으니 닥치고 따르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냥 나는 이렇고 너는 그러니 난 내버려두고 넌 함께 하던가 말던가. 그런, 끈적하고 뜨거우면서도 방향을 틀면 무관심하고 쿨한 뉘앙스다. 흰 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웃으며 사랑 받는 대신, 담배를 물고 외롭고 멋지게 기타를 연주하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것. 허나, 상투적인 로맨틱을 거부한다고 하여 사랑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Souls’에서처럼 “아름다운 영혼들”, “feel like home”혹은 “feel like rock and roll”을 선사하는 이들을 향해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나의 아이돌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여러 자서전 중 하나의 제목은, ‘Christopher and His Kind크리스토퍼와 그의 종’이며, 첫 소설의 제목은 ‘All the Conspirators모든 공모자들’이다. 자신의 ‘kind’를 ‘보통의’ 인간에서 분리해, 프릭freak, 괴물, 나쁜 것, 벗어난 것, 공모, 어긋남, 따위의 단어들로 휘감아 일컫는. 자기 비하 같기도 하고, 그런 모먼트가 분명 있지만, 결국 스스로의 ‘종’에 대한 진한 프라이드pride와 애정이 담겨 있는 표현이다. 본즈유케이의 ‘freak’, ‘creep’, ‘creature’도 비슷한 맥락에 있으며, ‘I’m Afraid of Americans’의 원곡 아티스트 데이빗 보위가 쓴 가사들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백인 남성이었다는 점이 데이빗보위라는 ‘브랜드’에 ‘필수’요소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그가 창조한 세계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음악 스타일은 꽤나 다르지만. 화성인, 괴물, ‘인정’ 받지 못한 존재들에 대한 그 애정은, 본즈유케이의 음악에 자기 식대로 녹아들어 있다. 더 이상 로큰롤은 ‘white boy’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도.
뮤지컬 아트는, 멜로디만도 가사만도 보컬만도 이미지만도 아니고, 그 전부가 결합된 별개의 무언가다. 본즈유케이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맞물림이 매우 조화로워, 성공적으로 신경을 박박 긁는다. 보이지 않는가, 이들의 표현대로 감히 ‘FUTURE ROCK’이라 칭할 만한 가능성이.
마무리는 앞에서 간간이 언급한, 본즈유케이 공식 홈페이지 [bonesuk.com]에 실린 로지와 카르멘의 메시지 전문으로 해야겠다. 아, 아마도 이 긴긴 글은 사실, 이를 전하기 위한 서론일 뿐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