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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Jul 06. 2021

<128호> 생존과 죽음의 경계에서

대한민국 군대를 돌아보다_유랑&유자

녹색과 연회색, 진회색으로 이루어진 패턴 위에 "생존과 죽음의 경계에서 - 대한민국의 군대를 돌아보다"라고 적혀있다.


<생존과 죽음의 경계에서 - 대한민국의 군대를 돌아보다>는 기획기사로서 세 편의 글로 나눠져 있습니다.


① 들어가는 글

② 군대는 누구인가

③ 당신이 살기를 바라기에: 생존의 연대와 군대, 그리고 시설사회





들어가는 글


육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강제 전역을 당한 변희수 하사가 2021년 3월 세상을 떠났다. 전역 1년만의 일이었다. 변희수 하사는 휴가 중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 사실이 신체의 고의적 훼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는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심신장애 3급은 퇴역 조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최대 3개월의 기간을 두고 전역 일자를 정하는 기존 관례와 달리, 변하사는 퇴원과 동시에 전역 조치되었다. 그는 군인으로 남고자 했기에 군대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가장 먼저 전역 조치 결정에 재심을 요청했다. 변 하사의 법적 성별이 여성으로 정정되었기 때문에 법률 관계상 그를 남성으로 근거해 내린 처분은 위법하다고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었다[1]. 인사소청이 기각되고 그는 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는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 중 사망했다. 변하사가 여성으로서 여군으로 재입대하는 방법도 불가능했다. 병역판정 검사규칙상 성별불일치는 신체 등급 5급 또는 7급에 해당하기에 현역 복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군에서 배제당한 또 다른 사례가 있다.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은 2002년 유방암으로 인해 유방절제 수술을 받았다. 그는 ‘양쪽 유방 절제술’로 심신장애 2등급 판정을 받았고 일반장교로는 복무할 수 있었지만, 군법에 따르면 헬기는 조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임무 수행에 문제가 없었으므로 소속 부대에서는 피우진 중령이 헬기 조종사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지휘관이 피우진 중령과 갈등을 겪자 그를 중앙전공상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결과는 강제전역이었다[2].


2006년 당시 군인사법시행규칙에 따르면 암병력은 자동전역 사유였다. 하지만 피우진 중령의 경우 유방암 완치 상태로 근무에 지장이 없었다. 그와 같이 암수술 회복 후 병사로 근무하는 이들은 암묵적으로 존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우진 중령을 전역시킨 군의 결정이 직업종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음에도 과거 병력이 현재의 직무수행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인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추진되어 2007년에 개정되었다. 심신장애로 인한 전역기준에 해당하더라도 현역 복무를 원한다면 조사의무위원회의 소견을 참고해 심의를 거쳐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다[3]. 그러나 군인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희수 하사는 강제전역을 당했다.


군대는 직업군인으로서 헌신하고자 했던 두 사람을 ‘심신장애’를 이유로 거부하였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은 “20대 남성”을 호명하는 동시에, 군가산점제 부활과 여성징병제를 제안하며 군대를 둘러싼 공정의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의원은 여성징병제와 모병제를 절충한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하였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강제 전역을 당한 상황에서 남녀평등복무제가 제안되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사회에서 주변화되어왔던 두 신체가 군인으로서 복무하고자 하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성스러운’ 군법으로 배제된 사례로 포문을 열며, 《연세》는 이러한 의문에 답하고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1] “육군, ‘성전환’ 변희수 전 하사, 인사소청 기각”, <경향신문>, 2020년 7월 3일.

[2] 피우진,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삼인, 2006, 212~244.

[3]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3조(전역 등의 기준) 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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