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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Jul 05. 2021

<128호>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작과 끝에서

편집실 (yonseiji@yonsei.ac.kr)


《연세》 128호 공통기획을 위해 편집위원들이 모여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좌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보궐선거는 다가올 대선의 전초전으로,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을 위한 기회로, 혹은 민심을 확인하는 자리로 여러 겹의 의미를 겹겹이 두르고 있었다. 여러 의미가 교차하는 보궐선거를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 본 편집위원들이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생각을 나눴다. 


진영논리에 가려진 보궐선거의 맥락


유자: 제1도시 서울, 제2도시 부산에서 시장의 성비위 사건으로 시장 자리가 공석이 되어 보궐선거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반성하는 대신 선거 패인을 성평등 이슈로만 연관시키고 있다. 그 자체로 민주당이 젠더 이슈에 얼마나 무감한지를 보여준다. 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내고 결과에서도 반성하지 못하고 현재와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닌가. 


김윤진: 오거돈 전 시장이 작년 4월 혐의를 인정하고 사퇴한 후 굉장히 빠른 시일 내로 후보를 거르기 시작했다. 결국 부산, 서울시장 공천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 차원에서 성 비위 사건은 그냥 머리 숙이고 끝낼 일이 아니기에  공천하지 않겠다고 당헌 규정으로까지 못박아두었다. 그런데도 쉽게 뒤집었다.


유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보궐 선거 직전에 투표로 수정할 거면 규정이 왜 있는 건지 의문이다. 정의당이랑 비교되는 행보다. 물론 보궐선거 직전에 민주당과 정의당이라는 두 대표 진보 정당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문제다. 민주당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안희정 사건도 있었다. 


유랑: ‘민주당의 반격 “국민의 힘, 대국민 사과하라”’는 기사제목이 있었다. 민주당이 성추문으로 골머리를 썩는 와중에 국민의힘 김병욱 성추문 논란이 나오니까 국민의힘 반성하라는 이야기를 한다. 성폭력을 중심으로 정당들끼리 네가 더 잘못했다 식으로 서로 싸우고 있다. 이게 정당들끼리 서로 탓하며 싸울 일인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여성 폭력에 제대로 대처해온 역사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공직자들 사이에서의 성폭력 사건 발생은 우리 사회의 문제에 누구보다 공감해야 하고 청렴해야 할 계층이 성인지 감수성이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함의가 크다. 


유자: 성폭력은 여성에게 있어서 생존의 문제다. 그럼에도 성폭력, 권력에 의한 폭력을 권력의 문제 혹은 여성 혐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대다수의 언론과 정당에서 이를 진영 논리로 가져간다. 진보 - 성추행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조선 일보가 프레이밍하는 것만 봐도 진보당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민주당이 문제라는 식으로 언급한다. 여성 차별, 여성 혐오, 권력에 의한 폭력과 같은 핵심을 언급하지 않은 채로 진영논리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언론을 비롯해서 어느 당 할 것 없이 이 문제가 여성에게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랑: 성폭력 문제가 진영논리의 도구로 쓰이는 걸 보면, 여성의 현실을 문제로 조차 보지 않는다고 느낀다. 


여름: 예전에는 비리 문제나 세금 문제, 정치인 자식 군역 비리 등이 주된 이슈였다. 이제 와서야 성폭력이 주요한 문제로 다뤄진다기 보다는, 언론에서 성폭력을 진영논리로 쓸 건덕지가 된다고 여길 뿐이다.


유랑: 진영논리는 선거 이후까지 이어졌다. 오세훈이 당선되고 한 일 중 하나가 박원순 시장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복직과 안전 보장에 대한 입장문 발표였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즉시 도입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입장문 자체는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동시에 발표문을 마음 놓고 환영할 수 없다는 것이 굉장히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이 입장문이 진영 싸움에 쓰이기 위해서 발표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박원순 성폭력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보궐선거에서 오세훈이 당선되었으니 오세훈은 자신은 ‘진정한 성평등의 수호자’가 되어 박원순을 공격해야 한다. 당선 이후 어떻게 여성문제가 활용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주요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케찹: 성폭력 사건의 당사자,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여성이 얼마나 성폭력 사건에 일상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누가, 어느 정당에서 잘못을 저질렀느냐만 문제가 될 뿐이다. 


지긍 : 성폭력 사건보다 ‘박원순’ 비판에 더 집중한다. 예를 들어 오세훈에게 책임이 있는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가 일관된 자세로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보궐 선거기간 내내 성폭력 사건을 정치적으로만 이용하고 해석하는 흐름이 굉장히 강했다.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현수막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걸지 못하도록 한 일이 있었다. 해당 현수막이 성범죄를 상기시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는 이유였다. 이 또한 상징적인 사건이다.


유자 : 국민의힘 청년 대표가 안티 페미니즘을 내세워 행보 중이고 국민의힘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해당 당의 후보인 오세훈이 사과와 함께 입장문을 냈다고 해서 바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페미니즘 탓하기, 과연?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막을 내렸다. 당선 사실과 함께 연령대 별 출구 예측조사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대 남성이 72.5%가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이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다뤄졌다. 이에 화답하듯 더불어민주당은 20대 남성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앞다투어 20대 남성을 겨냥한 정책을 제안했고, 김남국 의원은 ‘역차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패인을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는게 합당한지 아닌지도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정치적 선택을 한 20대의 목소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20대의 정치적 선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단일한 답변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다른 답변을 하나 제시하기 위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유자 : 남성들이 페미니즘 의제를 정치적 투표에 가져갈 만큼 성평등 문제를 중요하게 여길까 싶다. 그들이 왜 오세훈을 뽑았는가를 생각해 보면 민주당 말고 다른 당은 국민의힘 밖에 없으니까라는 결론이 나온다. 보궐 선거 이전에 이슈가 되었던 이야기들을 짚어보자면, 조국 사태, 검찰 이슈, 코로나 대응, 집값 폭등 문제와 같이 여당의 실책으로 지적할 만한 일이 많았다. 정권 심판의 정서가 두드러지는 시기였고 또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남성들은 대개 자신들이 얼마나 큰 손해를 보았는가와 같은 ‘공정’ 수사에 몰입해서 야당 후보 오세훈을 뽑은 것에 가깝다고 느낀다. 75%에 달하는 사람들이 성폭력/페미니즘 이슈에 주목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성별 갈등으로 몰고가 20대 남성을 주목하는 것 자체가 이 사회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유랑: 사회학자 신경아는 국민의힘 투표율이 압도적이었던 이유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로 10중 9명이 조국 사태를 뽑았고 1명 정도만 페미니스트가 싫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은 공정성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민주당의 도덕성에 비판적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어느 정도 맞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기사 댓글은 달랐다. 페미(니즘)싫어서 찍은 게 맞다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런 이유로 국민의힘을 찍은 남자들이 있겠지만, 한편으로 이렇게까지 기사를 클릭해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일부일 수밖에 없고 그 일부가 누구일까를 질문할 수밖에 없다. 사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로 페미니즘은 늘 이슈였지만, 이렇게까지 격화된 적은 없었다. 보궐선거가 그 기점이다. 민주당이 졌고, 그 원인을 페미니즘에 돌렸다. 국민의힘은 끊임없이 20~30대 남성들을 피해자로 호명한다. 그런 내용이 미디어에 노출되고 과대표 된 결과가 지금의 백래시라고 본다. 


유자: 이번 선거에서 20대 남성이 국민의 힘을 찍은 주요한 이유가 안티 페미니즘 혹은 성평등 이슈였다는 분석이 합당한 설명이 되려면 두 가지 문제에 답해야 한다. 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많은 석을 가져갔는가. 문재인은 당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말이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다. 중년 남성들이 페미니즘 이슈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찍었는지도 설명되지 않는다. 남성 일반이 아니라 20대 남성에 한정된 결과이지 않은가. 20대 남성이 유난히 안티페미니즘적 분위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연령의 남성 집단, 2020년의 또 다른 선거에서의 결과 등 여러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이것을 성평등 이슈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의도적인 움직임처럼 보인다.


김윤진: 조국 사태 이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이겼다. 어떤 이슈가 직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언론과 여러 변인의 상호작용의 결과라 하나를 명백히 짚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자 : 그래도 이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부동산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을 둘러싼 박탈감이 엄청난 것 같다. LH 투기 문제도 있었다. 국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 표적이 되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 밖에 될 수밖에 없다. 


케찹: 성폭력 문제와 같이 부동산 문제도 누군가에겐 생존과 존엄의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지금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그저 하나의 사안으로만 여겨진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투기로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그 사태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투기로 자본을 증식해서 불로소득을 얻는 행위 자체가 정당하고 맞는가에 대한 질문보다 왜 소수의 몇 명만 그 기회를 가져갔는가에 대한 이야기만 나온다. 진짜 주거에 생존이 걸린 사람들의 문제를 주목하기 보다 자산증식 기회의 공평성에 대한 이야기로만 흘러가지 않았나. 정치권에서도 양당할 것 없이 그 공평성을 보장하겠다는 이야기만 나온 것 같다. 


유랑: 조국 사태 이후의 총선에서의 결과가 그렇게 드러나지 않은 것도 생각을 하면, 근본적인 문제는 부동산 문제 같기도 하다.


유자 : 모든 사람이 부동산 이슈에 있어서 박탈감을 느낄까 싶지만, 일단 언론이 엄청 프레이밍했다. 부동산이 문제다, 지금 당신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계속 접하기 쉽다. 그러니까 여당 못하나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존의 위협을 느낀 사람은 느낀 대로, 탈정치화된 사람은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윤진 : 문재인 정권으로 인해 화재를 비롯한 각종 사건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에서 ‘문재앙’이라는 별명이 만들어진 계기와 비슷하다. 문재인 정권과 전 정권 집권 기간 중 화재사건 수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 언론에서 그걸 보도하는 수는 문재인 정권 시기가 월등히 많다. 부동산 관련 문제도 비슷하지 않을까.


지긍: 원인은 누적되어 왔을 테고 무얼 하나 딱 집어내긴 어렵다. 실제로 선거 결과 외에 다양한 지표로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 변해왔음을 지적하는 기사도 보았다. 그렇지만 선거는 특별히 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오세훈이 뽑힌 이후 도대체 뭐가 바뀌었나 생각하면 참 허탈하다. 아무리 정치 결과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과 설명을 시도해도, 정치권은 딱히 타격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손쉽게 반페미니즘을 원인으로 지목하듯이, 정치권은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생각이 없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표가 돌아온 이유에 대해 관심이 없고 승리했다는 결과만 중요하다. 


유자 : 동의한다. 유권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이상, 투표의 이유는 알 수 없다. 이제 선거 이후에 사회는 어느 문제에 주목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젠더 이슈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으나, 들여다보면 정말 다양한 요인들이 섞여있다 그런데도 안티페미니즘이 이번 선거의 유일한 이슈인 것처럼 논의되고 있다. 


그래서 뭐가 바뀌었는데?


보궐선거 이튿날인 4월 8일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의 일년 남짓한 임기가 시작되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무엇이 다가오는가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나. 정치권은 이번 선거를 어떻게 해석하고 움직이고 있는가. 선거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수많은 질문들이 남은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논의를 이어나갔다


유랑: 이번에 서울시 수도요금이 9년 만에 40%나 인상된다. 어머니께 “오세훈이 서울 수도요금 올린 거 알아?”라고 했는데 모른다고 하셨다. 언론에서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고 몇백 원만 오른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40%라는 엄청난 퍼센티지에도, 요금 인상 자체에도 전혀 주목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 또 오세훈뿐만 아니라 주요 정당의 후보들은 정제훈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 새로울 것이 없는데 마치 새로운 정책을 펼칠 것 마냥 공약을 내세웠다. 예를 들어,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미 추진되고 있던 사안이었다. 만약 그들이 돌봄 분야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이미 추진 중인 공약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향상을 언급했어야 했다. 1인 가구나 여성 가구 안전 공약도 마찬가지이다. 오세훈의 여성행복 2.0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는데, 여성 비대면 재택 원격 근무를 활성화하는 기업한테 세제혜택을 준다. 재택근무는 돌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결국 가정 안에서의 돌봄을 여성에게 맡기려는 흐름 아닌가. 매우 위험한 공약이다.

어떤 관점에서 어떤 공약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도 서울시 운영 자체보다는 성폭력을 둘러싼 진영논리를 중심으로 선거가 흘러갔다. 사실상 투표의 의미, 시정의 운영에는 관심이 없다. 애초에 후보들이 낸 공약에 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았다.


김윤진 :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서 오세훈이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전면 재검토를 진행한다고 약속했지만, 당선 이후 매몰 비용으로 사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태도도 결국 진영논리로 선거와 공약을 대하는 태도의 일환 아닌가.


유자 : 이번 선거에서 뽑힌 사람이 재선하리라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공약을 낸 측면도 있을 것이다. 오세훈은 자진사퇴였지만 퇴출에 가깝게 서울시장을 그만둔 전력이 있다. 오세훈이 과거 서울시장직에서 어떤 행보를 보였던가? 여러 가지 실책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용산 참사가 있었다. 관련해서 ‘과도하고 부주의한 폭력 행위 진압을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 생겼던 사건’이라는 망언까지 했다. 용산참사는 빈곤, 재개발, 그리고 경찰의 과진압 문제가 얽혀있는 국가폭력 사건이다. 용산 참사에 대한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 탓을 했던 사람이 시장직에 다시 뽑혔음에 무기력한 충격을 느꼈다. 


15퍼센트, 여기에도 목소리가 있다


보궐선거 이후 20대 남성 대부분이 국민의 힘을 지지한 현상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20대 여성 또한 이례적인 선택을 보여주었다. 같은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 15%는 ‘기타' 후보를 선택했다. 그럼에도 20대 여성 15%가 소위 ‘기타' 후보를 뽑은 현상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비교적 정치적 표현으로 여겨지지 않은 15%의 목소리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질문을 던졌다.


지긍: 중앙일보 기자들이 하는 팟캐스트인 <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에서 선거 이후에   ‘20대 여성 15%’의 의미는 무엇인지 논의했다. 이 흐름 자체가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정치가 자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근거라고 본다. 물론 아쉽기도 한 게, ‘20대 여성 중 15%’가 크다고도 볼 수 있지만 뉴스 기사의 인포그래픽만 봐도 회색으로 표기된다. 15% 안에서도 뽑은 후보가 나뉜다는 이유만으로 작게 여겨진다. 사실상 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것에 비해서 정치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없었다. 각자 사정이 있었겠지만 거대 양당 외에 여러 소수정당 후보가 나온게 요즘 학생사회가 파편화되는 현상과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15%가 의미하는 바는 당장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진 못하겠지만, 앞으로 정치를 지켜보겠다는 선언으로도 느껴진다.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도 지지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유자: 정의당 불출마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제3당으로 볼 수 있는 정의당이 안 나왔음에도 기타 정당 15%가 나온 게 의미 있는 일이다. 한편으로 20대 여성들도 민주당 지지층에서 대거 이탈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에는 집중하지 않고 여성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선거 결과는 여성들에게 성평등 이슈가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수치가 아닌가. 여성의당이 4위를 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것 같다. 


유랑: 20대 여성의 15%가 기타 정당을 찍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20대 남성에 주목하게 된 계기도 선거 결과에서 특징적이었다는 이유인데, ‘20대 여성 15%’ 현상은 왜 호명하지 않는가. 정치권에게 20대 여성유권자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집단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유자 : 페미니즘을 표방하고 나온 후보들이 여성의당 말고도 많았지만, 여성의당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여성의당이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과연 여성의제는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여성이라는 것 외에 자신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그 외의 요소 또한 정치적으로 여기고 있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김윤진 :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여성의당 투표로 표출되는 것일 수도 있다. 여성의제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들도 있었을 것이고, ‘여성’의당이라는 이름 자체가 한몫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물론 녹색당, 기본소득당도 페미니즘이 기본 의제였지만, 여성의당은 ‘여성의제를 무엇보다 우선할 것이다.’라는 판단이 여성들을 끌어들였을 것이다.


지긍 : 앞서 공정 관련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 공정 담론은 20대 여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감과 비판은 공통적일 텐데, 그 비판의 물꼬가 흘러가는 방향이 남성과 여성으로 갈라진다. 그러니까 20대가 현 정치의 대안으로 오세훈을 뽑았다기보다는 반-민주당 후보로 오세훈을 뽑았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20대 여성의 15%가 소수 정당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무엇을 대안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자 : 동시에 결과를 보고 성별, 세대 간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겠구나를 실감했다. 여성 의제 혹은 민주당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같은 여성이더라도 세대에 따라 엄청 다르다. 불법 촬영 규탄 시위 경험 세대, 영페미로 조직된 세대, 해당 경험이 없는 세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수정당이 내세우는 여러 가지 가치들 - 퀴어, 소수자, 환경 - 에서 멀어져 있는, 혹은 독재 시대를 거치고 민주화를 경험해서 일단 국민의힘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세대도 있다. 기성세대에서 그래도 국민의힘은 막아야지라고 할 때,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도 든다. 그건 그 사람들에게 생존의 문제였을 테니까 말이다. 그 차이는 좁히기 어려운 것 같고, 남성, 여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점점 자신이 느끼는 정체성, 성별, 세대, 사회적 지평에 따라서 인식하는 게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제 하나의 정치적 의제로 절대다수가 힘을 모으는 일은 어렵지 않을까. 정치 지평이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는 공직자 선출만을 목표로 하는 단발적인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유권자는 선거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선거 결과를 두고 나오는 온갖 해석은 다시 정치적 맥락을 만든다. 이미 끝난 선거를 돌아보는 일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논의가 되기도 한다. 선거 결과에 대한 몇 가지 목소리로 가득 채워진 세상에 《연세》의 목소리를 남긴다. 







참고기사


[1]“민주당 결국 당헌 개정 추진...귀책 사유에도 부산시장 공천 계획”, <프레시안>, 2020년 11월 2일.

[2]“性추문 줄잇던 민주당의 반격 “국민의힘, 대국민 사과하라””, <조선일보>, 2021년 1월 9일.

[3]“吳, 박원순 피해자에 사과 "성추행하면 원스트라이크아웃" [전문]”, <중앙일보>, 2021년 4월 20일.

[4]“엇갈린 20대 표심…‘남성은 오세훈’ ‘여성은 박영선 ’지지”, <한겨레>, 2021년 4월 7일.

[5]“"오세훈 선택한 20대 남성,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 아니다"”, <여성신문>, 2021년 4월 9일.

[6] “‘문재앙’ 때문에 화재 급증? 왜곡된 착각일 뿐”, <미디어오늘>, 2018년 3월 8일.

[7]“‘실종된 정치’에 심판하는 주권자들”, <시사IN>, 2021년 4월 20일.

[8] “서울 수도요금 3년간 40% 오른다…9년만의 인상”, <매일경제>, 2021년 5월 4일.

[9] “"서울시장 후보들, 성평등은 외면했고 돌봄은 몰랐다"”, <여성신문>, 2021년 4월 9일.

[10] “시민단체 "오세훈, 약속 뒤집어…광화문광장 공사 멈추라"”, <JTBC>, 2021년 4월 28일.

[11] “오세훈 '용산 참사' 발언... 망언과 오해 사이”, <한국일보>, 2021년 4월 2일.

[12] “오세훈, 용산참사 "폭력 진압하다 발생" …與 "망언" 사퇴요구”, <연합뉴스>, 2021년 3월 31일.

[13] “성평등 외친 신생 정당, 2030 여성을 깨우다”, <서울신문>, 2021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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