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편집위원 야자수
질문:안녕하세요. 자기소개랑 지금 교환학생 준비에 있어서 어떤 상태인지 말씀해주세요.
궁물: 인문대학 소속 20학번입니다. 지난 여름 방학에 토플 학원에 다니며 시험을 준비했지만,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아서 포기한 상태입니다. 교환학생 과정 자체에 깨지는 돈도 물론이고, 학기 다니는 동안 소홀했던 학업에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려야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그동안 꿈꿔왔던 걸 한순간에 놓는 것도 말이 안 되죠.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지만 지금 저로선 가지 않을 것 같아요.
오미자: 사회과학대학 소속 20학번입니다. 2021년 하반기에 휴학하고, 집에서 인터넷 강의로 0원 프리패스, 즉 일정 점수를 넘으면 세금을 제하고 환급해주는 수강권을 등록했지만 결국은 토플 시험도 안 보고 흐지부지 끝났어요. 시험 응시료가 그때 당시로 24만원이나 했는데, 80점을 넘길 자신이 없어서 시험을 아예 안 봤던 것 같아요. 뭐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서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었고...아마 시험 쳤으면 돈 낭비였을 거예요. 지금은 아예 갈 생각 없어요.
질문:고등학생 때 꿈꿨던 교환학생은 어떤 이미지였나요?
궁물: 교환학생 설명을 친구한테 들었는데, 그때 들은 말이 정확히 “돈은 한국 학교 등록금을 내고 공부는 외국에서 할 수 있다.”였어요. 이렇게 들으면 거기서 생활하는 돈만 있으면 만사 편할 것 같잖아요. 그래서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너무 단순했던.... 그걸 계기로 교환학생 후기를 올려놓은 여러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점점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어요. 돈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들지만, 인생에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걸!
오미자: 대학생이라면 꼭 한번 해봐야 할 것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제가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던 학생이었어서 (하하) 물론 연세대학생들도 자기 학교에서 모범생인 학생들이 많아서 공감하실 수도 있는데... 그래서 연대 붙고 선생님들이 저한테 대학 가서 여러 경험하라고, 특히 영어 선생님께서 시카고에서의 1년 교환학생 썰을 엄청 푸시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미국에서 접한 책들, 경험들이 자기한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얘기도 해주시고, 수업시간에도 좋은 영화나 그런 거를 많이 소개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우와, 도대체 미국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길래 저렇게 단단한 사람이 됐을까’ 하는 동경도 있었어요.
질문: 그럼 이제 대학교 와서 교환학생을 가려고 딱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궁물: 여러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찾아봤는데, 그들이 여행한 장소나 전공은 각기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어요. 신경 쓸 게 많아서 힘들 수는 있겠지만, 그 힘듦을 다 감수할 만큼 정말 값진 경험이고 남들에게 추천한다고. 모든 사람이 추천하는 덴 이유가 있겠거니 막연히 생각하기도 했었죠. 또 여행하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외국에 나가서 자신의 영역을 넓힌다는 일 자체가 멋진 일인 것 같아서 진지하게 꿈꾸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 유튜버 영상을 보고 결심했어요. 꼭 가야겠다고. 유럽 전역을 여행하기도 하고 스페인이란 나라를 진심으로 즐기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오미자: 그냥 2학년이 끝나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3학기가 끝나고 휴학을 했어요. 그 당시에 특별한 터닝 포인트가 있었던 건 아니었고요. 근데 그때쯤 제 동기들도 대거 휴학하고 토플 시험을 준비하던데요? 대학교 와서 무언가를 해야 할 적당한 시기들이 암묵적으로 있잖아요. 네... 그냥 때가 돼서 교환학생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 주변 친구들도 거의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기도 했고, 거기서 전공 관련한 다양한 수업을 듣는 것 같더라고요. 연세대에서는 안 열리는 수업들 같은 거 있잖아요. 그래서 속으로 엄청 기대했어요. 가서 뭐 듣지 하고… 뭔가 새로운 배움을 얻고 싶었어요.
질문: 토플을 공부할 때, 다른 선택지가 아닌 토플 학원 혹은 인터넷 강의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궁물: 우선 작년에 독학을 하면서 결과가 너무 썼기 때문에... 독학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고, 인강도 독학이랑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원을 택했어요. 강제로 떠먹여 주는 공부가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미자: 저한테 토플 학원비가 너무 비쌌어요. 만약에 교환학생을 가게 된다면 부모님께서 거의 모든 비용을 지원해줄텐데, 이거라도 아끼자 그래서 제 돈으로 토플 준비를 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제 수중에도 돈이 많이 없어서. 약간 오기가 생기면서, 그나마 덜 비싼 인강으로 혼자서 열심히 공부해야지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오기가 몇주 지속 안됐습니다.
질문:토플 학원은 한 달에 얼마 정도 냈나요?
궁물:여름방학에 신촌 YBM 주5일반 다녔고, 한 달에 615,600원 냈네요.
오미자: 3개월 프리패스 권이 32만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이제 교재값이 중급교재, 고급교재 합쳐서 14만원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다 쓰지도 못했어요.
질문: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궁물: 준비 과정 다 끝내지도 않았지만 단호하게 말해 보자면, 토플이 제일 어려울 것 같아요. 일정 점수 이상으로 받아야 하는 것도 물론이고,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데다 그 점수가 교환학생 갈 학교를 결정해 버리니까 너무 중요하잖아요. 그런 시험이 너무 어려우니까 처음부터 맥이 풀린 기분이었어요. 솔직히 그 뒤는 전부 돈으로 해결하면 되니까 죄책감은 심하겠지만 내 자신이 고생하지 않는 과정이라면, 토플은 자신도 고생하고 돈도 많이 드는 과정인 것 같아요.
오미자: 호기롭게 혼자 공부하겠다 했지만 혼자서 매일 매일 공부하는게 가장 힘들었어요.. 저는 3달 잡고 여유롭게 지내면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다른 친구들 보면 한달 딱 빡세게 거의 외부세계와 단절된 것처럼 하더라구요.. 또 스피킹이랑 라이팅도 해야하는데 스터디도 안하고 있는 상태였어서 혼자하기 막막했던 것 같아요. 혼자서 스피킹을 하다보니까 목소리도 자꾸 기어들어가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맨땅에 헤딩으로 공부했네요.
"몇 세기에 걸쳐 다져진 서구적 지배로부터의 해방은 그리 간단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타자화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깊이 우리를 타자화시켜 놓았으며,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새로운 역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식은 시작에 불과하며 이제 그동안 식민지성에 알맞게 프로그램화된 자신을 탈프로그램화하는 작업이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 각자 선 자리에서 일상성과 주변성에 대한 성찰이 시작된다. 감성도 성찰의 대상에서 제외 될 수 없다."
조한혜정.1994年.<탈식민지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2>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