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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Jun 24. 2020

<124호>알고 보면 쓸데 많은 신비한 비례대표제

수습편집위원 달백


“그대는 대학에 입학했다. 한국의 수많은 무식한 대학생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 그대는 무식하지만 대중문화의 혜택을 듬뿍 받아 스스로 무식하다고 믿지 않는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읽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무식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문화가 토해내는 수많은 '정보'와 진실된 '앎'이 혼동돼 아무도 스스로 무식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물며 대학생인데! (...) 그대의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그대가 무지의 폐쇄회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그대에게 달려 있다.(...)” 홍세화 『그대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1) 中


‘개새끼’는 불쾌한데 ‘무식한 대학생’은 맞았다. 


    이 글은 나의 무지함 때문에 작성됐다. 탄핵정국 이후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유식한 대학생이라 착각했다. 고작 기사 몇 줄을 보고선, 패스트트랙에 올라가는 안건에 대해 설명할 줄 아는 대학생이자 정치적 이슈에 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대학생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해 기울어진 사회에 분노할 줄 안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진로의 선택에 있어서는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분노하기 보다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바로 얼마 전까지 전문직 시험을 준비했던 평범한 학생이기도 했다. 사실 잘못된 사고방식도 아니고 지금도 크게 다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런 대학생이었다. 이런 나에게 누군가 20대는 개새끼이거나 무식하다고 하니, 대체 어떤 맥락에서 나를 그렇게 지칭하는지 살짝 열이 받았다. 나는 유식한 대학생이었으니까.


    이른바 ‘20대 개새끼론’이 나온 맥락을 검색해보니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나꼼수’ 김용민 PD의 “너희들에겐 희망이 없다"라는 말을 옮긴 뉴스를 발견했다.2) 프랑스의 등록금이 부럽다면 프랑스 대학생들의 투표율을 보라던 기성세대의 훈수는 예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었기에 익숙했다. 20대의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보수 정권이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명박부터 박근혜까지 이어진 진보의 패배 이후 책임을 20대에게 전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조금 더 검색해보니 『88만 원 세대』의 저자가 20대들에게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라고 말한다.3) ‘짱돌’은 20대들의 연대,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유추할 수 있었다. 좋은 뜻이다. 좋은 뜻인데, 먹고살기 힘든, 아니 먹고살기 위한 수단인 직업에 도달하기도 벅찬(필자는 전문직 시험을 실패했기에 더 열받았다.) 청년들에게 짱돌은 웬 말인가. 


    이에 대해 ‘토플 책’을 덮을 수 없는 상황을 변호해 주는 교수의 글4)도 찾았다. 그는 20대를 지적하는 ‘생존주의’라는 단어가 성립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생존’은 주의 이전에 존재하며, 살아있는 우리는 생존에 벗어날 수 없기에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행동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삶’, 예컨대 짱돌을 드는 행위는 생존의 보장이 넘칠 때 사유할 수 있다고 대변해 준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래 우리는 짱돌을 들 수 없어, 생존하기 급급하니까!’


    그렇게 자위하던 시점에 발견한 홍세화 작가의 ‘무식한 대학생’이라는 글은 불안정한 현실을 명분으로 삼아 뒤에 숨어 있을 뿐 저항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냐고 나에게 묻고 있었다. 견고한 이데올로기에 맞서 짱돌을 들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몸부림은 쳤나, 혹은 탐구를 하려 했나? 나에게 ‘네가 과연 유식한 대학생이냐?’ 묻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핑계라고 말하기엔 억울하지만, 나는 핑계를 대며 현실의 문제를 바꾸기보다 기존의 체제에서 최대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우리에게 부모 세대 보다 못 살게 되는 첫 세대라는 인식이 박혀도 내가 그 인식과 현실을 바꾸는 것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과연 직접적인 저항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행위가 없었냐고 묻는다면 답변할 자신이 없었다. 


     2003년에 나와 ‘20대 개새끼론’의 발화점이 된 홍세화 작가의 글에는 유식한 대학생이라 생각했던 필자의 무지함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연대 의식의 요구를 기성세대의 꼰대짓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나의 무지함은 실존했다. 이 글은 기존의 이데올로기와 고통받는 20대, 언뜻 상/하의 관계로 보이는 두 개념 사이에 존재하는 장치에 대한 나의, 아니 우리의 무관심을 언급하는 글이다. 여러 무지함과 무관심 중에서 20대들의 현실 정치 참여의 기회가 되는 비례대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무지함을 논하려 한다. 그렇다면 왜 특히 비례대표제에 대해 우리는 무지하지 말아야 할까? 


    현실 문제에 뛰어드는 적극적인 형태는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IMF 이후 노동 시장의 유연화로 인해 발생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년 유니온’, 현실에서 직면한 주거 문제에 대해 목소리 내는 ‘민달팽이 유니온’과 같이 이미 청년들은 자주적으로 세력을 결집해 현실 정치에 뛰어들고 있다. 또 청년들이 결집한 ‘미래당’의 경우 비례대표로 국회 진입을 위해 범진보 세력이 뜻을 모은 ‘정치개혁연합’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가장 직접적인 형태의 정치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라면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려 했던 미래당의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 17대부터 20대 국회까지 지역구 의원의 평균연령이 50.8세에서 55.7세로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21대에 와서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봤자 55.6세다) 21대 국회에서 유이한 20대 나이의 국회의원 2명이 비례대표로 원내 진입한 것을 보자. 지역구 의원은 지역에 대한 기반이 필요하다. 또 청년은 아직까지 주민들이 원하는 지역의 대표자 이미지에 가깝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청년 정치 집단인 ‘미래당’의 21대 총선 과정과 20대 청년 2명의 국회 진출의 핵심이 ‘비례대표제’였던 것이다. 작년 4월 30일 패스트트랙에 올라타는 과정부터 동물국회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모두의 시선을 끌었던 선거법 개정안의 요지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혁이었다. 


    우리가 ‘무식한 대학생’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국회에 직접 뛰어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새롭게 개정된 비례대표제에 대해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청년의 정치 참여 기회가 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결집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비례대표제의 고려 사항에서 청년의 파이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생존에 급급해 짱돌을 들지는 못해도 현실의 사안에 무식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사실 (우습게도) 20대를 제외한 유권자들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이해도가 높지 않다. 총선을 100일 앞두고 조사기관 메트릭스리서치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이해도를 조사했는데 약 10명 중 1명(13.7%)만이 ‘완전히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전혀 모른다’는 비율은 그 두 배에 해당하는 26.5%로 나타났다. 하지만 만 19세에서 29세에 해당하는 청년층만을 표본으로 한다면 ‘전혀 모른다’의 비율이 47.3%로 높아지며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40%대를 넘어선 수치였다.5) 새롭게 출범하는 21대 국회의 전체 의석 중 0.66%에 해당하는 2명만이 20대인 것도* 앞선 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해야 할 현상이다.

-만18세부터 29세의 청년들은 전체 유권자 중 795만 명으로 약 18.1%를 차지한다. 피선거권이 만25세부터라는 조항을 고려한다 해도 0.66%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이다. 


    물론 한국식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복잡함도 무시할 수는 없다. 국회와 언론이 이 복잡한 선거제도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충분히 했는지도 의문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정치권이 내팽개치고 언론이 부실하게 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소개를 대신하려고 한다. 작년 한 해 정치계에서 뜨거웠던 선거법 이슈에 대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합의된 선거법 개정안 속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복잡한 작동 방식에 대해 이해해보자. 또한, 거대 양당의 부활이라는 폐해를 남긴 한국식 비례대표제를 넘어 유럽의 다당제 국회에서 작동되는 선거법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궁극적으로 새로운 선거제의 필요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토론이 가능한 문화가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겠다.


기존의 선거방식이 나쁜 건가? 


    청년 정치의 희망을 보여줬지만 결국은 좌절시켰고, 21대 총선에서는 실패했지만, 미래 정치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9년 12월 27일 선거법이 개정되기 전 국회의원 선거 형태를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의 지역구의원 선출 방식과 ‘병립&혼합형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의 비례대표 의원 선출 방식으로 나뉜다. 표를 보며 용어를 이해해보자.


[사진설명] 개정 전의 선거방식과 반대개념
지역구 선출방식-소선거구 : 하나의 지역구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함, 중/대선거구 : 하나의 지역구에 2명 이상을 선출함, 단순다수대표 : 1표라도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인이 됨 (소선거구제와 병행), 절대다수대표 : 전체의 과반을 넘는 표를 얻어야 당선인이 됨
비례대표 선출방식-병립형 : 지역구 선출 방식과 별개로 진행하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 연동형 : 지역구 선출 방식에 영향받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 혼합형 : 의회의 구성인원이 지역구의원과 비례의원으로 나누어짐, 완전 비례대표 : 의회의 구성인원 전부 비례대표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음, 전국단위 : 전국 단위로 비례대표를 모집, 권역별 : 전국을 일정 권역 단위로 나누어 비례대표를 모집 (ex. 한국의 경우 광역시, 도 자치단체를 한 묶음으로) ,폐쇄형 : 비례대표 공천 순서를 정당 내에서 배정, 개방형(불구속 명부식) : 유권자가 후보자 투표를 통해 공천 순서를 배정할 수 있음 [사진설명 끝]

-완전 비례대표제와 정 반대로 영미권(미국, 영국, 캐나다 등)같이 비례대표 의석이 없는 대표제로 의회를 구성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은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진행하지만,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 기초의원선거에 한해 중선거구제를 시행하고 있다.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 방식의 지역구의원 선출은 한 명의 당선인이 획득한 표 이외의 표가 사표로 이어지는 한계가 있다. 자연스레 유권자들은 사표방지 심리로 인해 거대 양당의 후보에게만 표를 던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 선거에서 양당(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지역구 당선인은 253개의 지역구 중 고양갑 지역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유일했다.*

- 5명의 무소속 당선인들은 거대 양당으로의 복당을 희망하거나 복당할 가능성이 커 사실상 거대 양당에 속한다고 보았다. 


    반면, 중대선거구제는 한 명의 당선자만 뽑는 소선거구제에 비해 사표방지의 효과가 있고 군소 정당의 의회 진출로 다양성 있는 의회를 구성한다는 장점이 명확하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가 무조건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비판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선거구제는 민의의 반영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운 정의당, 국민의당과 (구) 바른미래당 등의 의석수 확보를 위한 도구 중 하나로 주장되고 있다. 그 점이 대의명분에 적합하더라도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데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다.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 개편이 민의의 반영이기보다 각 소수정당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신독재부터 전두환의 제5공화국까지 국회의원 선거를 중선거구제로 운영해 폐단을 일으켰던 과거를 돌이켜 봐야 한 다. 무엇보다 정당이 획득한 투표율을 그대로 의석에 반영하는 비례대표라는 대안이 시행 중이다. 우리가 비례대표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높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의 구조를 집중해서 보자. 지역구 선출 방식에 영향을 받는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맞춰 의회를 구성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민의를 그대로 반영한 방식으로,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원이 많은 정당일 경우 비례대표 의석을 적게 받게 된다. 한편, 현재의 ‘폐쇄형’ 명부제는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정당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후보자에 대해 결정권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흔히 말하는 정당 내 밀실공천의 문제도 여기서 기인한다. 해결책으로 ‘개방형’ 명부제가 제시된다. 유권자들은 선호하는 정당뿐만이 아닌 비례대표 후보자에게도 표를 던져 정당 내 공천 순서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개정이 되기 전 선거방식으로 한국은 각 지역구당 한 명의 후보가 단순 다수의 득표를 얻었을 때 의원이 되고 그와 별개로 정당에 투표해 지역 상관없이 비례대표 의원이 선출된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개정 전의 선거방식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아봤다. 그중 기존의 선거법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당에 대한 민심의 투표율과 실제 정당별 의석 수의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사진설명] 20대 국회의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점유율의 불비례성에 대해 원 그래프로 비교한 사진이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의 경우 실제 득표율에 비해 2배 이상의 낮은 의석을 할당 받았다. [사진설명 끝]


    지역 갈등의 심화 또한 민의와 실제 의석 수의 괴리에서 기인한다. TK에서 더민주, 호남에서 미래통합당(당시 새누리당, 이하 미통당)의 지지자가 없는 것이 아님에도 단순다수대표제로 인해 민의에 따른 적절한 의석 수를 내지 못하는 것은 자명하다. 사표방지 심리로 인해 거대 양당으로 표가 몰리는 점, 민의와 불비례하는 의석 수만이 전부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비례대표제를 통해 정당 내의 인사를 통한 밀실 공천이 일어나는 것 등의 다양한 문제점으로 인해 선거법 개혁이 필요했다. 


    물론 거대 양당 위주로 흘러가던 기존의 선거법이 무조건적인 악이라 규정하기는 어렵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수권정당이* 되지 못하는 각양각색의 이념정당의* 난립이 정국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양한 정당으로 인한 정국의 교란을 논의하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회 내에 군소 정당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몇몇 당은 교섭단체로 실질적인 정당의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대 국회에는 원내정당이었던 민중당이 있었고, 이번 총선에서는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이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해 국회 진입에 성공해 소수정당으로 활동한다. 진보 정당 계열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교섭단체로 기능한 정의당도 그러하다. 각각의 소수집단을 대표해 의견을 내는 정당이 존재하는데 그 의견을 지지하는 비율대로 국회를 구성하자는 것이 정국교란이라는 이름으로 매도되면 안 된다. 이러한 군소 정당의 민심 반영과 새로운 정치 단체의 출현, 지역갈등의 완화라는 목표가 형성되는 과정 안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살펴보자.

-수권정당 : 정권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된 당. 정권을 맡을 자격이 있는 당을 수권정당이라 일컫는다. 한국의 경우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수권정당에 해당한다.

-이념정당 : 집권을 포기하고 이념을 위한 국회 의석 배출을 목적으로 구성된 당. 정권을 잡을 만한 힘이 없는 소수정당을 일컫는 단어다.


복잡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합의된 이유


[사진2] <연동배분 의석수 계산식>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진설명]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연동배분 의석수를 구하는 공식을 나타낸 사진이다. 
[(국회의원 정수 - 의석할당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수) *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득표비율 - 해당 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수]/2  [사진설명 끝]

 

   한국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일반인이 보기에 구조가 너무 복잡하다. ‘준 연동형’과 ‘연동형 캡’이라는 말부터 생소하다. ‘연동형 캡’은 총 비례대표 47석 중 30석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기 위해 상한선을 두는 제도이다. ‘ 준 연동형’은 정당별 득표율에 가깝게 나온 비례대표 비율을 50%만 적용하는 것이다. 위 그림에서 대괄호 안의 결괏값이 정당별 득표율을 반영한 비율이라면, 2로 나누는 것이 준 연동형으로 인해 비율을 50%만 반영하는 장치이다. 두 제도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취지를 약화시키는 장치이다. 그러나 연동형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정치적 타협의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하는 주체는 국회에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정당의 국회의원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의원들이 합의해 선거제 개편안을 작성했는데 자연히 속해 있는 정당이 크게 불리한 선거제도를 찬성하기 어렵다.


     그중 가장 큰 걸림돌이 비례위성정당에 관한 우려였다. 예를 들어 이번 총선의 더민주의 경우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위성정당을 내지 않았을 경우 보장받는 비례대표 의석 수는 0, 즉 제로이다. 그 상황에서 연동형 캡, 연동률 50%를 개정안에 넣지 않고 미통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냈다면 이번 총선에서 미통당이 가져갈 비례의석 수는 23석이 된다.* 그 결과 거대 정당이 비례정당까지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선거 개편안의 효과를 조정하기 위해 수식이 복잡해졌다. 그렇다면 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정당에 불리하고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그 효과가 사라질까. 

- 대략적인 계산. 정의당 지역구 1석을 고려하지 않았고 열린민주당을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이라 규정짓지 아니함.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많은 지역구의원을 가진 정당일수록 비례대표 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연동률 50%를 곱하기 전(준 연동형이므로) 연동배분의석수*1)를 계산할 때 마지막으로 빼주는 수치가 해당 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이다. 예를 들어, A정당의 득표가 50%에 달하는 높은 득표율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지역구 당선인 수가 국회의원 정수 300석*2)의 절반이 넘는 150석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면(21대 총선에서 163명의 지역구 당선인을 배출해 낸 더민주의 경우가 그 예) 할당받을 수 있는 비례대표의석 수는 없어진다. 지역구 의원을 배출할 역량이 있는 거대 정당들은 위성정당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위성정당으로 연동형 비례대표 계산을 적용한다면 빼줘야 할 지역구 당선인 수는 0이 되고 정당 득표율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연동형 비례대표 계산의 결과 값. 이 값이 정당의 의석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각 정당의 연동배분의석수의 합이 ‘연동형 캡’인 30석을 초과하거나 미달할 가능성이 높아 30석에 맞춰 각 비율을 조정해줘야 한다.

-*2)자세하게는 국회의원 정수 300석에서 의석할당정당 소속이 아닌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빼야 한다. 이번의 경우 무소속 당선자 5명을 빼야 한다. 의석할당정당이란 비례대표를 낼 자격이 있는 정당을 말하는데 정당 득표율이 3%이상이거나 지역구의원을 5명 이상 배출해낸 정당을 뜻하는 것이다. 비례대표제의 단점인 소수정당과 신생정당의 난립으로 인한 정국혼란을 막기 위한 봉쇄조항에 해당한다.


    법안이 통과되기 직전에도 위성정당의 출현은 예고된 바 있다. 실제로 남아프리카의 레소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 곧바로 두 거대 정당이 비례대표를 내지 않고 비례후보만 낸 비례정당을 냄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킨 사례가 있었다. 그러한 사례를 막기 위해 ‘연동형 캡’과 준 연동형을 개편안에 포함시켰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 결국 거대 양당이 비례정당을 내 합의된 연동형 비례대표를 무효화시킨 정치적 퇴보를 만들어냈다. 


    복잡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합의된 이유와 위성정당의 출현이 필연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계산 구조에 관해 얘기할 차례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복잡한 계산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가상의 한국을 만들어 과거의 병립형 투표, 현재 준 연동형 투표제가 이루어지는 모델을 소개한다. 나아가 한국의 모델과 전혀 다른 방식의 투표제를 국민이 채택하였다면 어떻게 작동할지 상상해보려 한다.


평행우주 속 한국에서 벌어지는 투표제 논의


    ⅰ. 병립형/준 연동형 투표제


    이곳은 당신이 머무는 2020년의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평행 세계 속 지구의 Republic of Korea(2)(이하 K2)이다. 아쉽게도 이곳 역시 분단되어 있으며 빈부격차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청년들은 여전히 정치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 반가운 소식은 이 나라의 국민들은 문제의 해결 방안 중 하나가 기존의 선거법을 바꾸는 것에 있다고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먼저 기존의 선거방식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되짚어 보고 넘어가기로 했다. 


    K2에는 수권정당으로 대통령을 배출한 ‘통일당’이 있으며 그와 비슷한 규모의 거대 정당 ‘연세당’이 있다. 두 정당에 비견할 바는 못 되지만 소수자와 노동자, 청년 세대에 지지를 받는 ‘아카라카당’도 존재한다. 그 외에 ‘고를샘맜있당’, ‘언더우드당’ 등이 있지만 의석할당정당이 못 되는 작은 정당들이므로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K2의 총 국회 의석  수는 100석이고 비례대표의석 수는 그중 20%인 20석이다. 통일당과 연세당은 각각 40%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하였고 아카라카당은 10%의 득표를 받았다. 이전까지의 소선거구 단순다수투표에서의 아카라카당은 한 명의 스타 정치인을 제외한 지역구 의원을 내지 못했다. 비례대표 또한 10%의 지지를 받았지만 20석에 10%를 곱한 2석만을 획득해 총 3명의 국회의원만을 원내에 진입시킬 수 있었다. 10%의 국민 지지를 받았지만, 그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전체 의석에 3%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문제점을 느낀 국민들은 선거제 개편을 요구했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정치인들은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이해하기 힘든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 하면 아카라카당도 다른 소수정당도 민의를 반영한 의원 수를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방안은 이러했다. 먼저 총 국회의원 수 100명에서 의석할당정당이 아닌 정당의 지역구의원 당선인 수를 뺀다. ‘고를샘맛있당’과 ‘언더우드당’은 이상한 이름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1명의 지역구 의원도 내지 못했다. 100명이 그대로 유지된 채 그 숫자에 아카라카의 정당 득표율 10%를 곱한다. 그렇게 나온 10에 스타 지역구 의원 한 명을 빼서 9라는 숫자가 도출되는데 ‘준’연동형이기 때문에 2를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아카라카당은 4.5 연세당은 1로* 연동배분의석수가 나왔다. 통일당은 정당 득표 40%에 해당하는 지역구의원을 이미 가졌기에 비례대표를 낼 수 없다.

-연세당은 지역구 38석을 확보했다고 가정함. (100*40%-38)/2 = 1



[사진설명] 연동배분 의석수 = [(100-0)*10%-1]/2 = 4.5
비례의석 = 20석
-10석(연동) 아카라카 4.5/ 연세 1 ->비율배분 8석/2석
-10석(병립) 10*10% ->1석
결과 : 연동8석 + 병립1석 + 지역구 1석 = 10석 [사진설명 끝]

    그렇다고 연세당과 아카라카당이 20석에 해당하는 비례대표 의원을 모두 나눠 가지는 것은 아니다. ‘연동형 캡’이라는 것이 있어서 20석 중 10석만 지역구 의석 수와 연동해 계산한다. 10석을 4.5:1 비율로 배분하면 아카라카당 8석, 연세당 2석이 나온다. 나머지 10석에 대해 기존의 방식으로 10%를 곱해 1석의 비례대표가 더 나오니 아카라카당은 총 10명의 당선인을 배출해 국민 중 10%가 지지하는 민의와 동일한 비율의 의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정치인들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선거일이 다가오니 통일당과 연세당 모두 위성정당을 냈다. 오히려 지역구 의원 1명을 가진 아카라카당이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사회에 내재한 지역갈등, 정당 간의 밀실공천, 소수자들의 정치적 의견 묵살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쌓여만 갔다. 지금까지의 선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선거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ⅱ. 개방형 권역별 완전 비례대표제


    그런 상황 속에서 북유럽의 어느 나라는 30대 여성이 총리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에 더해 29살의 당 대표가 있고, 주요 당 중 3개의 당의 대표가 30대라는 신선한 소문이었다. K2의 경우 국회의원 평균연령이 40대라면 소스라치게 놀랄 사실인데 북유럽의 나라에서는 중년의 남성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K2의 청년들은 단순히 기존 정치 세력의 들러리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았고 하나의 정치 세력으로 인정받고 싶었기에 북유럽 나라의 선거제를 채택하자고 목소리 높였다. 


    해당 선거제의 핵심은 ‘개방형’과 ‘권역별’로 이루어지는 ‘완전 비례대표제’라는 점이었다. 완전 비례대표제이기에 지역구의원을 없애고 의원 100명 전부 비례대표로 뽑는다. 그렇기에 의원들이 각 지역구를 대표한다는 대의성이 희미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것은 전국 10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뽑는 ‘권역별’ 방식으로 해결됐다. 또한 기존의 소선거구제로 인해 지역구 당 단순 다수의 표를 받은 후보 한 명이 선출되는 방식에서 권역 당 다수의 인원을 뽑음으로 하나의 지역을 독식하는 당이 없어져 지역갈등 완화에도 큰 기능을 했다. 기존의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공천권을 지녀 기존 정치인의 공천을 통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개방형 선거제의 경우 정당 내 공천이 불가능하므로 청년 정치인들의 진입장벽을 낮춰준다는 것도 순기 능 중 하나였다. 하나의 지역구에 한 명의 승자가 나오는 방식(단순다수대표제)이 아니기에 당에서는 당선 가능성을 분석해 전략공천을 할 필요가 없으며 당 내 경선을 통해 한 명의 후보자를 낼 필요도 없다. 또한 후보자의 순번조차 당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닌 권역의 주민들이 후보자에게 던진 투표 순위로 결정되기에 전과와 같은 결격사유가 없는 한 당에서 후보자의 출마를 제지할 이유도 없어진다.


    K2의 정치인들은 개방형 권역별 완전 비례대표제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후보자 개개인이 얻게 되는 득표는 각 정당에서 후보자의 비례대표 순번이 된다. A권역에서 통일당 후보 가, 나, 다 연세당 후보 라, 마, 바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통일당에서는 나>다>가 후보 순으로 많은 득표율을 얻었고 연세당에서는 라>마>바 순으로 득표를 얻었다. 그렇다면 통일당의 비례대표 순번은 1. 나 2. 다 3. 가 연세당의 비례대표 순번은 1. 라 2. 마 3. 바가 된다. 권역 내에서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은 정당의 득표율에 따른 동트식 계산법을 따른다. 설명을 위해 A권역은 5개의 의석 수를 가지고 통일당이 1,000표, 연세당이 600표를 얻었음을 가정한다. 



[사진설명] 1.통일당의 1번 나 후보 (1000/1=1000표) 2.연세당의 1번 라 후보 (600/1=600표) 3.통일당의 2번 다 후보 (1000/2=500표) 4.통일당의 3번 가 후보 (1000/3)=333표 5.연세당의 2번 마 후보 (600/2=300표) 결과 : 통일당 3석, 연세당 2석 [사진설명 끝]


     위와 같이 정당 득표에 따라 한 명씩 당선자를 뽑고 당선자를 배출한 정당의 득표는 1/2->1/3->1/4->...... 순서대로 나누어져 다른 정당의 득표율과 비교하는 방식이 동트식 계산 방법이다. 위의 예시에서 통일당 대 연세당은 정당 득표율 1000vs600, 실제 당선인 3vs2로 일견 득표율과 의석률이 비례해 보이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A권역의 의석 수가 4석이었다면 통일당 3석 연세당 1석으로 불비례성이 나타날 수 있었다. 권역의 의석 수에 따른 불비례성 문제뿐만 아니다. 해당 권역에 유권자들이 한 정당의 한 후보에게만 몰표에 가까운 투표를 한다면 나머지 후보들의 후보 득표율은 크게 다르지 않은 선에서 순번이 배분되므로 후보자의 경쟁력에 의문이 생기게 된다. 또한, 여전히 개인의 득표율이 비례대표 순번을 차지하므로 작은 지역구 출신, 사회적 약자 등의 후보는 낙선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문제들이 있어 청년들의 해당 선거제 도입을 위한 운동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지 못했다.


    ⅲ.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K2의 기성세대들은 완전히 새로운 선거제보다 위성정당의 억제가 가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평행세계 속 선진국 중 하나인 D국에서 시행 중인 선거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이지만 위성정당의 출현을 성공적으로 막았다. 기존의 투표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선거제이기에 사회적 합의가 비교적 쉽고 K2국의 상황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D국이 위성정당을 피해 갈 수 있었던 건 3가지의 이유로 비례위성정당이 오히려 해당 정당의 의석 수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비례의원과 지역구의원의 수를 1 대 1로 맞춘다. K2의 의석 비율은 지역구 80석 대 비례 20석으로 지역구의 비율이 매우 높다. 따라서 지역구에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시 자연스레 비례의석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반면 D국처럼 지역구 의원과 비례의원을 1 대 1 비율로 맞출 경우, 30%의 정당 지지율을 가진 정당이 지역구 의석만으로 전체 의석의 30%에 해당하는 의석 수를 가지기 힘든 조건이므로 비례대표를 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 단위로 투표하는 비례대표보다 각 지역의 정당 지지율에 따라 구성되므로 거대 양당의 경우에도 해당 정당이 취약한 지역에 비례대표를 낼 기회가 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같이 적용할 때 효과 있는 석패율제에 대한 도입도 큰 이유이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의원이 투표 결과 일정 비율 이상의 득표율을 받았음에도 단순다수투표제로 인해 떨어졌을 때 해당 지역구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선출될 자격을 얻는 제도를 뜻한다. 거대 양당의 지역구 후보는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일정 비율 이상의 득표율을 얻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례대표를 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이는 석패한 후보의 사표를 방지시켜주는 효과와 더불어 지역의 일방적 쏠림 현상을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다. 


청년 정치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 


    북유럽의 선거제는 실제로 핀란드에서 시행하고 있는 선거제도이다. 핀란드는 최연소 여성 총리를 배출해냈고, 청년의 원내 진입 비율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핀란드 여성의 정치 참여, 청년의 정치 참여는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의 근대와 비슷하게 스웨덴과 러시아의 식민 통치를 경험했던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개혁이 시작했을 때부터 여성에게 피선거권이 주어진 국가이다. 신분제 의회가 철폐되는 혁명 이후 현재의 단원제 의회가 설치되는 1905년에는 200석 중 1할에 가까운 19석이 여성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사회 개혁과 혁명의 중심에 청년과 여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 시대의 식민통치와 신분제를 벗어나는 구심점으로 청년과 여성이 활동했기에 오늘날의 청년/여성 정치가 핀란드에서는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 다. 오히려 정치에 있어 필수품으로 청년과 여성이 자리 잡았다. 한국도 비례대표제의 개혁에 앞서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는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러한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 청년의 정치 참여에 관심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D국의 선거방식은 유추할 수 있듯이 독일에서 시행 중인 선거제도이다. 독일의 선거방식은 더욱이 한국식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모델이 되었던 선거 방식이므로 현실적으로 도입 가능성이 커 보일 수 있다. 석패율제와 권역별 투표 방식은 한국의 정치권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며 논의되었던 사례들이다. 권역별 투표 방식은 권역을 나누기 때문에 지역주의 완화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 수와 비례대표 의석 수를 일정 비율 맞춰야 제대로 기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역구 의원이 대다수인 국회에서 합의를 끌어내기엔 쉽지 않았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도 단점이 있다. 독일과 같은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인 한국의 경우 여소 야대의 정국이 정치적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석패율제가 마지막까지 논의되다가 어그러진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 내의 반발 때문이다. 수도권 내에서 정의당 후보가 유효투표율을 넘기 위해 끝까지 선거운동을 한다면 민주당의 지역 표가 갈라진다는 이유로 반대가 나왔다. 석패한 후보에게 자동으로 비례의석이 주어지는 방식은 현재 방식(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정당 내 공천을 통한 비례후보 순번 배부에 큰 타격을 주므로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었기도 했다. 청년 정치 참여의 기틀을 마련하는 일에 기성 정치인의 배려가 필요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다소 가벼운 느낌으로 가상의 한국을 가져와 현 선거제도의 작동 방식과 새로운 선거제에 대해 소개를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선거제가 가장 공정하게 느껴지나? 기존의 병립형 선거제와 준 연동형 선거제를 선호할 수도, 새롭게 소개된 북유럽 나라의 선거제, D국의 연동형 선거제가 마음에 들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복잡한 선거방식과 정치공학적 현실을 논하면서도 0.66%의 비율인 20대 청년 국회의원의 배출이 기성세대 정치인들과 정당의 선의에 기대어 있다는 것은 슬픈 사실이다. 청년 정치의 기틀이 세워질 수 있는 사안에 우리들은 무관심하거나 무지했다. 글을 쓴 나도 연동형 선거제를 주제로 쓰기 위해 기존 선거제도의 용어부터 새롭게 알게 되었을 정도다. 새로운 선거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현실 가능성이나 우선가치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짱돌’을 들기 이전에 문제에 대한 관심조차 없다면 어떠한 사회적 논의와 결과도 이루어질 수 없다. 


    홍세화의 ‘무식한 대학생’이라는 메시지는 나에게 최소한의 관심과 의무를 고민하게 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만이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나 역시 현실의 벽에 허덕이고 있지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정치적 의사를 표현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 글을 끝까지 읽은 여러분은 ‘무식한 대학생’이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굳어진 마음에 작은 파동은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 여전히 취업의 문에, 학점의 늪에 가로막혀 있는 사람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은 사치스러운 것일까. 혹은 나처럼 유식한 대학생이라 본인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알고 있던 사실을 환기시켜줄 뿐이었을까. 총선이 끝난 직후 보게 된 이 글이 여러분에게 시의적절하게 와닿았기를 소망한다. 


수습편집위원 달백 (dkro1357@gmail.com)



1)「그대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대학생신문, 2003.02.18.

2)「‘20대 개새끼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디어 오늘, 2016.03.09.

3)  우석훈,「88만원 세대: 절 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레디앙 미디어, 2007.08.01.

4)  김홍중,「청년 여성 프레 카리아트의 얼굴」,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한국문화연구』, 30권0호, 2016.06.08.

5)「국민 86% ”연동형 비례대표제 잘몰라”...절반이상 비례정당 반대」, 매일경제,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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