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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Apr 02. 2021

<127호> LG트윈타워 기획기사

편집실


2막 LG 트윈타워 기획기사. 편집실


    지난해 11월 30일 LG 트윈타워 관리를 맡고 있는 LG 계열사 S&I코퍼레이션(이하 S&I)이 하청업체인 지수INC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 결과 12월 31일 지수INC 소속 청소노동자 80명이 해고되었다. 해고되기 전 12월 16일, 부당한 해고 통보에 맞서 LG 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들은 로비에서 전면파업을 시작했다. 


    LG 그룹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LG는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지수INC의 사안으로 치부하고 파업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을 내쫓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계약 당사자인 S&I는 LG 그룹의 지주회사인 ㈜LG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하청을 받은 지수INC는 구광모 LG 그룹 회장의 고모 구미정, 구훤미가 100% 소유하고 있는 용역업체였다. 즉, LG 그룹에서 S&I에게 빌딩 관리를 맡기고 S&I는 용역을 지수INC에게 하청 내주었지만 근본적으로 세 기업은 LG 소속이다. 지수INC는 LG 트윈타워 청소용역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현재까지도 LG 광화문빌딩, LG 마포빌딩 등 LG 그룹의 빌딩 청소용역을 맡고 있다. 노동자들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LG 측의 노조파괴 과정이라 주장한다. 10년간 유지해온 계약이 지난 2019년 10월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이후 1년 만에 해지되었기 때문이다.   


    농성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1월에는 LG 측이 식사조차 반입할 수 없게 막고, 가족들이 보낸 간식을 바닥에 던져버리는 장면이 SNS를 통해 공유되며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3월에는 S&I 직원에 의해 밀쳐진 청소노동자가 넘어지며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이용한 선전전, 서울 각지에서 진행되는 동시다발적인 집회,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행진 등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취재를 나간 당일, 용역업체의 삼엄한 감시와 경비 속에서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농성과 시위가 장기화되고 있는 시점에도 부지런히 피켓을 들고 점심 선전전을 진행하며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서로 의논을 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 트윈타워 분회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멈출 수 없다.



[타임라인]

2019 10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 트윈타워 분회 설립

 11월 지수INC와 노조 2020년 임금/단체 교섭 

2020 4월 임금/단체협상 관련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쟁의조정 결렬

 6/11 S&I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 

 7월 말 서울남부지법 가처분신청 기각 

 11/30 S&I 지수INC에 품질 저하 이유로 계약 해지 통보

 12/16 LG 트윈타워 로비에서 전면파업과 농성 돌입

 12/31 지수INC 소속 청소노동자 80명 전원 해고

2021 1/1 사 측이 투쟁 중인 청소노동자의 식사 반입을 막고 히터와 전기 공급 중단

 1/4 노동시민사회단체 불매운동 선포

 1/5 고용노동부 남부지청 주관한 1차 조정 회의

 1/6 공공운수노조는 원하청 업체(S&I, 지수INC)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고소

 1/19 LG 측 가처분신청에 대한 1심 판결

 2/9 서울남부지청 배석 하에 2차 조정회의



이들이 노조를 설립한 이유


    현재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여전히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몇몇 언론은 노조에서 요구한 ‘정년 70세’를 둘러싼 논쟁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정년연장’과 ‘고용연장’, 고령화 이슈와 청년실업의 문제까지 다뤘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LG 트윈타워 농성을 일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대 갈등으로 보이게 만들며 사 측의 책임을 지운다. 또한 청소노동자가 노동을 시작하는 나이가 환갑 전후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 사무직 노동자의 시선으로 청소노동자의 정년 기준을 평가한다는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왜 노조를 설립하였는지, 어떠한 ‘갑질’과 임금체불이 있었는지 전혀 이야기되지 않고 있다.


    LG 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는 최저임금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회사가 쉬는 시간을 임의로 배치하는 ‘근무시간 꺾기’로 유급 노동 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근무시간 꺾기란 노동자를 계약에서 정한 시간보다 늦게 출근시키거나 일찍 퇴근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근무시간을 임의로 조정하고, 그만큼을 임금에서 깎는 행위를 말한다. 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가 LG와 계약 당시 일하기로 정한 시간인 소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점심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지정하여서 일 7.5시간, 주간 37.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맞췄다. 야간조 또한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5시까지 일하는 야간조는 일 6.5시간만 유급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았다.


    근무시간 꺾기로 주간 소정 노동시간인 40시간에 미달한 2.5시간은 주말에 공짜로 일을 시키는 데에 사용되었다. 청소노동자들은 토요일에 격주로 출근하여 연장 근로 수당도 받지 못한 채 5시간 동안 일을 해야만 했다. 주말 업무 중엔 왁스 작업도 있었다. 왁스 작업은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상당히 고된 업무로 추가금을 주거나 전문 업체를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LG 트윈타워 식당 바닥의 1300평 왁스 작업은 모두 청소노동자의 몫이었으며, 추가금은커녕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마저 보장받지 못했다.


    관리자의 갑질도 심각했다. 주간조 관리자는 휴게실을 이용하려는 청소노동자에게 눈치를 주고, 계단 난간 등에 일부러 껌을 붙여 놓기도 했다. 관리자의 눈 밖에 난 사람은 화장실 청소 등 어려운 업무를 배정받기에 쉬이 항의할 수도 없었다. 보는 눈이 많은 낮과 달리, 직원이 모두 퇴근한 야간에는 관리자가 소리를 질러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갑질이 특히 심했다. 야간조 관리자는 추가 업무로 받은 수당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입금하도록 지시했다. 청소노동자들에게 돌아가면서 반찬을 가져오라고 시키는 일도 있었다. 비싼 오리탕을 사 오라고 하거나 시장에서 과일을 깎아 바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도시락을 싸 와서 밥을 먹는 청소노동자에게 비닐을 벗기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혼을 내서 노동자가 밥 대신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발생했다.


    노조가 생긴 후에는 쉬는 시간을 임의로 배정하여 유급 노동 시간을 줄이는 근무시간 꺾기가 없어졌다. 이로써 주간 소정 노동시간이 맞춰져 자연스럽게 토요일 근무도 폐지되었고, 주간 노동자가 주말에 나와 왁스 작업을 하는 일도 없었다. 노조가 설립된 후 위와 같은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노조에 가입한 사람이 적은 야간조가 주간조 대신 왁스 칠을 해야만 했다는 사실이 나중에서야 알려졌다. 또한 회사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을 징계하는 등 비조합원과 조합원을 차별하였고, 노조와 사 측의 단체교섭은 진전되지 않았다.


회사 측의 주장과 노조의 반박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기간제 및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도급사업주가 사내하도급계약 중도 해지 또는 계약 만료 1개월 이전에 수급사업주에게 통지하고, 고용승계 등의 방법으로 사내 하도급 노동자의 고용·근로 조건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권고를 발표하였다. 이는 회사가 노동자를 직접고용 하지 않고 용역업체에 하청을 주었다면,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노동자가 그대로 일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한다는 원청의 책임을 명시한 것이다. 또한 숙련된 노동자를 그대로 고용승계 하는 일은 용역업의 일반 관행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 설립 후 1년 2개월 만에 LG 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는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았다. LG는 자회사인 S&I에 트윈타워 건물 관리를 맡기고, S&I는 지수INC에 미화직과 시설직의 용역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S&I는 지수INC와의 시설직 계약은 유지하고, 노조에 가입한 미화직만 용역업체를 백상기업으로 변경하였다. 계약 해지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일괄적으로 계약 만료를 통보하지 않고 관리자가 노동자를 한 명씩 불러내어 만료 사실을 전달하였다. 이때 관리자는 사직서에 서명만 하면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고 회유하였으며, 위로금의 액수 또한 사람마다 모두 달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S&I는 청소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어 지수INC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을 뿐 노조 결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은 노조 설립 후에는 사람이 나가도 인원이 충원되지 않은 것이 서비스 품질 저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회사는 퇴사자, 병가자 등 결원 발생 시 정식 인원을 채용하는 일이 드물었다. 수일에서 두 달가량 일용직 노동자를 투입하거나 중간관리자에게 업무를 시키는가 하면, 화장실 휴지만 채우는 아르바이트로 메꾸기도 하였다.


    또한 서비스 품질 저하가 근본적인 문제였다면 LG 측에서 먼저 ‘원한다면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 일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 의아하다. 농성이 길어지자 LG는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을 LG 마포빌딩으로 옮겨 고용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현재 마포빌딩에 청소노동자 19명이 근무 중이며 해고된 청소노동자는 모두 30명임을 고려해볼 때, LG 측의 조정안은 그 실현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마포 빌딩에서 일하던 사람들과 트윈타워에서 해고된 노동자를 모두 고용하여 49명의 인력을 채용하거나, 마포빌딩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다른 빌딩으로 옮기고 해고된 노동자를 고용하는 일은 회사 차원에서도 번거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방식으로 해고된 청소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면 트윈타워에 그대로 ‘고용승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LG는 트윈타워에 새로운 인력을 신규 채용했기에 해고된 노동자들을 트윈타워에 고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윈타워에서 오랜 기간 일한 노동자를 새로운 빌딩으로 보낼 수 있다면, 새로 채용한 노동자를 다른 빌딩으로 보내는 방안도 가능하다. 오히려 해당 건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여 건물의 구조와 청소방식을 잘 아는 숙련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다.


    노동조합은 이와 같은 LG 측의 조정안은 여의도 본사에 노조를 용납할 수 없는 LG의 입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LG는 노조 조합원은 모두 해고했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청소노동자 4명은 고용을 승계하였다. 용역업체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했던 감독과 반장도 모두 고용승계 되었다. 사 측의 주장대로 서비스 품질 저하가 해고의 이유였다면, 노동조합 가입 여부에 따라 선택적으로 고용승계를 한 상황과 해고된 노동자가 마포빌딩으로 옮겨 일할 수 있다는 방안 모두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청과 용역업체


    출자구조 상 S&I 그리고 지수INC는 LG 그룹의 일원이다. 표면적으로는 LG 그룹에서 S&I에게 빌딩 관리를 맡기고 S&I는 용역을 지수INC에게 하청 내주기에 각각이 독립적인 기업체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LG는 노동자의 부당 해고 문제가 본인들과 상관없는 S&I와 지수INC의 문제로 치부한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까지 LG 측은 수차례 노동자들이 LG 트윈타워 로비에서 농성을 하지 못하게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번번이 LG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로 인해 업무에 지장이 가더라도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LG가 지수INC 소속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쟁의행위에 관계없는 자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수INC와 S&I 그리고 LG 그룹의 출자 형태를 떠나 법원은 원청(LG 그룹)과 하청(S&I) 그리고 재하청(지수INC)의 구조에서도 원청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2019년 10월 공공운수노조 LG 트윈타워 분회가 생긴 이후 다음 해까지 지속된 임단협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요구 사항은 생활임금 수준의 시급 인상이었다. 1년간 LG 측이 제시한 임금은 시급‘60원’인상이었고 2020년 구미정, 구훤미가 지수INC로부터 받은 배당금의 액수는 각각 30억, 즉 ‘60억’이었다. 해당 연도 지수INC의 당기순이익 45억에 비해 100%가 넘는 배당성향을 보였다. 이는 대기업 특수관계인 사익편취의 전형이다. LG 그룹 측 자회사로부터 구광모 회장의 고모 구미정, 구훤미가 100% 소유한 지수INC가 하청 받으며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금을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의 제1항 제7호에도 특수관계인 간의 사익편취를 금지하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지수INC 외의 청소용역업체는 원청에게 받은 계약금의 90~95% 정도가 인건비로 나간다고 한다. 일반관리비, 기업 이윤을 합쳐서 5%의 이익을 남기기 쉽지 않다. 하지만 지수INC의 인건비는 전체 계약금의 80%로 추정된다. 지수INC의 사업모델은 인적용역을 통한 시설관리, 미화, 환경, 보안 관리, 파견 업무 등 사용자 서비스에 국한된다. 인적용역회사는 제조회사와 달리 투자를 위한 높은 비율의 이익잉여금 적립이 사실상 필요 없다. 매출을 창출하는 자산의 대부분이 인적 자산이기에 용역회사들은 인건비 상승과 직원 복지 개선으로 투자를 대신하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지수INC의 높은 이익잉여금은 오롯이 주주에게 향할 현금배당을 위해 사용된다. 유리한 조건의 계약금을 받은 것도 모자라 노동자의 열악한 임금을 개선하기 위해 쓰여야 할 회사의 이익이 오롯이 구미정, 구훤미의 재산 축적을 위해 쓰였다. 그들이 회사 설립을 위해 투자한 자본금은 5억이었지만 10년간 207억 2000만 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이번 트윈타워 사태는 용역업 하청구조로 인한 업체 변경 시 계약 해지와 노동자의 최저임금과 대기업의 사익편취가 얽혀져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하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업체 변경 시에 고용승계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명시조항이 있다. 하지만 LG와 같은 원청들은 이유를 만들어 고용승계를 거부해 왔다. 보호지침에 처벌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홍익대학교와 한동대학교의 청소노동자 전원해고를 시작으로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의 문제, 올해의 LG 트윈타워 노동자와 동강병원의 조리사의 해고 등 모든 문제가 여기에 맞닿아 있다. 생계유지를 위한 투쟁으로 노조를 설립할 수밖에 없지만 고용승계가 협박의 카드로 원청의 손에 쥐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노조는 존립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고용승계 위반 시에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처벌규정을 명시하지 않는다면 제2의 트윈타워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예견된 결과일 뿐이다.


연대의 다른 이름, 우리의 권리 찾기


    대한민국은 열병처럼 노동 문제를 앓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1월을 기준으로 취업자 감소 폭이 100만 명에 육박하며, 실업자 수는 15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 확산과 더불어 취업시장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수많은 이들이 실업, 고용불안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노동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 부족 문제로 그치지 않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에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45.4%에 달했다. 또한 이 단체는 ‘알바 갑질’ 사례를 공개하며,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겪는 부당한 대우가 여전히 만연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예를 들어 업주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업무상 실수를 금전적으로 책임지게 하는 강제 규칙을 만들거나, 근무 시간을 꺾거나, 이에 반발하면 해고 협박을 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했다. 


    한국 사회에 단단히 자리한 노동 문제는 청년노동 문제로 뻗어나간다. 청년과 학생은 아르바이트, 학내 근로, 인턴, 취업과 같이 끊임없이 노동을 경험하는 노동자이며, 노동 환경에서 만연히 드러나는 노동 문제를 마주한다. 앞서 나열한 노동 문제를 겪는 청년을 그리는 일이 어렵지 않은 현실이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노동자로서 쉽게 인식되지 않는 청년들도 다양한 노동 문제를 직면한다. 예를 들어 대학원생은 보통 ‘학생’으로 정체화되지만 전일제 연구실 근무, 프로젝트 참여, 조교 활동 등의 노동 활동을 하는 노동자이다. 그럼에도 대학원생의 노동권은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다. 프로젝트 연구비로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은 월 60만 원에 불과하며, 다른 활동비도 장학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더불어 대학원생을 노동자로서 보호하는 법의 부재와 지도 교수와 학생 간의 수직적 관계로 인해 여러 노동 문제가 발생해도 산재 처리와 같은 제도권 내의 해결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결국 청년이 겪는 노동 문제의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겪는 노동 문제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겪었던 근무 시간 꺾기, S&I의 갑질, 노동권 보장을 외치자 집단 해고를 당한 상황은 청년들이 경험하는 노동 문제와 닮아있다. 기업은 채용을 줄여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하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을 택해 간편한 고용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은 노동자들의 삶과 단절되고, 노동 가치는 과소평가되며, 갑을 관계는 분명해진다. 그리고 개인이 이 모든 것을 견디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2월 6일,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청년·학생 모임이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LG 트윈타워 2차 간담회를 열었다. 3월부터는 8개의 단체들이 참여한 ‘2021 함께 살자 청년·학생 연대 실천단’이 출범하여 적극적인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는 LG 트윈타워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대학에서 노동의 위기를 해결할 대책은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배웠다.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사회는 청년에게도 안전하지 않다”라고 발언했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노동자성을 갖고 살아가기에 노동자의 위기는 곧 청년의 위기이다. 그러나 매일같이 쏟아져 내리는 갑질이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는 쉽게 분노의 댓글이 달려도, 정작 가장 가까운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LG 트윈타워 투쟁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 시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노동자가 쉽게 사라지는 노동 인권 침해의 현장에서, LG 트윈타워 투쟁은 보편적인 노동권을 찾아가는 움직임 중 하나이다. 이러한 발걸음에 연대하고 드러난 노동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할 때, 청년과 학생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건강한 노동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림자 노동에 한 줌의 빛을 드리운다면


    청소노동은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그림자 노동이다. 그림자도, 청소노동도 존재하지만 인식되지 않는다. 청소노동자의 80% 이상은 여성이며,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역시 중장년 여성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의 저임금노동은 사회적으로 여러 모순을 안고 있다. 성별임금격차와 같은 명백한 불평등을 겪으면서도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조차 얻기 힘든 위치에 존재한다. 남성노동자와 달리 여성노동자에게는 흔히 ‘어머님’이나 ‘이모’와 같은 가족관계 호칭이 붙는다. 이러한 호칭은 여성노동자를 엄연한 노동자의 지위를 가진 사람으로서 대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 가치를 절하하는 사회의 빈곤한 인식을 드러낸다. 청소, 돌봄 등의 가사 직종 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 여성이며 가사노동을 당연하게 무급으로 소비해왔던 우리 사회의 차별적 시선이 여성노동자들에게 씌워진다. 한 언론 비평은 여성의 저임금노동을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지만 있어도 알아주지 않는 “밑반찬 노동”이라 칭했다. 동시에 여성노동자는 해고되면 집으로 돌아가 가사노동이나 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비정규직 여성이 가진 노동 가치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분명 이러한 사회적 낙인은 LG 트윈타워 사태가 일어난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노동은 그림자로 가려질 수 없는 또렷한 형체를 가진다. 그렇기에 사회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삶이 사라지는 일을 견제해야 한다. 여성의 청소노동 안에 존재하는 혐오와 차별은 여성 청년들 역시 겪을 수 있는 사회 구조이기도 하며, 저임금노동을 하는 모든 청년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일은 청년이 온전한 권리를 발화하고 지켜내는 일과 이어진다.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진다면 우리가 가진 권리의 일부도 함께 지워질 것이다. 음영 없는 노동을 위해 한 줌의 빛을 모으며 연대한다. 우리에게는 부당노동행위를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당연한 사회가 필요하다. 


청소노동자 쫓아내면, LG 제품도 쫓겨나요 


    LG 불매운동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투쟁이 장기화되고, 코로나19로 인해 적극적인 오프라인 연대가 어려워지며 LG 불매운동은 전방위적 연대의 방법이 되었다. 지난 1월 4일, LG 트윈타워 집단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집단해고 사태에 대응하여 고용승계가 보장될 때까지 LG 불매운동을 시행한다고 선언했으며, 이후 507개의 단체가 연명을 했다. 불매 대상 제품은 LG가 30% 이상 지분을 가진 LG 전자, LG 생활건강, LG 유플러스의 제품들이다. 공대위는 “청소노동자 쫓아내면, LG 제품도 쫓겨나요” 등의 홍보문을 내걸고 다양한 경로로 불매운동을 펼쳤다. 동시다발 집회, 불매 서명 및 인증샷, 신학기 불매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온라인 공간의 시민들도 연대의 한 축을 이끌었다. 온라인 서명에 2만 명의 개인이 동참했으며, LG 불매 홍보 이미지를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SNS에 업로드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SNS 이용자들은 투쟁 상황을 공유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는 4,500만 원의 성금을 모금한 ‘한끼 연대’로 확산되었다. 


한끼연대. 2021년 1월에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연대의 움직임으로, 청소노동자들이 파업농성에 돌입하며 최소한의 식사 반입과 농성장 취사가 금지되자 시민들이 구내식당 식권값 5,500원을 보내며 시작됐다. 


    LG 불매운동의 의미와 기능은 간결하다. 첫째, LG가 구축했던 ‘윤리경영에 신경 쓰는 착한 기업’, ‘좋은 제품 만들고 선행을 하면서 홍보도 잘 못하는 안타까운 기업’의 이미지가 허구이며, 책임을 회피하는 LG의 민낯을 시민사회에 폭로한다. 둘째, LG 기업 특성상 생활 밀착형 소비재를 생산하는 것을 고려해 대체재를 적극 활용하여 사 측에 사회적 압력을 행사한다. 이로써 중간 하청에 책임을 돌리고 의사결정권을 정당하게 사용하지 않는 LG에 직접적으로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다. 


    불매 목록을 확인해보면 LG 제품이라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었던 제품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LG는 삶 전반에 스며들어있는 거대 기업이다. 그러나 그것을 거꾸로 뒤집으면 우리의 일상이 LG를 멈출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자명한 사실이 드러난다. 그렇게 오늘도 목소리를 높인다. “청소노동자 쫓아내면, LG 제품도 쫓겨나요.” 







[사진 1] LG 불매운동 홍보 이미지. 흰색 배경 가운데 NO라고 쓰여있다. O에는 LG의 로고가 빨갛게 그려져 있으며 글자 바로 밑에 BOYCOTT LG라 적혀있다. 사진 설명 끝. 


[사진2] LG 신학기 불매운동 홍보 이미지. 베이지색 바탕 중앙 하단에 ‘신학기 LG제품 안사요’라는 문구가 빨간색으로 적혀있다. 문구 위로는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가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는 사진이 있고, 사진 속 피켓에는 ‘10년간 최저임금 주면서 청소노동자 착취하다 한순간에 전원해고? 엘지가 책임지고 고용승계 보장하라!’라는 문구가 있다. 사진 기준 왼쪽으로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고용승계,’, 오른쪽으로는 ‘원청 LG, 구광모회장이 책임져라!’가 쓰여있다. 사진 설명 끝. 






부록 : LG 불매 목록 소개

                             

생활용품

엘라스틴 | 오가니스트 | 리엔 | 닥터그루트 | 실크테라피

벨먼 | 젠톨로지 | 드봉 | 피지오겔

페리오 | 죽염치약 | REACH


세제류

샤프란 | 한입세제 | 테크 | 수퍼타이 | FiJi | 산소크린

홈스타 | SAFE | 퐁퐁 | 자연퐁


아기용품/기타

AURA | 베비언스 | 토디앙 | 메소드 | 시리우스


화장품

후 | 오휘 | 숨37° | 빌리프 | 더 사가 오브 수 | 이자녹스 | 수려한 | 코드글로컬러 | 보닌 | 케어존 | 더마리프트 | 네이처컬렉션 | 더페이스샵 | 비욘드 | CNP | VDL | VDIVOV | 생활정원 | fmgt | 닥터벨머 | 예화담 | 햄파맥스 시그니처


음료

코카-콜라 | 환타 | 스프라이트 | 스프라이트 킨사이다 | 슈웹스 | 밀크소다 암바사 | 닥터페퍼 | 캐나다 드라이 | 씨그램 | 미닛메이드 | 조지아 | 태양의 마테차 | 골드피크 | 파워에이드 | 토레타 | 휘오 | 글라소 비타민워터 | 아데스 | 썬키스트


TV/컴퓨터/스마트폰

LG 올레드TV | LG 나노셀TV | LG 울트라HD TV | LG LED TV | 그램 | 울트라 기어/PC | 스마트폰


생활 가전

디오스 냉장고 | 김치냉장고 | 전기레인지 | 식기세척기 | 전자레인지 | 광파오븐 | 홈브루 맥주 제조기 | 퓨리케어 정수기

트롬 세탁기 | 건조기 | 스타일러 | 싸이킹 유선 청소기 | 코드제로 무선 청소기 | 휘센 에어컨 | 퓨리케어 공기청정기 | 시그니처 콜렉션 | 프리미엄 가전 오브제


통신

LG유플러스 | 미디어로그(알뜰폰) | LG헬로비전



참고문헌

“’해고 논란’ LG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 추적해보니...”, JTBC, 2021.01.06.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갑질은 여전했다”, 세계일보, 2020.7.18.

“대학원생은 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할까?”, 오마이뉴스, 2019.11.27.

“없어도 될 것 같은 ‘밑반찬 노동’이 세상을 청소할 거야”, 한겨레, 2021.1.31.


편집실 (yonseij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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