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아요, 성중립화장실!

수습편집위원 고미

by 문우편집위원회

여러분은 우리가 하루에 몇 번이나 화장실을 오가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건강한 성인의 신체 속 신장은 하루에 약 1500cc 정도의 소변을 생성한다고 해요. 이를 4~7회 정도 분할해 배출하죠. 다시 말해서 우리는 하루에 대략 5회 정도는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배출해야 해요. 거기다 대변까지 포함하면 횟수는 더 늘어나겠죠?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볼게요. 오늘 외출을 하셨던 분들은 생각해봅시다. 오늘, 집을 벗어난 장소에 있는 동안 얼마나 자주 화장실을 다녀 오셨나요? 이것 또한 개인차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만약, 집을 나섰더니 어디에도 나를 위한 화장실이 없다면 어떨 것 같아요? 주변에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모래만 드넓게 펼쳐진 황무지 벌판에 방치되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혹은,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사용하는 것이 꺼려질 만큼 위험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를 가정해봐요. 우리는 선뜻 밖을 나설 수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건 좀 쉽지 않은데…”하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이내 “하지만 세상에 화장실 없는 곳이 어디 있어?”하고, 반박 할지도 모르겠네요.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일을 가정하는 만큼이나 비생산적인 일이 어디 있어!”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실제로,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공공 화장실에 들어가기 위한 문턱이 너무나 높아요. 당장 주변을 둘러볼까요? 보호자의 동행이 필요하지만 화장실이 너무 작아 불편함을 느낀 아동들이 있지 않나요? 성별이 다른 활동보조인과 함께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노약자분들은요? 또는 이분법적인 바운더리 밖의 젠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두 개로만 구분된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이 망설여지는 분도 있겠죠. 공공 화장실에 선뜻 들어가기가 꺼려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제시된 것이 바로 ‘성중립(Gender-neutral)화장실’이에요.



성중립화장실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성중립화장실은 어떤 화장실일까요?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발히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어 자체에 생경함을 느끼시는 분이 많을 거예요. 성중립화장실은 성별과 장애 유무 등의 구별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입니다. 남성용 소변기 없이 양변기와 세면대만 설치하여 화장실의 성별 구분을 없앤 것이 주된 특징이지요.


성중립화장실 담론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때와 장소는 2010년, 미국입니다. 발단은 2010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화장실에서 트랜스젠더 학생이 폭행을 당했던 사건이었어요.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 성소수자 보호를 위한 성중립화장실 담론이 대두되기 시작했어요. 이전까지는 타고난 생물학 성(biological sex)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어요. 하지만 2010년 일어난 폭행 사건은 성소수자 학생이 화장실 접근에 제한을 받고 있고, 실제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도중 폭행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었죠.


이에 2016년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성소수자 학생 공립학교 화장실 이용 권리법’을 통과시켜 공립 학교에 성중립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했어요. 미국의 대통령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학생들이 각자의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권고했다는 것은 성소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죠. 미국을 뒤따라 스웨덴, 캐나다 등에도 성중립화장실 담론의 장이 점점 넓어지는 중이에요. 특히 일본은 다가오는 2020 도쿄 올림픽에 대비해 각종 공공장소에 성중립화장실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공표하기도 했답니다.



성중립화장실 담론의 현주소


성중립화장실 담론이 처음 과열되기 시작한 계기가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폭행 사건이니만큼, 이 담론의 핵심어는 ‘성소수자 인권’이에요.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은 거세요. 심지어 성중립화장실 담론의 발화점이었던 미국도 아직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어요.


성중립화장실을 두고 각 주 정부들의 상반되는 정책들이 있어요. 2016년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공중화장실을 제외한 캘리포니아 주의 모든 관공서 및 상업빌딩 내 1인용 화장실을 성중립화장실으로 운영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이에 반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성소수자 학생 공립학교 화장실 이용 권리법’을 폐지하기도 했죠. 이에, ‘화장실법’을 제정한 주 정부들이 이를 막은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어요. 하지만 텍사스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성은 태어날 때 결정된 남녀의 생물학적, 해부학적 차이를 의미한다”며, ‘학생들은 자신들이 인지한 성정체성에 따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교육부 규정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판결을 내려요. 성중립화장실을 두고 의견이 거세게 대립되는 것은 주 정부와 연방 정부만이 아니에요. 2016년 퓨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1%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이 인지한 성정체성에 따라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에 찬성한 반면 비슷한 46%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어요. 팽팽하게 맞서는 양측의 입장 대립을 여실히 보여주는 설문 결과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성중립화장실 담론이 얼마만큼 진행 되었을까요? 우리나라 역시 활발하지는 않지만, 성중립화장실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2017년에는 서울시에서 공공장소에 성중립화장실을 설치하고자 하는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격렬한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어요. 이밖에도 각종 대학교, 공공장소에 성중립화장실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논의되기엔 이른 감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또한 이미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 했어요.



성중립화장실 담론 속 토론 꼭지들


성중립화장실은 어째서 이토록 격렬한 논쟁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일까요? 사실, 찬성, 반대, 그 밖의 의견들 모두 나름의 일리가 있어요.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여 가장 이상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담론에서 제시되는, 양 진영의 가장 대표적인 주장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볼게요. 여기서는 기존에 존재하는 남, 녀 화장실 모두를 없애고 성중립화장실 하나만을 사용하는 주장에 대해 오가는 논박을 얘기할 거예요.


성중립화장실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근거로는 범죄의 위험성 증가가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범죄의 예시로, 불법 카메라 촬영을 떠올려볼 수 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법 카메라 촬영 범죄의 가해자가 남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성별의 구분’이라는 거의 유일한 문턱마저 사라져버리면 여성들은 더욱 화장실 이용이 꺼려질 거라는 두려움이 팽배해져 있어요. 이처럼, 성중립화장실에서 모든 성별의 사람들과 함께 부딪치면 각종 폭력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불안감이 생겨나는 것도 자연스럽죠. 둘째, 기존에 존재하던 화장실을 모두 없애고 성중립화장실 하나만 설치하자는 주장은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화장실 모두를 없애고 새로운 화장실을 설치하는 경제적 비용과 기술적 투자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성중립화장실과, 기존의 남녀 화장실을 함께 사용하자는 절충안에도 문제점은 존재해요. 성중립화장실이 성소수자의 아웃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에요. 남녀 화장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성중립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신의 성적 소수자성을 드러내는 것과 같기 때문이에요. 셋째로, 성중립화장실 도입으로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중립화장실 도입을 논하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아요. 성중립화장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관련 담론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성중립화장실을 도입하는 것은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죠.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중립화장실을 전면도입, 혹은 혼용해야 한다는 의견의 주된 근거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소수자의 인권 보호’이에요. 사용할 수 있는 공공 화장실이 마땅치 않아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느끼고, 위축되는 성소수자들을 위해서라도 성중립화장실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화장실’에 대한 논의는 인권 의식 발전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고도 볼 수 있어요. 공공장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호받는 사람들의 범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누군가는 ‘얼마 되지 않는 성소수자들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 묻기도 해요. 너무나 쉽게 우리 자신이 성소수자가 아니거나, 우리 주변에는 소수자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성소수자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해왔으며, 없었다가 나타난 것이 아니에요. 언제나 존재했지만 이제서야 사람들에게 ‘거슬리기’ 시작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차근차근 성소수자를 위한, 나아가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기 위한 발걸음을 디뎌야 하며, 우리가 디딜 수 있는 발걸음 중 하나가 바로 성중립화장실이라는 거죠.



우리에게 남겨진 고민들


이 글은 여러분에게 찬성, 반대, 다른 의견이 더욱 타당하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다만 성중립화장실 담론을 소개하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했습니다.


거듭 언급했다시피, 성중립화장실은 아직까지도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여전히 뜨겁게 논의가 진행 중인 쟁점입니다. 그러니만큼 가장 이상적인 실현 방안에 가까운 해결책도 마땅히 제시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이 주제를 인지하고, 끊임없이 활발하게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거예요.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올리다 보면, 궁극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존중 받을 수 있는 해결책이 나올지도 모르죠. 낯설다고 기피하지 말고 일단 부딪쳐서 직접 만나보면 우리 모두에게 마음에 들 수 있는 근사한 모양으로 다듬어 질지도 모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끝없이 담론의 장을 펼쳐야 해요. 이 글을 통해 여러분들이 성중립화장실 담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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