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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66호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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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우편집위원회 Feb 24. 2024

편집장 서문

편집장 검은

  올해 봄, 유난히 다양한 꽃들이 함께 흐드러지게 피었던 것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은 기후 변화 속에서 질서를 잃고 혼란스럽게 봉우리가 열렸었죠. 올해 상반기를 돌이켜 보면, 올 꽃들처럼 아름답지는 않은, 나라 안팎으로 혼란스러움이 피어오른 것 같습니다. 국정의 변화 속에서, 계속 다투고 다치는 소식이 전해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감염병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혹은 서서히 움직여 나갔고 생을 이어갔습니다.     


  이 글을 한 글자 한 글자 쓸 때마다 고민과 망설임이 많았습니다. 하나의 장으로서 이야기들의 서문을 쓰는 것이 처음이기도 하지만, 이번 문우 66호 <WAR간 생존일기>에서 다루는 주제에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의 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일상에서 비교적 안온하게 ‘살아있지만’, 누군가는 재난과 무기, 혹은 말의 날카로움에 베여 위험에 처하게 되고 폐허가 되어버린 자신의 세상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이 글들은 주요 주제로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어쩌면 ‘전쟁’을 그저 멀리서 지켜본다고 ‘믿는’ 우리가 담겨 있기도 하다고 감히 말해보려 합니다. 실제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위치를 대신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미디어와 여러 번 분절된 감각으로 전쟁을 받아들이는 문우 편집위원들은 전쟁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여러 맥락과 삶을 글에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들은 모두의 ‘생존(生存)’이 만들어내고 엮인 일기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호에 실린 이야기들은 다양한 방식의 전쟁과 생존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직접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 중 난민의 이야기로서, 내전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이 집을 찾는 여정에 대해 문우 편집위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집을 찾은 수다회」가 이야기들의 서막을 엽니다. 뒤이어 포슬의 「모자이크: 우크라이나와 한국, 장애와 난민에 관한 소고(들)」은 장애와 난민의 교차점을 짚으면서 난민을 바라보는 경유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써 내려갑니다. 한편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는 여러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데요, 유연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국가 간 권력관계 아래에 논해지는 핵무기와 평화를, 단(丹)의 「멋지고 비싼 안보를 결제하시겠습니까」는 국가 안보의 상업화를 지적합니다. 마지막으로 60, 검은, 봉화의 「전쟁은 무엇을 무너뜨리는가」는 전쟁과 기후 위기의 관계, 그리고 식량을 생산하는 방식의 전환 필요성을 이야기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불안과, 위협과, 위기가 우리를 찾아오면서 서로를 이어주던 실들이 끊어지려는 날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우리는 더 단단하게 서로를 연결 지을 수 있는 변화의 기회를 마주하기도 하죠. 문우 66호의 글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혹은 살아남은 독자 여러분에게 안부를 전해주는 역할을 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우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 글의 마침표를 찍겠습니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지나, 편집장 검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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