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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68호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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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우편집위원회 Feb 24. 2024

유령(들)

편집위원 유연

쉿 숨을 죽여야 해 피는 흐르지 않게 잇몸을 갈라도 뼈는 흐르지 않게

어설프게 마감된 손끝과 땀방울 눈매

살과 살의 틈새에선 노란색 농담만 흘러야 해 냉소는 안 돼 찰랑이므로,

찰랑이는 것(들)은 안 돼 이를테면 폭우 냄새 미끄럼 신호

아주아주 깊은 못을 파는 거야 찰랑이는 것(들)을 위해

     

못 위에 집을 짓자 집 위에 나라를 짓자 나라 위에 세계를 짓자     


꼭 눈을 감아야 해 돌다리는 두드려보고 건너고

몸을 터는 유령이 올라온다 다리 밑에서 창밖에서 거울 속에서

거울을 투과하는 것(들)을 삼키면 탈이 나고 말지

탈이 나는 것(들)은 안 돼 이를테면 철망 지푸라기 아스팔트 영수증

실과 바늘을 드는 거야 탈이 나는 것(들)을 위해    

 

무덤 속엔 아마 없을 걸 극장 구석엔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공장 바닥엔 

    

자 손을 잡아야 해 없는 것은 없는 것 그러나 

탈이 나는 것(들)을 기워넣고 박음질하면 어때 잠잠해졌지

잠잠한 것(들)은 세계 아래에 나라 아래에 집 아래에

약속해 누구도 맨땅을 도굴하지는 않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야 유령을 위해   

  

이제 숨을 쉬자 이제 눈을 뜨자 이제 손을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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