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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Nov 08. 2019

애 안 낳는걸 왜 여자 탓을 하지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영어에는 이런 말이 있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의역을 넣어 번역하자면 아이 하나를 기르는 데는 온 사회의 힘이 다 필요하다는 것.


번역 사족: 속담과 같은 오래된 말인데 도시사회 Village를 기반으로 발달한 서양 역사 상, 아이 하나를 기르는데 도시 전체가 필요하다는 데서 이와 같은 속담이 출발했으니 현대사회에는 '온 사회가 필요하다'라고 번역해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는 이런 기사를 봤다.  


기사 출처=머니투데이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야 이제는 귀에 따갑도록 들어서 매우 익숙하다. 맬서스는 '인구론'을 통해 세계 인구가 폭발해서 문제가 생길 거라고 예측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줄어들어서 문제니 이를 주제로 리포트를 냈던 대학생 여느가 스물넷쯤 됐었는데 스물아홉이 된 지금도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는 해결이 안 됐다. 하긴, 출산율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오 년 만에 해결하겠는가.


그런데 나의 불만은 저출산의 책임을 자꾸 여자한테만 둔다는 것이다. 아이는 여자 혼자만 낳아 기르는 건가?


애는 단성번식이 가능해요?

과학적으로만 접근해도 이 전제는 부당한 접근이다. 문돌이 주제에 무슨 풍월이냐고 하신다면 본인 이공계 출신으로 고등학생 때 과학 논문도 써서 전국대회 상도 받았다. 그리고 이 정도야 상식이잖아.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서 아이가 생기지 난자 혼자 아이가 탄생하는 경우는... 노벨 생리의학상 감이다.


아빠를 위한 정책은요?

이 땅에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인 새로운 아빠 세대와 이미 모범적인 아빠들도 많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계시다. 이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내 입꼬리가 다 올라간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런 아빠들을 위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남성의 육아휴직이나 아이를 위한 조기 퇴근 등, 아이를 향한 아빠의 헌신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보장을 약속해주고 있느냔 말이다.


일단 낳으면 애는 누가 키워?

엄마들의 고생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를 낳아놓기만 하면 다인가. 키워야 하는데. 인간이라는 동물은 태어나서 자립까지 가장 오래 걸리는 동물 중 하나다. 신기하게도 모든 동물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지만 개월 수로 따졌을 때는 가장 연약한 게 인간이다.

예를 들어 3개월 된 인간과 3개월 된 원숭이, 3개월 된 망아지, 3개월 된 강아지를 비교하면 3개월 된 인간이 목도 못 가누고 울고 있을 때 같은 개월 수의 원숭이, 망아지, 강아지는 이미 뛰어놀고 있다.

이런 식의 덮어놓고 '일단 낳아!' 식의 정책은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 낳아 놓고도 키울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해주실 건데요.


당신 자식들만 귀해요?

거기다가 매년 바뀌는 교육제도는 내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당연한 부모의 마음에 겁부터 나게 한다. 내가 선뜻 아이를 낳겠다고 마음을 못 먹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내 아이의 교육 미래 문제다.

마에스터고를 보내면 대학 안 나와도 먹고살게 해 준다더니, 평등한 사회를 위해 자립형 사립고니 특수목적고니 폐지한다더니, 사회 지도층은 자기 자식들은 이미 자사고니 특목고니 졸업시켜놨더라. 심지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한국 대학 평준화니 뭐니 떠들더니 자기 자식들은 외국 유학 보내 놨더라. 나도 비교적 어린 나이에 해외 유학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그 돈이 엄청나다. 당시 나는 다른 금수저 집안 아이들에 비해 굉장한 고학을 한 편이지만 내 자식에게는 이런 고생의 경험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다 해주지 못할 바에야 아예 낳지를 못하겠다.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보자. 아이를 낳지 않는 게, 낳지 못하는 게 오직 여자의 문제인가? 아이는 낳기만 하면 알아서 크는가? 장기적으로 이 모든 것을 고려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는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나라고 애국심이 없겠는가. 나라고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겠는가. 지금이야 '밀레니얼 세대'라는 폼나는 이름으로 비교적 젊은 세대 취급을 받지만 나도 언젠가는 이 사회를 책임져야 할 어른의 세대, 늙은 세대가 될 텐데 나도 우리도 걱정을 한다. 그리고 저출산의 문제는 당장 젊은 세대에게 화살이 쏟아지는 문제라 당사자로서 현실에 대해 꼬집어보고 싶었다. 


부디 윗분들이 좀 더 많은 것을 고려한 정책을 입안해주시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받지 못하게 될 국민연금에 대해 나눈 얼마 전의 대화 내용을 첨부해본다. 저출산도 국민연금 고갈의 한 요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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