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니며 많이 걸으면 살이 빠질겨"
라던 친한 오빠의 말에도 무색하게 나는 스페인에서 아주 먹부림을 하고 왔다. 왜냐하면 나의 절친 기예르모가 스페인은 '맛의 나라'라며 나를 끊임없이 먹였기 때문이다.
스페인에 왔으니 해산물은 꼭 먹고 가야 한다며 이런 해산물도 내게 잔뜩 먹였고
이런 고기도 꼭 먹어야 한다며 고깃집에도 손수 데려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솔직히 저기 매달린 고기들은 좀 괴기스러워 보였다.
내가 이제 정말, 정말 수중에 있는 돈이 바닥이 났다고 하자 이번에는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이기 시작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실제로 저녁을 늦게 먹는다. 8시, 9시에 그리고 침대로 가는 시간은 11시, 12시. 이렇게 늦게 먹고 자버리는데 어째 길에는 그리 뚱뚱한 사람이 없다. 한 패션 하는 사람들 답게 한껏 꾸미고 나와 8시, 9시의 스페인 도심을 활보하는 그들.
기예르모는 꼭 내가 새로운 스페인 음식을 먹을 때면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내가 "스페인 음식 최고다! 스페인 요리가 최고다!"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족히 100번은 같은 질문을 할 남자가 그였다. 그래서 나는 꼭 그가 원하는 답을 주는 것으로 그와 내 시간을 아꼈다.
이 날은 스페인 시내에 나가 저녁을 먹었다. 저녁 치고는 좀 간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기예르모의 말.
이거 다 먹고, 다른 곳에 가서 또 먹자. 어떻게 생각해? 스페인에서는 한 곳에서만 먹지 않아 두세 군데를 돌아다니며 먹어.
아. 어쩌면 이게 답이었겠구나. 스페인 사람들이 살찌지 않는. 그들은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도 소량으로 조금씩 먹으며 두세 군데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지방이 몸에 자리를 잡을 시간을 거의 주질 않는구나.
그래서 우리는 간단한 한 끼(?)를 먹고 나와서 또 다른 곳에 가서 또 먹었다.
어찌 보면 경기면에 있어서도 좋은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시간대에 여기저기를 돌며 식사하니까 레스토랑 입장에서도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고 테이블 회전율도 빠르지 않을까.
스페인 사람들의 비밀을 발견한 것 같아 혼자 킥킥대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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