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아직 서구 사회를 모를때 이상하게 내 뇌리에 박힌 말들이 있다.
서양사람들은 한국인들보다 시민의식이 높다.
서양 사람들은 한국인들보다 남을 배려할줄 안다.
한국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주로 선생님들이 했던 말인데 정치 성향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진보쪽 선생님들이 더 그러셨던것 같다.) 이런 말들을 자주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유학과 여행을 통해 서구사회로 나아가며 그동안 귀에 못박히게 들어와서 뇌리에 남아버린 저 말이 진짜 인지를 확인하는데 한동안 열을 올렸었다.
그러면 내가 확인한 건 무엇이냐구? 정말 서구인들은 우리 한국사람들보다 시민의식이 높나?
답은 전혀 아니올시다 였다.
당장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만해도 나는 누군가가 몰래 매장안에서 마시고 아무데나 두고 떠난 술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도 그랬다. '영국인들은 좌측 통행을 한다'는 말에 무색하게 영국인들은 아무 방향으로나 걸었다.
그리고 좀도둑들은 얼마나 또 많은가. 우리나라처럼 카페에 마음 편히 지갑이며 휴대폰, 노트북을 두고 화장실을 가거나 커피를 주문하러 갈 수 있는 모습은 유럽이나 북미에선 상상도 못한다. 얘들은 심지어 차에서 내릴때도 짐을 트렁크에 숨기거나 창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의자 밑에 감춰야한다.
딱 어제, 서울에서 스타벅스에 갔는데 누군가가 프라다 노트북케이스에 노트북을 두고 갔다. 주인이 나타나겠거니 했는데 주인은 한참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이 주인없는 노트북과 케이스를 건드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구국가였으면 이미 누군가가 집어갔을 것이다. 나는 그 노트북을 주워 직원에게 가져다주었다. 직원은 내게 감사하다고 했다.
비슷한 일이 캐나다에서도 있었다. 영화관에서 아이패드를 주웠다. 직원에게 가져다 주었더니 '이걸 왜 나한테 가져다 주느냐'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어쩌면 그 아이패드를 그 직원이 가졌는지도 모른다.
서구인들의 시민의식이 뛰어나다는 낭설은 어쩌면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을 오래 겪은 어른들의 잘못된 정보였던 것 같다. 선생님이 틀리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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