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의 취향
왜냐면 하필 이렇게 색이 노란색이거든.
정장 입고 가서 노란 도장을 꺼내면 상대방이 흠칫 당황하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다.
좀 솔직한 자리에서 솔직한 분들은 묻기도 한다.
이거 막도장인가요?
그럼 나는 전혀 아니라고 대답한다. 내 도장이 노란색인 이유는 내가 11살 때 만든 도장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찾은 동네 도장 제작소. 아버지는 내게 재료와 이름 디자인을 고를 자유를 주셨는데 11살 답게 나는 노란색 도장 재료와 제일 내 이름이 보기 쉬워 보이는 디자인을 골랐다. 원래 내 이름은 한자가 없기에 굳이 한자로는 파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가 하필 노란색 도장 재료를 선택하자 못내 아쉬워하셨지만 그래도 내 선택이니 굳이 말리진 않으셨다. 아직도 기억나는 도장 기계의 윙윙대는 소리. 나는 보통의 윙윙대는 소리를 참 싫어하지만 이 소리만큼은 좋았다. 그리고 순 민짜던 노란 도장 단면이 기계에 들어갔다 나오니 내 이름 석자가 새겨진 내 물건이 되어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11살짜리에게 도장 쓸 일이 있을 리 만무했지만 이상하게 잃어버리지도 않고 도장은 늘 내 곁에 있었다. 같이 도장을 만들었던 남동생은 당시 만들었던 도장을 현재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