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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Nov 14. 2019

막도장이 아니라 하나뿐인 제 도장입니다.

11살의 취향


서명이 보편화되어가고 있지만 도장도 여전히 쓰임새가 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번역 마치고 공증받을 때는 무조건 도장이 필요하고, 나도 기왕 도장이 있는 거 도장 사용을 선호한다. 그러나 나의 도장은 가끔 '막도장'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것도 자주. 


오해는 내 도장의 생김새에서 기인한다. 



왜냐면 하필 이렇게 색이 노란색이거든. 


정장 입고 가서 노란 도장을 꺼내면 상대방이 흠칫 당황하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다. 

좀 솔직한 자리에서 솔직한 분들은 묻기도 한다. 


이거 막도장인가요?


그럼 나는 전혀 아니라고 대답한다. 내 도장이 노란색인 이유는 내가 11살 때 만든 도장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찾은 동네 도장 제작소. 아버지는 내게 재료와 이름 디자인을 고를 자유를 주셨는데 11살 답게 나는 노란색 도장 재료와 제일 내 이름이 보기 쉬워 보이는 디자인을 골랐다. 원래 내 이름은 한자가 없기에 굳이 한자로는 파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가 하필 노란색 도장 재료를 선택하자 못내 아쉬워하셨지만 그래도 내 선택이니 굳이 말리진 않으셨다. 아직도 기억나는 도장 기계의 윙윙대는 소리. 나는 보통의 윙윙대는 소리를 참 싫어하지만 이 소리만큼은 좋았다. 그리고 순 민짜던 노란 도장 단면이 기계에 들어갔다 나오니 내 이름 석자가 새겨진 내 물건이 되어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11살짜리에게 도장 쓸 일이 있을 리 만무했지만 이상하게 잃어버리지도 않고 도장은 늘 내 곁에 있었다. 같이 도장을 만들었던 남동생은 당시 만들었던 도장을 현재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중요한 서류 두 장에 도장을 한 대여섯 번 찍고 왔다. 나이에 맞는 다른 폼나는 도장을 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얘랑 같이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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