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결혼한 친구네 집에 모여서 거하게 파티를 했다. 나는 술은 마시지 않지만(못하지만) 술자리는 좋아한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자리가 길어지고 나 빼고 다 주당들이라 술이 떨어졌다. 다들 간단하게 맥주 한 캔 정도씩만 더 하자고 했다.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친구가 준비한 맛있는 안주를 엄청나게 먹은 나는 내가 가서 사오겠노라고 일어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맨 정신(?)인 이가 나 혼자였다. 친구 A가 같이 가겠다고 나섰다. 나는 각자 마시고 싶다는 맥주 리스트를 휴대폰 메모장에 메모하고 와중에 담배도 두 갑이나 각각 다른 종류로 이름을 적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당도했는데 아뿔싸, A가 들이켠 맥주 탓에 오줌이 마렵단다. 그냥 올라가서 화장실에 가라고 하고 나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어차피 맥주 몇 캔이고 나 혼자 들고 올 수 있으니. 편의점도 그리 멀지 않았다.
편의점에 당도한 나는 친구들이 주문한 맥주를 휴대폰을 일일이 확인하며 주워 담았다. 그리고 계산대로 가서 담배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담배도 주문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생이 나를 보는 눈빛이 무언가 이상했다. 그는 계속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내가 먼저 물었다.
왜요?
그러자 그의 대답.
저... 신분증 검사 좀...
그 순간 내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와 나 내일모레 서른인데 민증 검사라니. 나는 그에게 되물었다. "진짜요?!" 그러자 그는 고개만 끄덕끄덕했다. 나는 당당하게 밀레니얼을 인증하는 90년대생이 찍힌 신분증을 내밀었다. 아르바이트생은 "아, 젊어 보이셔서"라고 말하며 무사히 나를 보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