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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Nov 15. 2019

TV 안 보고 유튜브 안 봐도 사회생활 가능하더이다

이 여자가 사는 법


나는 TV를 안 본다. 요즘은 TV 만큼 유튜브 보는 게 유행이라는데 유튜브도 안 본다. 그냥 나랑 안 맞는다. 흥미를 못 느낀다. (대신 이 두 콘텐츠에서 느낄 흥미들이 다 영화로 몰빵된 모양인지 영화 볼 때는 숨도 안 쉬고 본다.)


그래서 나는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가 뭔지, 예능이 뭔지 유행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자연히 관련 사건사고도 몰라서 신문 시사면에 뜰 정도는 돼야 그제야 좀 읽는다. 그나마도 어쩌다가.


이거 봐, 진짜 모른다니까.


내가 허세 부린다고 혹여 생각하실 독자님들을 위해 인증샷을 첨부한다. 나는 진짜 모른다. 소위 말하면 나는 '유행에 뒤떨어지는 사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도 있고, 사람을 만나 대화도 가능하다. 사회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경청하고, 내 관심사를 공유하고, 상대의 관심사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하다가, 주제가 요즘 TV나 유튜브에서 뜨거운 감자인 사건으로 흘러가면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할 필요는 없다. 그럴 때는 솔직하게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오히려 경청하면 된다. 듣다 보면 흥미로운 사건들도 많다. 상대가 경청해주는데 "너랑은 대화가 안 통해서 말을 못 하겠다."라고 당신을 떠날 사람은 없다.

그리고 어차피 사람은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수많은 자기계발서나 강연자들이 '경청하는 습관'을 들이라며 우리를 가만두질 않지 않는가.


실제 상황 한 예시. 물론 면대면 대화가 더 많지만 대화를 녹음해서 브런치에 올릴 수는 없으니 카톡 대화를 대신 캡처해 올린다.


그렇다고 듣기만 하면 말이 없는 재미없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 두 번째는 내 관심사를 공유한다. 앞에도 적었지만 나는 영화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또 영화만큼 보편적 취미활동도 없다. 내가 최근에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다.

요즘 시작한 브런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아는 사람도 많지만 모르는 사람도 많은 브런치. 내 브런치를 직접 보여주며 소개하기도 한다.

이렇게 내 관심사를 공유하다 보면 상대도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게 되고, 나는 내가 모르던 또 다른 것을 배우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으니 그 자리는 무엇보다 소중한 자리가 된다.


또 굳이 사람을 만나서 엉덩이만 붙이고 밥 먹고 차만 마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엉덩이 떼고 구경을 다니면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대화 주제고 발견 거리며 새로움이다.


"완전 남자들의 골목인걸?", "여자의 자존심을 걸고 한번 깨보도록 할까?", "그래, 그래 보도록 하자" 터벅터벅


"오늘 무슨 날이야?", "부처님 오신 날은 아닌 거 같은데", "그건 5월", "근데 저기 닭꼬치 판다" 먹으러 간다.


"저 담배 마크는 호돌이 시절 같다", "너 호돌 이때 안 태어났잖아", "당신도요" "ㅋㅋㅋㅋㅋㅋ"


날씨가 추워졌으니 실내를 구경해도 된다. 실내 상점을 구경하는데 돈을 받는 곳은 없다.


신도림에 위치한 조이하비와 교보문고


특히 책과 함께 읽는 향수 '북 퍼퓸'은 굉장히 신선했다. 향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오빠 하나는 '시를 특정 향에 가두는 것 같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이제는 시도 오감으로 즐기는 시대. 혹시 모른다. 맛으로 즐기는 책이 나올지도. 그럼 내 브런치 북 여느와 여느유럽사람들은 어떤 맛이려나.


그리고 대한민국만큼 값싸게 실내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나라도 또 없다.


실내 BB탄 사격장과 VR게임장


체험과 함께 추억도 쌓고 체험에 기반한 즐거운 대화가 따라온다. 말이 마르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사람을 만나는 사회생활에 대해 얘기했다면 여기부터는 사람을 안 만나는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개인 성향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외로워서 일부러 갖는 술자리나 밥자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시간이 아깝다. 누군가를 만나고 시간을 소비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슴에 공허함만 남는다면 기분이 영 좋지가 않다. 물론 누구에게나 정말로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이 필요할 때는 있다. 그러나 이럴 때 만나는 사람은 만나고 돌아서는 길에 가슴에 위안이나마 남는다.


솔직히 말해 쓸데없는 대화로 시간을 보낼 바에야 나는 집에서 책을 읽거나, 브런치를 읽거나 혹은 브런치에 글 하나 더 남기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 편하다. 혼자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운동을 하거나,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며 보내도 괜찮다.


인생은 나를 위한 것이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들과 뒤떨어지는 게 두려워 흥미도 없는데 TV를 보고, 유튜브를 꾸역꾸역 챙겨보느라 스트레스받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살아도 삶이 가능하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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