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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Nov 13. 2019

마지막 남은 캐나다 달러 200불, 너를 보내며

안녕


사람에게 애착을 느끼듯 물건에게도 애착을 느낄 수 있다. 


내게 캐나다는 밉기도 하지만 그립기도한 그런 나라다. 어쨌든 내 인생의 많은 추억이 있는 나라니까. 나는 작년에 한국으로 돌아오며 캐나다환을 그대로 들고왔었다. 소위 '환치기'를 노렸던 것은 아니고 겸사겸사 환율 돌아가는 국제 정세도 볼 겸, 어린 사촌들에게 나눠주며 그들에겐 아직 미지의 세계인 캐나다와 외국에 대한 궁금증도 심어줄 겸 그랬다. 그리고 무조건 한화로 바꿔 가지고 있으면 언제 내가 이 돈을 홀라당 다 써버릴지 모른다는 걱정도 됐기에 어찌보면 하나의 적금과도 같은 개념이었다. 


그렇게 나는 야금야금, 정말 통장 잔고가 아슬아슬할때만 캐나다 달러를 아주 조금씩 바꿔썼다. 가끔 환율이 좋을때는 일부러 가서 바꾸기도 했다. 예를 들면 올해 초만 해도 1 CAD가 816원 정도였는데 8월에는 여행과 휴가철, 북미 무역분쟁, 한일 갈등 등의 여파로 900원까지 올랐었다. 이럴때는 제법 뭉칫돈으로 가져가서 바꿨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수중에 남은 캐나다 달러는 고작 200불이었다. 



얘를 바꿀까 말까 고민을 했다. 바꿔도 100불만 바꾸고 다른 한 장의 100불짜리는 그냥 가지고 있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200불을 모두 바꿔야할 때가 왔다. 


어찌보면 쓸데없는 애착일수도 있지만 며칠을 고민했다. 얘를 쥐고 있을 것인가 보낼것인가. 그래도 결국, 바꾼뒤의 그 쓰임과 가치를 위해 보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렇게 찾은 은행. 기다리는 동안 혼자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캐나다를 떠날때, 어떤 친구들은 내가 다시 돌아올 줄로 알고 있었다. 그때 한 친구가 말했었다. "돈 너무 많이 바꾸지마. 돌아올거잖아..." 미안해서 어쩌지... 나는 이제 캐나다 달러는 빈털털이 인데. 


마지막 캐나다환과의 이별은 아주 빠르게 진행됐다. 뒤에 대기 중인 고객들이 많았고 나도 오래 시간을 끌고싶지 않았다. 환전된 한국환은 그대로 통장으로 입금했다. 


은행 문을 열고 나서며 나는 남아있던 몇 안되는 캐나다의 흔적과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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