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역 즈음이었다. 지하철은 혼잡했고 세명의 할머니 무리가 타셨다. 두 분은 정정해 보이셨는데 한 분은 지팡이를 짚고 거동이 편치 않아 보이셨다.
일행 두 할머니들은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지팡이 할머니가 앉을자리를 위해 분주히 두리번거리셨다. 바로 옆에 젊은 남녀 커플이 다정히 앉아있었으나 그들은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아이고, 어떡하나 우리 언니, 서있기 불편할 텐데."
"아냐 아냐 괜찮아. 이거(지하철의 봉) 붙잡고 이렇게 서있으면 돼."
딱 보아도 거동이 불편해보이는 지팡이 할머니를 위해 일어서려는 이는 한명도 없었다. 어쩌면 다들 휴대폰에 몰두하느라 바빴거나, 그 날의 하루가 너무 피곤했던 탓이겠지.
그래서 맞은편에 앉아있던 내가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도 피곤했지만 이정도는 괜찮아. 나는 손짓으로 할머니들의 관심을 끈 뒤 여기 앉으시라고 했다. 할머니들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언니, 저기 가서 앉아, 저기 저기"
두 할머니는 조심조심 지팡이 할머니를 모시고 내 자리까지 오셨다. 나는 혹시나 내가 간 사이 다른 사람이 내 자리를 차지할까 봐 자리를 지키느라 도와드리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자리를 바꿨다.
"아이고, 고마워요, 고마워요"
할머니들이 연신 내게 고맙다고 하셨다. 한 할머니는 내 팔을 꼬옥 잡으시며
"고마워요 이쁜 언니"
하셨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의 이쁜 언니가 되었다. 그것도 행복한 이쁜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