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많이 배웠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브런치 북을 부크크를 통한 POD 활자 출판을 계획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브런치 북은 삭제를 한 상태입니다.
부크크에서 도서를 반려당했습니다. 사유는 내용 때문은 아니고(휴) 제가 입력한 페이지수와 제가 보낸 원고 파일(. docx)의 페이지수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저보다 먼저 활자 출판을 해본 경험이 있는 절친한 친구이자 선배 작가에게 헬프를 쳤습니다.
(노파심에 적지만 저희 일베충 아닙니다. '~노'체는 경상도 사투리이기도 하고 제 친구 작가님이 서울말, 경상도말, 전라도말, 충청도말, 제주말, 강원도말, 평양말, 연변말까지 가능한 8개한국어 구사자기 때문에 저희는 대화할 때 지방 사투리를 마구 섞어 씁니다. 둘 다 지방 사람이기도 하고요. 특정 지역 비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파일 호환성 문제 인것도 같고, 애초에 PDF로 보내지 않은 제 잘못 같기도 해서 이번에는 A5 파일로 각을 맞추고 수정 후 PDF 파일로 보내기로 맘을 먹습니다. 어차피 지난번에 원고를 보내고 원고에서 잘못된 부분을 발견한 게 있었기 때문에 기왕 이렇게 된 거 반려 잘 당했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내친김에 친구에게 글자크기 조언도 더 받고, 그냥 이렇게 하나 더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원고 편집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POD용으로 다운로드한 원고가 워드 파일이었다는 점입니다. 한글은 제법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제게 워드는 여전히 높은 산입니다. 친구도 "한글로 작업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라고 하지만 이미 사진까지 다 얹어버린 글을 한글로 옮기기는 쉽지가 않아 보였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바꿔주는 가벼운 프로그램이 있는데 저의 오래된 노트북이 과연 견뎌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결국 포기했습니다. 하나 느꼈습니다. 아, 인생 템빨이다.
일단 워드로 이렇게 저렇게 지난번에 놓친 부분도 수정하고 다시 줄 간격 맞춰서 PDF를 떴습니다. 이번에는 바로 제출하지 않고 친구에게 먼저 보내서 혹 퇴고 사항이 더 있을지를 물어봅니다.
그러자 친구가 서체에 대한 의견을 냅니다. (친구가 돋움체와 고딕체를 헷갈려 고딕체라고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표현한 것입니다.) 부크크에서는 KoPupWorld 돋움체와 바탕체 두 가지 사용을 권고합니다. 저는 KoPupWorld 돋움체를 사용했고요. 그런데 친구는 100페이지 넘어가는 두꺼운 책이면 오히려 바탕체가 낫다고 조언을 해줍니다. 그래서 긴가민가했지만 바탕체로 바꿔보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무료 디자인을 사용해 표지 폰트가 바탕체인데 책을 열었을 때는 돋움체이면 이질감이 들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바꿔봤는데 보기 괜찮습니다. 바탕체로 가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글씨체를 바꾸자 줄 간격이며 행이 다 뒤틀려버렸습니다. 워드 네 이놈...^^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그래도 다시 작업하기 시작합니다.
재수정 아니 재재수정 작업을 하며 밋밋하던 제목 부분에 표를 그려 넣어 봅니다. 비록 내지 디자인은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하면 제목 구분은 될 것 같아서요. 사실 주변에 인디자인 가능한 친구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다들 직장을 다니고 있고 사례를 할만한 사정도 지금은 안되어서... 제 선에서 그저 최선을 다해봅니다.
네모 칸이라도 하나 넣으니 그래도 좀 더 제목 같고 눈에 더 띄는 것 같습니다. 만족합니다. 원고 반려 안 당했으면 어쩔뻔했어요.
여기서 제가 의미하는 페이지수는 목차에 페이지수 넣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간 보이시죠? 자정은 가까워지고 저는 지쳐가고 있었거든요. 저는 일을 끊어서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그 자리에서 끝을 내야 합니다. 사실 어차피 주말이라 오늘 수정해 제출해도 바로 부크크 측에서 확인이 가능한 것도 아닌데 저는 무조건 오늘 시작했으니 끊김 없이 시작한 자리에서 끝내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친구의 조언은 다른 내용이긴 했지만... 결국 저는 새벽까지 자지 않고 목차에 페이지수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친구에게 재재수정본을 보냅니다. 이어지는 친구의 엄청난 감수.
나는 너 없이 물가에 내놓은 아기
그리고 오늘 수정 작업 중 가장 어려웠던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사실 책에 보면 목차나 책 소개, 그리고 챕터 장에는 굳이 쪽수가 안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무자비한 워드는 일단 무조건 쪽수를 다 표기해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숫자들을 빼기 위해 저는 노오력을 해봤지만...
도통 방법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지났고... 진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노트북 다운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워드를 한글로 바꿔 페이지 숫자를 뺄 것인가, 아니면 리스크 감수 대신 피시방에 가서 작업할 것인가 (근데 밖은 춥고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아니면 숫자 빼기를 포기할 것인가.
숫자는 지우되, 페이지 수는 변동 없이 그대로 여야 했기에 더욱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문서작업 툴인 워드에 특정 페이지 숫자만 빼는 기능이 없을 리는 없었습니다. 꼼수일지라도 분명 방법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몇 번의 검색과 시행착오 끝에 나는 페이지 구역을 나누고, 페이지 번호 서식을 수정하고 삭제하는 여러 가지 꼼수를 통해 원하는 대로 편집을 다 마칠 수 있었습니다.
깔끔하게 숫자가 다 없어졌습니다.
깔끔하게 9쪽부터 숫자 출몰!
깔끔하게 챕터 시작 부분 페이지 숫자 빼고 다음 글 시작부터 페이지 숫자 출몰!
그래서 총 168페이지짜리 '여느 예의 없는 세상 경험기'를 부크크에 재제출하고 나서야 저는 자러 갈 수 있었습니다.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마지막에 페이지 잡기가 어그로를 심하게 끌어주는 바람에 새벽 3시에 잤다는 후문이...
한글에서 잡으면 쉽다는데, 저처럼 워드가 익숙하지 않은 분이시라면 처음부터 한글을 사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