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경쟁이야. 나 지난주에 맛난 일제 와규 먹었다구. 한국 Beef가 얼마나 맛난 지 보여줘. 나도 한국이 일본을 싫어하는 건 알아. 이건 경쟁이야.
중요한 자리의 통역을 맡았다. 그는 캐나다에서 온 거물급 비즈니스 매니저였다. 내 임무는 절대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 그 역시 이 자리가 당연히 접대 자리인 것을 톡톡히 알기에 '한우'를 사달라며 노래를 불렀고, 알아서 사줄 건데 굳이 저 말을 남김으로써 조용히 물을 마시고 있던 나를 당황케 했다.
아시아에서 근무한 지 오래된 그는 이미 아시아 역사에 대해 빠삭했다. 그는 단순히 현재 불거진 한일 외교분쟁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었다. 분명 한일 역사, 즉 식민사를 들먹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고작 소고기 하나를 가지고.
굳이 '경쟁'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그는 한국은 이미 일본에게 한번 졌으니 소고기로는 이기라고 내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었다.
점심으로 먹고 있던 비싼 삼계탕도 끓고 내 피도 끓었다. 그와 내가 업무적 자리가 아니라 그냥 보통의 자리에서 만났더라면 나는 그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방금 그가 한 말이 얼마나 몰상식한 발언이었는지 확실히 가르치고 사과를 받아내고야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리가 자리였던 만큼 나는 끓어오른 피를 냉수로 삭혀야만 했다.
다행히 그는 저녁으로 대접받은 한국의 한우를 아주 맛있게 짭짭 먹었다. 일제 와규가 이겼다는 소리도, 국산 한우가 패배했다는 소리도 하지 않아 어느 소고기가 경쟁에서 이겼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짭짭 한우를 입으로 넣는 그를 보며 나는 비웃음을 참느라 힘이 들었다. 때아닌 소고기 한일전을 붙이는 벽안의 캐나다인이라니.
이 사람아, 남의 나라 역사를 건드릴 때는 싸움을 걸 게 아니라면 제발 조심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