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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Dec 08. 2019

오래된 DJ의 자유로운 LP바

충무로 롱굿바




 마른내로 6길 33-1, 인현2가 187-2 2층. 충무로역 근처 횟집과 전집 골목골목 사이에 제법 뜬금없이 자리한 LP바 '롱굿바'


 사실 롱굿바의 옛 이름은 '동감상련'이다. 동감상련의 음악 DJ는 설탕 두 스푼, 프림 두 스푼에 계란 노른자를 얹어 마시던 모닝커피 시절부터 음악다방의 DJ였다. 그는 동감상련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LP바를 차렸고 서울시내에서만 네 번이나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다 충무로에 롱굿바라는 이름으로 새둥지를 틀었다.



 그는 현재에도 음악다방, LP바 운영 노하우를 십분 살려 롱굿바의 인테리어를 손수 도맡아 작업하고 있다. 동감상련도 어느 한 구석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의 LP바는 단순히 음악만을 듣는 공간이 아닌, 그의 예술 공간인 것이다.



 덕분에 나와 친구도 어젯밤 개업도 전인 그의 롱굿바에 방문해 롱굿바의 흰 벽을 연보라색으로 칠해볼 수 있는 영광을 누려볼 수 있었다. 그가 주문한 것은 오직 하나. 전문가 느낌이 나는 꼼꼼한 페인트칠이 아닌 제멋대로의 느낌이 나게 칠하라는 것. 그만큼 롱굿바는 이상하고 자유로운 예술 공간이다.


몽상가씨의 이상한 술집Bar 롱굿바


 롱굿바의 자랑이라면 단연 압도적인 수의 LP판이다. (사진이 빈약해서 그렇지 사진보다 훨씬 많은 LP판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유튜브나 타 음악 매체를 통해 손님이 원하는 곳을 최대한 틀어주는 곳이 롱굿바다. 눈치 보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기에 나와 내 친구가 롱굿바를 더욱 사랑한다. 가수 이름만 말하고 곡 추천을 부탁하면 DJ가 알맞은 곡을 틀어준다. 유명한 가수의 잊혀진 곡들이 빵빵한 롱굿바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올 때는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롱굿바의 또 다른 장점은 '대화'다. 음악 DJ 경력이 오래된 만큼 DJ는 한국 노래부터 외국 노래까지 정말 아는 게 많다. 음악 한 곡을 틀어놓고 DJ와 그 음악에 대해, 가수에 대해 실컷 노닥거릴 수 있다. 게다가 동감상련의 시즌4라 불리는 이번 롱굿바에는 아예 테이블이 없다. 바를 줄이고 테이블을 넣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바만 넣기로 아예 결정해버렸단다. 사실 테이블이 있으면 손님을 더 받을 수 있겠다마는 DJ는 왁자한 술집보다는 음악과 대화가 있는 문화공간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제도 참 많은 음악을 들었고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The Legend of 1900)' OST를 틀어놓고 영화 '피아노', '피아니스트'를 얘기하며 비슷한 영화 제목이 이렇게 많냐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 피아노와 함께 바다에 빠졌다가, 물 위로 떠오르는 장면. 영화 '피아노'

 

 음악과 술 한잔이, 커피 한잔이, 대화가 그리고 제대로 된 예술공간이 그립다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곳 충무로 롱굿바.


 그곳은 언제나 당신의 발자욱에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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