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uh Oooh Ju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느Yonu Dec 17. 2019

나는 그날 친절함을 택했다


 서울의 추위가 유독 매섭던 날이었다. 외근을 나갔다가 서두르던 차에 결국 패딩 소매가 북 찢어지고 말았다. 크게 찢어진것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빠져나오는 패딩 속 털들이 굉장히 신경쓰였다. 


 급한대로 수선을 맡기기 위해 외근지 근처인 신촌 매장에 갔다. 그런데 아뿔싸. 공장에 보내야해서 2주는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수령은 택배 수령이 불가능하고 직접 와서 가져가야한다고. 신촌에 맡기면 신촌에서 찾아가야한다고. 

 신촌 매장은 친절하게 일단 내 패딩에 응급조치를 해주었다. 더 이상 패딩 속 털들은 하늘로 나부끼지 않아도 됐다. 나는 집 가까운 매장으로 일단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똑같았다. 공장행, 직접 수령. 그러나 휴대폰 너머 들려오는 매장 직원인지 사장인지 모를 이의 말투가 너무 불친절했다. 


 돈 내셔도 택배는 안돼요. 아 직접 오셔야되고요, 공장 보내야돼요. 


 정말 퉁명스러운 말투. 친절하게 내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던 신촌 매장의 직원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나는 외근 스트레스로 이미 지친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굳이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집 가까운 매장에 옷을 맡기고 찾으러 가서 이 불친절한 직원인지 사장인지 모를 이를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신촌 매장이 집에서 거리가 있다 뿐이지 지하철이면 한번에 가고 어차피 신촌역에서 금방 거리인 현대백화점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친절함을 택했다. 다행히 나는 패딩 안에 코트를 한벌 더 입고 있었다. 신촌 매장 직원은 내가 여기에 코트를 벗어두고 가면 추울것 까지 걱정했지만 코트가 있었기에 견딜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따뜻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