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이 이렇게 커?"
경복궁이 이렇게 커?
홍콩인 친구인 R이 경복궁을 보고 한 말이다. 그는 한국의 경복궁이 훨씬 작을 줄 알았단다. 그가 경복궁일것이라고 생각한 건물은 무려 '세종문화회관'이었다.
R은 한국의 문화와 사회를 공부하러 한국에 왔다. 홍콩에서 뉴스 PD로 일하는 R과 나는 예전에 인터뷰를 통해 만나 친구가 되었다. 아직 학기가 시작하지 않은 고로 나는 그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주리라 약속했고 그렇게 우리가 향한 곳은 광화문과 경복궁이었다.
강남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광화문에서 차가 막히기 시작하자 R은 조금 지쳐보였다. 버스에서 나는 그에게 경복궁은 조선의 궁궐이었으며 몇번 불에 탄 적은 있지만 재건에 성공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는 연신 손가락으로 '세종문화회관'을 가리키며 "저게 경복궁이야?"했다. 나는 "엥?"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내려 광화문이 보이자 나는 그에게 "저게 광화문이고, 이제부터 경복궁을 볼 수 있게될거야."라고 말했다. 그는 사뭇 놀란 표정이었다.
우리의 경복궁 투어가 시작되었다. 나는 영어 책자를 하나 집어들고 (사실 나도 경복궁에 대해 잘 모르기에) 그에게 열심히 이 곳은 회의를 하던 곳, 이 곳은 왕이 머물던 곳, 이 곳은 왕비가 머물던 곳인데 살해까지 당한 곳, 이 곳은 밥을 짓는 공간 등 등 하며 경복궁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R은 다리가 아픈듯 다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경복궁이 이렇게 클지 몰랐어.
어쩌면 그에게는 그랬으리라. 국토가 작은 나라 대한민국. 그래서 궁궐도 작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제야 나는 왜 그가 세종문화회관을 가르켜 "여기가 경복궁이야?"했던 이유를 알았다.
중국의 자금성에 비하거나 영국의 왕궁에 비하면 작은 사이즈일지 모를 경복궁. 그러나 R은 경복궁의 아름다움과 한국적임, 그리고 그 사이즈에 감탄하고 돌아갔다.
사진출처=이진세 (https://m.blog.naver.com/lee8497q/221536733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