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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Jan 21. 2020

회사를 고발했고, 회사는 합의를 하자더니 나를 협박했다

세상 모든 을들 화이팅


 근로계약서 조차 쓰지 못한 채 3주를 일하다 갑작스레 당한 해고. 나는 꾸준히  근로계약서를 써달라고 했었으나 내내 묵살을 당했었다. 본부장은 내가 내내 근로계약서를 써달라고 했던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그래봤자 세 번 정도 정중히 부탁한 것이었는데. 아무튼 나는 해고당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래서 나는 고용노동부에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신고를 넣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벌금 최대 500만원. 물론 실제로는 20 ~ 30만원 선에 그친다. 그러나 과태료가 아니라 엄연히 사장님 호적에 전과 한줄 그이는 벌금이다. 그리고 차후 정부지원사업을 받는데에 이 기록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고로 중소기업 사장님들에게는 치명적일수도.


 나는 그 동안 증거를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었다.

 

1. 근무한 기록:

명함

재직증명서(미리 떼어 놓기를 정말 잘했었다)

회사에서 가입시켰던 신원보증보험 서류


2. 근로계약서 작성을 계속 요청했다는 증거 - 이게 정말 중요하다 -:

본부장과 주말 통화 기록 (통화 내용을 녹취해놓지 못했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근로계약서 작성 이야기가 나왔냐는 동료와의 카톡 내용

근로계약서 작성 이야기를 본부장과 했다는 동료와의 카톡 내용


 담당 수사관이 배정되고 삼자대면이 날짜가 잡힌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나를 해고 시킨 사람도 아니고 회사 대표도 아니고 우리 부서 팀장님이 전화가 왔다. 팀장님은 합의를 하자고 했다. 합의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평소 악감정이 없던 분이었기에 맘이 약간 누그러졌다. 이게 실수였다.




"회사가 당신을 고소할거에요" 협박의 시작


 합의를 하기로 한 날. 빙빙돌려 말하지 말자는 팀장의 말에 (이제부터 님자는 빼겠다.) 나는 그냥 말했다. "그러면 합의금을 주세요." 얼마를 원하냐는 그의 말에 나는 내가 생각했던 금액을 말했다. 500만원 벌금보다는 적은 금액, 상담했던 노무사들이 제시했던 금액정도로. 그러자 팀장의 말은 이랬다.


 여느씨 해고때 아무 문제 안일으키는 조건으로 회사에서 일한 월급보다 더 줬잖아요. 그런데 고발하면 안되는거죠. 그걸 합의금이라고 생각하시고 고발 취하하세요.


 ? 그 돈은 해고 할때 미안하다고 3주 일했지만 한달치 월급을 준다고 해서 받은 돈이다. 게다가 나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월급이 얼마였는지조차 모른다.


 "그 돈은 해고 할때 미안하다고 주신 돈이었는데요? 근로계약서 건과는 다른 거죠"


 그러자 그는 다시 말했다.


 증명할 증거가 없잖아요. 여느씨가 취하 안하시면 우리는 벌금 좀 내고, 여느씨 상대로 소송 걸어서 그 돈 다시 받아내겠습니다. 회사는 커요.


 이것은 완벽한 협박이었다. 나는 그깟 더 받은 돈 토해내줄 의향은 100퍼센트 있었다. 3주 일하고 5일치 더 받은 돈, 못돌려줄 이유야 있나? 게다가 근로계약서를 안썼기에 내 연봉이 얼마인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얼만지도 모르고 받았다고 버틸 생각까지 있었다. (진짜 내 연봉이 얼만지 잘 모름) 다만 소송이 걸린다는 건 기분 좋지 않은 일이긴 했다. 아무래도 법적 자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저도 변호사님과 상의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는 자리를 일어섰다.





 집에 돌아와 변호사님께 연락을 했지만 바쁘신지 닿지 않았고 다행히 노무사님과 연락이 닿아 노무사님과 상의를 했다.


 노무사님 가라사대

 보통 회사 대표들은 자존심이 세서 여기저기 인맥 동원해서 쉽게 사원에게 지려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소송이 그리 간단한게 아니라 얼마안되는 금품으로 민사소송까지 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고소 할거면 해라, 돌려주고말지. 더러워서. 대신 대표 호적에 빨간줄 생기는건 구경해야겠다.





한가지 더 알게된것. 부당해고구제신청


 해고를 당할 때, 해고 사실을 서면 통지 받지 않았다. 이는 해고사실서면통지 위반으로 부당해고가 성립되며, 부당해고 성립시 회사는 내게 원직 복직을 시켜주거나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한다. 이러면 애초에 내가 제시했던 합의금보다 금액이 커질 수 있다.


 나를 '해고'시켰다고 사측에서 인정한 녹음 파일 역시 갖고 있기에 해고 사실을 증명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해고 당했다는 사실은 근로자가 직접 입증해야한다.


 합의를 하자더니 협박을 하길래,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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