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uh Oooh Ju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느Yonu Jan 22. 2020

내 인생이 왜 이렇게 억울한가 생각을 해봤다

어쨌든 쓸모는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라고 했다. 0점 가로선을 기준으로 행복했던 일은 플러스, 위로, 그렇지 않았던 일은 마이너스, 아래로. 나는 그냥 열두 살 인생을 반추해서 그래프를 그렸는다. 그런데 다 그리고 나니 차마 그래프를 내보이기가 부끄러웠다. 유독 내 것만 요동이 심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어렸을 때부터 인생이 좀 재수가 없었던 거 같다. 나는 무관심 탓에 잃어버려져 혼자 집에 걸어온 날도 있었다. 그 외의 이야기를 더 하자면 내 가까운 이들 이야기가 더 나오니 유년시절은 여기까지. 


 학창 시절에도 그랬다. 내가 주동자도 아닌데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뒤집어쓰지를 않나, 생각도 못했는데 내 이름이 제일 앞에 나오지를 않나, 보여주기 식으로 '한놈만 걸려라'했는데 하필 내가 걸리지를 않나. 선생님 한 분이 "이레야 나는 네가 문제아인지 공부를 하는 앤지 정말 모르겠다"라고 묻던 날이 있었다. 그때는 나도 헷갈리더라. 문득 그런 생각도 했다. 문제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걸. 


 대학 때도 억울하게 동아리를 박살 낸 주범으로 찍히질 않나, 정말 중요한 시험 파일 제출을 앞두고 그대로 날려버려 F를 받지 않나, 다른 학생보다 성실히 했는데 교수 근무태만으로 부전공을 못하게 되질 않나. 


 사회에 나와서도 재수없음은 계속됐다. 여자라면 누구나 다 겪는다는 성희롱도 당연히 내 인생을 여러 번 방문하고 갔다. 성희롱도 모자라 유부남의 고백도... 그래서 회사를 그만둬야 했던 적도 있다. 가만히 있는데 시비를 붙는 동료와 상사도 겪어야 했다.  

 작년 한 해 특히 내 인생이 하도 꼬이고 꼬이니까 친구들은 내가 착하게 살고 나쁜 사람도 아닌데 곁에서 보는 것도 안타까우니 어디 용한 점쟁이한테 점이라도 보라고 권유를 하기까지 했다. 


 남들은 평범하게 잘만 살아나가는데 나만 맨날 억울하게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터지고. 이쯤 되니까 친구들 말은 들리지도 않고 내가 인성이 글러먹은 인간인가, 내가 쓰레기인가 싶더라. 내가 사회의 암덩어리인가? 아니면 굳이 참고 넘어갔으면 될 일을 키워서 이랬던 건가? 




 작년에 책을 한 권 냈다. 

 '사회 고발 에세이'라고 거창하게 붙였는데 그냥 나 억울했던 일들 다는 아니지만 한풀이하며 적어 내려 간 책이다. 생각해보면 나쁜 일들 잔뜩 겪은 게 내게 작가가 되는 기회를 주었으니 마냥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게다가 책을 낸 의도처럼 몇몇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다는 말도 들었다. (정말 부끄럽다) 


 올해도 이제 고작 1월인데 형사 사건에 민사 소송까지 걸릴지 모르겠다. 다행히 도움 주시는 변호사님도 계시고 노무사님도 계시고 법학석사님도 계셔서 소송비용으로 패가망신할 일은 없겠다. 이건 또 무슨 운인지. 


 어쩌면 이게 나한테 맞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맞고, 깨지고, 덤비고, 이기건 지건 최대한 방법을 알아보고,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고치고.



그리고 그동안에 나는 글을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